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SIS Oct 25. 2018

부여에서의 생활

수월옥 : 쪽빛으로 물든 자리

"

낯선 생활



중학교 시절 역사교과서에서 보았던 예술을 일찍 접한 부여. 실제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역사의 도시지만 경주, 전주, 공주에 치여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곳이다. 3형제, 자매 중 둘째 정도의 느낌이다. 프로젝트만 훌륭하다면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벗어나 지방으로 떠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기에 옷과 자료들 몇 개와 컴퓨터를 차에 싣고 경부 고속도로를 달려왔다. 나에게 컴퓨터는 목숨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무척이나 안전하게 싣고왔다. 부여 최고의 시내를 지나 시골 깊숙이 부암면에 도착했다. 이곳이 내가 몇 개월 동안 지내게 될 베이스캠프다. 주변에 4계절을 느낄 수 있는 논과 밭이 펼쳐지고 시골 사람들만 드나들 것 같은 소박한 건물들이 보인다. 주차를 아무 곳에나 해도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을 거 같은 그런 시골이다. 오랜만에 생활하는 타지 생활이라 낯선 설렘이 찾아온다.  


본격적인 작업은 일주일 후에 시작하기에 주변 탐색을 시작한다. 누가 봐도 객지 사람 같은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며 편의점은 어디 있는지. 가까운 철물점은 어디 있는지. 나에게 유용한 장소를 탐색한다. 내가 작업해야 하는 장소는 지극히 시골이라 어떠한 것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시내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1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임에 부담은 없다. 그리고 마을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집들은 여기저기 뿌려져 있는데 유동인구들이 잘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마을이다. 밤이면 싸늘함마저 감도니 가로등까지 없었다면 몇 번이나 소리를 지를 뻔했다. 설렘과 무서움을 간직한 채 이곳의 생활은 시작됐다.


-

텃세 부리지 말고, 잘 부탁한다.
-


텃세도 사람이 있어야 부릴 수 있다. 여기는 그러기도 힘든 동네이다.






시작


놀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인 일을 하기 시작했다. 시골지역에서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중에 대부분 나와 성향이 맞는다면 그 프로젝트는 80% 성공이라고 본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은 만나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 나쁜 사람들, 그저 그런 사람들.. 많은 사람들은 만났다. 시골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느끼는 거지만,  좋은 의미로, 나쁜 의미로 도시의 사람들과는 참 다르다.


-

너무 여유 있다.

참 가정적이다.

가축을 돌보는 것을 중요시한다.
-


그래서 시간이 지연된다. 길어지는 시간만큼 손해를 보지만, 어찌하리오 이것이 시골의 정서인 것을.. 그래서 즐기기로 했다.








여유로운 전문가


가끔은 작업을 하다가 소 밥 줄 시간이라며 현장을 빠져나간다. 저런 행동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생각해보면 참 낭만적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 내가 기르고 있는 가축이 더 소중한 것이니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업무시간 외에 현장에 들려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는 마무리를 한다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와서 일하고 가기 때문에 일정 잡기에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가끔 그마저도 감사함을 느낀다.


이렇게 이곳 사람들의 성향에 적용하면서 나도 이곳에 무르익어 가고 있다. 그렇게 프로젝트는 시작했고 그렇게 끝내가고 있다.











Design  :  Starsis

Designer :  Park Hyunhee

Location :  37, Subuk-ro, Gyuam-myeon, Buyeo-gun, Chungcheongnam-do

Building Area:  146 sqm

Construction  :  Starsis

Photographer :  Mr.ssam

Article : Mr.ssam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