너무나 반가운 둘리의 극장 귀환
"5월 24일 개봉 예정인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1996년 개봉했던 작품을 한국영상자료원이 정성 들여 4K로 리마스터링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2D 셀 애니메이션의 색감과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결 깨끗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구현했습니다.
둘리, 또치, 도우너, 희동이, 마이콜, 철수와 영희, 그리고 고길동!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극장의 큰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쓰고, '어린이의 달'이라고 읽는다. 매년 5월만큼은 집안과 사회의 대소사가 어린이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물론 아이가 없는 집은 평온한 자전을 계속할 것이다). 부모, 조부모, 삼촌, 이모 등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충실한 제사장이 되어 아이들에게 제물을 바친다. 5월의 극장에서는 어린이 관객을 타깃한 애니메이션이 어깨에 힘을 준다. 어른들에겐 선택권이 없다.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일본 애니메이션의 열풍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지금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이 둘리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5월 24일 개봉한다. 이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는 건 필자처럼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때부터 <아기공룡 둘리>를 좋아했던 '둘리 세대(현재 나이 30~40대로 추정)'에겐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알 수 없는 둘리 둘리~"라는 주제가 첫 소절만 들어도 가슴속은 온풍기를 틀어 놓은 듯 금세 따뜻해진다. 귀여운 캐릭터들의 코미디 활극을 지켜보는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둘리와 친구들이 절대 기죽지 않고 어른인 고길동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모습은 유쾌, 상쾌, 통쾌해서 없던 변비도 사라지게 할 판이다. 둘리가 엄마와 이별하는 장면에서는 성인이 된 이후 쉴 새 없이 보강공사를 한 덕분에 진도 10의 강진에도 끄떡없을 것만 같았던 눈물샘의 둑이 터진다. 4:3의 화면비, 1990년대 셀 애니메이션의 색감과 감성까지 가세해 초강력 노스탤지어 에너지 장을 완성한다.
철수와 영희 남매, 조카인 희동이를 양육 중이었던 고길동은 둘리(공룡), 또치(타조), 도우너(깐따삐야 행성에서 온 외계인)까지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종족과 행성을 넘어선 우주적 포용력을 보여준다. 고길동은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의 최종 보스 '바요킹'과의 대결에서 완벽한 검술을 뽐내며 '소드마스터(swordmaster)'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영화가 나오기 한참 전에 서울시 쌍문동에 거주하는 고길동이 '가디언 오브 갤럭시' 타이틀 홀더였던 것이다.
30~40대 관객들 중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아이와 함께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을 관람할 것 같다. <아기공룡 둘리> TV 애니메이션을 본 적 없는 어린이들이 1996년에 처음 개봉했던 2D 셀 애니메이션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을 재밌게 볼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은 둘리를 비롯한 등장 캐릭터들을 낯설어할 것이고, 매끈한 3D 애니메이션에 더 익숙하다. 이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도 약 30년 전의 한국이라서 정서적 괴리감 때문에 몰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깜짝 흥행을 할 것 같기도 하다. 유사 이래 모든 아이들이 사랑하는 공룡 캐릭터 '둘리'가 주인공이고, 다른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깜찍하다. 시간여행만으로도 신나는데 우주와 지구를 오가는 모험이 함께 펼쳐진다. 오프닝 시퀀스의 펭귄들은 보는 즉시 '뽀로로'를 연상시킨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끝)
* 5월 8일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에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