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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06. 2017

굿바이 레지던트 이블, 그리고 앨리스

Appetizer#51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15년간 이어진 대서사시가 끝났다. 파격적인 여성 캐릭터의 길을 닦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다양한 여성캐릭터가 등장하고, 활약하는 게 익숙해진 시대에 와서야, 이 시리즈는 제 역할을 다했다는 듯 퇴장한다. 폴 앤더슨 감독과 밀라 요보비치의 자부심인 강인하고, 액션이 가능한 캐릭터 앨리스를 더는 볼 수 없다. 이 시리즈는 어떻게 관객과 작별하고 있을까.


여섯 편의 이야기를 통합하는 <파멸의 날>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이하 파멸의 날)은 앞의 다섯 편을 간략히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15년 동안 시리즈를 본 관객에겐 기억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고, 이 시리즈가 처음인 관객에겐 기본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시간이다. 동시에 이는 <파멸의 날>의 목적을 알게 한다. 이번 편에서 폴 앤더슨 감독은 시퀄의 숙명인 ‘전 편보다 놀라운 볼거리’와 함께, 이 시리즈를 완결할 이야기를 보여주길 원했다.


<파멸의 날>엔 불바다를 보여주는 스펙터클한 장면과 여전히 멋진 앨리스의 액션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재미는 전 편들을 오가며,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시리즈의 조각을 맞추고, 이 시리즈가 15년간 감춰둔 결말을 듣는 부분에 있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통합하고,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 수 있던 건, 온전히 감독 폴 앤더슨의 덕이다.

그는 이 시리즈 중 네 편을 연출했고, 모든 시리즈에 각본가로 참여해 큰 그림을 구상했다. 그 덕분에 15년의 대서사시가 하나로 무리 없이 묶일 수 있었다. 글로 너무도 쓰고 싶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반전이 숨어 있다. 그러니 이 시리즈의 팬 혹은, 1편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관람을 권하고 싶다.

굿바이 앨리스

<파멸의 날>은 앨리스의 마지막 무대다. 이 무대에서 그녀는 여태 보여줬던 다양한 액션을 차례로 보여준다. 맨손 격투, 와이어 액션, 탈 것들을 이용한 액션, 좀비 군단과의 전투, 그리고 전 시리즈에 등장했던 레이저 액션 등 앨리스는 많이 뛰고, 또 많이 움직인다. 이번 편은 앨리스의 액션 별로 시퀀스를 나눠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여전히 지시받지 않고, 오더를 내리며 전략을 짜는 여성 영웅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매드맥스>의 샤를리즈 테론, <헝거게임>의 제니퍼 로렌스 등 이젠 많은 여성 영웅을 만날 수 있지만, 앨리스만큼 일 대 다수의 전투에서, 그리고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드문 것 같다. (지금보단 2000년대 초반 활약한 <킬 빌>의 우마 서먼 정도가 있을 것 같다) 그녀는 맨몸으로 많이 때리고, 또 많이 얻어맞아 왔는데, 한국에서 화제가 된 이준기와의 격투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녀처럼 싸우는 여성 캐릭터를 어떤 시리즈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날로그적인 액션을 간단히 해내온 앨리스의 퇴장은 하나의 캐릭터이자 하나의 장르가 사라지는 것만 같아 아쉽다. 그리고 밀라 요보비치의 액션도 지금만큼 볼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한 시리즈의 강렬한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소화한 한 배우의 모습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앨리스의 액션 종합 선물 세트인 <파멸의 날>은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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