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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r 01. 2017

역사를 기억하는 따뜻한 방법, <눈길>

Appetizer#60 눈길

3월의 시작과 소환된 역사
‘잊지 말자’는 말을 전하는 방법
시대를 뛰어넘는 연대에 관하여

3월은 늘 역사적 순간에서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아픔 속에서도 소중한 가치를 위해 목숨 걸었던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날, 3.1절. 올해는 한 주의 영화가 시작되는 수요일과 겹쳤던 1일엔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눈길>이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잊지 말자’는 말을 전하는 방법

역사피해자들, 폭력의 희생자들을  스크린으로 만나는  거대한 아픔을 동반한다. 그래서 영화의 관람엔 일정 이상의 용기가 필요하다. 작년에 350 명의 관객이 <귀향> 봤다는 , 역사의 고통과 마주하고서도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각오한 관객들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동시에 <귀향> 관람은 여전히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에게 제대로  사과가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같은 역사적 사실을 다룬 <눈길>이 개봉해 관객과 시민의 지속적 관심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영화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다른 어떤 점보다 <눈길>이 <귀향>과 다른 건, 메시지 표현의 방식이다.


<귀향>  시대를 소환하는 동시에, 피해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는 평으로 오점을 겼었. 가장 문제가  장면은 위안소 안을 다룬 장면으로, <귀향> 카메라 관음증적 시선을 통해, 당시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의 순감을 담았다.  순간을  부감으로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장면과 유사한데,  의도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정래 감독에겐 나름의 확고한 연출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안소를 그렇게 바라보는  적절해 보이지 않았고, 충분히 불편할  있는 지점이었다.



“끔찍한 폭력의 순간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이용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였다. 그 폭력으로 아픔을 겪은 분들이 계시고 그것이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길> 이나정 감독


<눈길>  시대를 조명하면서 훨씬 조심스럽고,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위에 언급한 이나정 감독이 영화에 접근한 태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눈길> 당대를 재현하면서, 피해자의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애썼다.  시대에 있었던 사실을 옮기기 위해 ‘폭력순간 담았으나,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끔 . 카메라의 시선에 따라 같은 소재와 주제, 그리고 유사한 의도를 지녔음에도 전달하는 정서가 얼마나 다를  있는지  있다.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는 방법

<눈길> 시간상으로 멀리 떨어진  세대를 묶으려 한다. 더불어  세대의 연대를 통해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치유하려 했다.  중심에 종분(김영옥) . 아픈 역사를 경험한 종분은 1940년대의 소녀 영애(김새론) 현시대의 소녀 은수(조수향) 연결하는 가교였다.


영애와 은수는 사회가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 , 폭력 앞에 노출된 소녀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상황에서 소녀 종분(김향기) 영애를 지켰고, 현재의 종분은 은수를 지키는 보호자가 되어준다. 1940현재, 부모의 자리가 비어있는 소녀들에게 종분만이 보호자인 셈이다. 시대의 구분 없이 폭력 앞의 소녀를 보호하고 치유하는 종분. 영애도, 은수도 종분에게 기댄다. <눈길>  세대의 소녀가 ‘ 세대를 모두 통과한여성에게 기대고 있는 이야기다.



다른 세대의  소녀는 아픈 시대를 견뎌  강인한 여성 ‘종분 이어준 다리를 건너 만났다. 그리고 종분이 들려준 이야기 덕에, 은수는 과거의 아픔을 공유하고, 그에 분노할  아는 소녀가 된다. 그렇게 시대를 넘어 아픔이 전달되고, 역사가 기억되는 것이다.


<눈길> 세대를 뛰어넘는 아픔의 공유, 그리고 연대가 ‘역사를 잊지 않는 방법이라 말하고 있었다. 동시에 영화라는 것이 역사를 기억하고, 연결하며, 치유하는 따뜻한 수단일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3월의 시작과   어울리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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