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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SIS Aug 27. 2018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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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만에 고쳐야 하는 집



‘인간 본연의 심성은 선하다.’ 맹자의 성선설을 믿고 있기에 인간은 기부나 봉사활동 같은 선의적 행동을 본질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 부딪힌 삶을 지속하느라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 또한 마음속으로는 나누면서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현실에 찌든 내 모습을 보면 가끔 민망한 웃음을 짓는다.


우리가 하는 일은 건축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10년 넘게 종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이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이다. 이분들이 모여 집을 만드는 것이기에 우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기부활동은 간단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을 방문에서 그들이 생활하는 삶의 터전을 바꿔주는 것이다. 조금씩 여유를 가진다면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성선설을 실현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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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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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렵고, 무겁게 보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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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한 곳



민수(2008년생)와 민호(2010년생)는 형제이다. 하지만 두 형제는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 않다. 아빠와 엄마가 있지만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하고 작년 12월부터 임시 아동 위탁시설에서 따로 살고 있었다. 엄마는 태국에서 오신 결혼이주여성으로 한국으로 시집와 아들 둘을 낳고 열심히 살았지만 작년 태국에 계신 친정어머니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친정어머니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본인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책하며 우울증과 알코올에 의존하여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고 지금 치료 중이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 후 노인요양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빠는 엄마가 없는 상태에서 잦은 야간근무로 인해 아이들을 양육하기 어렵다고 판단, 고심 끝에 임시보호시설에 아이들을 위탁한 상태이다. 현재 이 가족은 현재의 상황으로 처하기 직전에 월세 5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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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정부 지원으로 집 일부를 보수하여 기본생활은 할 수 있었지만, 우리가 해주고 싶던 것은 고통받고 있는 두 형제의 공간이었다. 여느 시골마을 소녀. 소년처럼 마당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은밀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기를 바랐다. 작지만 그들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했다.


쓰러지기 직전의 건물이 보였다. 건물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외양 갓 같은 곳이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방치되어 있었는데 아직 살아있는 구조목과 적당한 크기 때문에 두 형재의 놀이터를 만들자고 우리 재주꾼들이 입을 모았다. 하나둘씩 자신의 장비를 챙기고, 일 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전문 분야를 떠나 닥치는 대로 일하기 시작했다. 인원이 부족하다 싶으면 너도나도 할거 없이 도와주며 3일 내내 밤낮없이 일을 했다. 누군가 도와준다는 마음은 자신의 체력의 한계도 변화시켜주는 듯하다. 그렇게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만든 공간이지만, 특별한 것은 없다. 내. 외부를 정리하고, 겨울에도 두 형제가 춥지 않게 목재로 만든 이중창과 바닥난방을 설치한 것뿐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즐겁게 놀 수 만 있다면 우리의 역할은 거기서 끝난 것이다.


끝날 때쯤에 모인 사람들에게 약속을 하나 했다. 중간에 사진들을 정리해서 홈페이지에 고마움을 표현하겠다고, 그걸 시간이 흘러 지금에서야 하니 죄송한 마음이 든다.








철거&도장 유닛팀

사진에 보이는 두 분은 도장팀과 철거팀이다. 이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라며, 지붕에 올라가 보수작업에 열중이다. 카메라에 담길 수 있게 고개를 돌려달라는 요청은 했으나, 일하는 모습을 찍어야 한다며 완강하게 거부한다. 나름 부끄러움이 많으신 분들이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안타깝지만, 오른쪽에 계신 철거 사장님은 건강악화로 몇 달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좋은 일 많이 하시고 가셨으니, 좋은 곳에서 행복하길 바랍니다.) 


최강목공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하신 목공팀이다. 특히, 목공 소장님은 두 형제 중 한 명과 본인의 이름과 동일하다고 하여 앞장서서 작업에 임했다. 이분들 아니었으면 3일이 아니라, 30일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웃마을 어른

철거 직전의 건물이 바뀌어 가는 모습이 신기하신 듯 일이 시작되는 이른 아침부터 끝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저런 모습으로 주변을 살펴보시다가 퇴근을 하신다. 그 모습이 따듯해 보여서 사진에 담아두었다.








Architecture : Starsis

Location : Gyenam-myeon, Jangsu-gun, Jeollabuk-do

Area: 17 sqm

Construction : Starsis

Photographer : Mr.ssam

Project Year : 2015

Article : Mr.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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