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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25. 2017

모든 면에서 전작보다 뛰어난 ‘존 윅 –리로드’

Appetizer#59 존 윅 - 리로드

<존 윅>의 1편은 프롤로그였다
업그레이드 컴플리트
GTA, 그리고 영화의 게임화


<존 윅>은 재미있었지만 당혹스러웠던 영화다.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은 ‘존 윅의 개를 죽이고, 차를 훔치면 아주 X 되는 거야’ 였다. 존 윅(키아누 리브스)의 강렬함과 비교하면, 적들은 너무도 약해 보였고, 무적의 존 윅이 피라미들을 학살하는 걸 전시한 게 1편이 보여준 전부다. 단순해서 더 재미있기도 했지만, 기이한 구성의 영화였다.


내레이션은 Jey가 맡아주셨습니다. 영상 우측 하단의 구독 버튼도 꾹 눌러주세요!


1편은 프롤로그다

<존 윅 – 리로드>를 보고 나면 1편은 거대한 예고편이자, 프롤로그로 보인다. 지난 편은 존 윅이 속한 킬러들의 세계가, 그들만의 룰에 의해 돌아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데서 이야기가 더 나아가지 못했다. 명확했던 것은 단 하나, ‘콘티넨탈 호텔에서는 누구도 폭력을 사용할 수 없다’ 다. 그밖엔 모든 게 미스터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주인공 존 윅조차 알 수 없는 것투성이에 과격하게 움직이는데,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할 정도로 엄청난 전설이라는 것만 추측할 수 있다. 간혹, 킬러만의 암호가 들리는데, 흥미롭지만 영화는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그래서 1편은 전설적인 킬러가 보이는 개싸움과 머스탱의 엔진, 그리고 드리프트의 소리로 기억된다.


<존 윅 – 리로드>는 앞의 10분으로 1편을 완벽히 요약해준다. (원래 이 정도의 이야기를 100분으로 늘여놓은 게 1편으로 보일 정도다) 존 윅의 개와 차, 그리고 망할 연필 무용담까지. 이 말은, 전 편을 안 봐도 관람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전 이야기를 본 관객에겐 웃음을 줄 장면들이 몇 가지 있다. 내용 이해엔 전혀 무관하나, 영화가 숨겨둔 깨알 같은 유머를 즐기기 위해선 1편을 미리 보고 가길 권한다.

 


업그레이드 컴플리트!

<존 윅>은 예고편 같은 이야기만으로도 준수한 흥행성적을 남겼다. (국내에서는 참혹히 실패했지만) 즉, 더 보여줄 것이 많은 영화였고, 실제로 이번 편은 더 많은 걸 해냈다. 만약, 전편의 팬이라면 이번 편은 결코 실망할 수 없는 영화가 될 것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이 시리즈는 업그레이드되었다. 안 좋아진 걸 꼽으라면, 키아누 리브스의 나이가 몇 살 더 올라갔다는 정도.


하나씩 따져보면, 가장 기대했던 액션의 화력과 스케일이 커졌다. 전작은 액션의 타격감이 뛰어났지만,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이는 공간의 매력이 덜해서 그런 점도 있는데, 이번엔 로마를 주 무대로 삼아 눈이 즐거운 액션을 보인다. 그리고 존 윅의 액션 동선이 넓고 다양해져, 한층 시원스러워진 느낌이다. 권총, 소총, 나이프 등 활용하는 무기의 종류도 늘어, 현란하고 화력도 늘었다. <존윅 – 리로드>는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숙제인 ‘전작보다 화려할 것’을 훌륭히 잘해낸다.


빈약했던 서사와 스토리 라인이 한층 탄탄해진 것도 인상적이다. 단순한 전개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도 <존 윅>의 서사는 좀 허전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머리 아프지 않게 직설적으로 액션을 구현해 호평을 받았기는 했지만, 황당한 건 사실이다. (물론, 이 황당함을 좋아한 팬들도 있을 테지만…) <존윅 – 리로드>는 존 윅의 과거와 인간관계, 그리고 그가 속한 세계의 룰을 좀 더 보여준다. 특히, 킬러들의 비밀스러운 세계를 따라가는 게 흥미롭다. 첩보물의 요원을 생각나게 하는 지점이 있는데, 여기선 <킹스맨>이 오버랩 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킹스맨>의 건조한 버전으로 보인다고나 할까.



GTA, 그리고 영화의 게임화

<존 윅>이 싫은 관객은, 과도한 폭력성과 과격한 총질, 그리고 사방에 튀는 피 등의 표현에 동의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 영화적 폭력성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관객에게 <존 윅>과 같은 부류의 영화를 좋아해달라고 설득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킬 빌> 등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존 윅>은 화끈하고 즐거운 영화다.


<존 윅 – 리로드>의 표현에 대해 변명하자면, 이 영화에선 총에 맞아 훼손된 신체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총에 맞는 순간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슬래셔 무비적 느낌을 지양하고, 카메라로 잔인한 순간을 가리려 애쓴다. 최근 개봉한 멜 깁슨의 <핵소 고지>에 비해, <존 윅 – 리로드>가 총에 맞은 신체를 표현하는 방법은 무척 점잖다. 피가 튀는 장면 등을 만화적으로 강조하기는 하는데, 쿠엔틴 타란티노의 표현에 비하면 이마저도 귀여운 편이다.



독특한 세계관 안에서 그들만의 룰을 정하고, 폭력으로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존 윅> 시리즈는 ‘컴퓨터 게임’ 같은 지점이 있다. 특히, GTA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현대의 비디오 게임을 좋아하고, 적응된 관객이라면, <존 윅 – 리로드>가 보여주는 표현에 거부감이 덜할 것이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헤모글로빈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관객에게, 이 게임 같은 영화의 플레이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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