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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25. 2017

[싱글라이더] 이젠 지겨운 이병헌의 연기

Appetizer#58 싱글라이더

시나리오에 관한 찬사들
여전히 글로 쓸 수밖에 없던 연기
막연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


<싱글라이더>는 워너 브라더스의 두 번째 한국 배급 작으로 화제가 되었다. 워너 브라더스 배급, 하정우 제작, 이병헌과 공효진의 출연. 첫 번째 연출작을 내놓은 감독에게 어떤 가능성을 보았기에, 이렇게 엄청난 요소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을까. 시사회 이후 더 극찬을 받았던 <싱글라이더>. 설렘을 가지고 이주영 감독의 데뷔작과 만났다.



시나리오에 관한 찬사들

한 인터뷰에서 이병헌은 <싱글라이더>의 시나리오를 ‘평생 읽어본 것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며 극찬했다. 그리고 제작 보고회에서는 ‘<번지 점프를 하다>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란 말을 했다. 국내, 국외를 가리지 않고 활약 중인, 그리고 한국에서 연기의 정점에 이른 배우가 치켜세울 정도의 시나리오가 대체 무엇이었을까. <싱글 라이더>의 힘은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것, ‘시나리오’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엄청난 시나리오의 조력자는 ‘이창동’ 감독이었다. 제자인 이주영 감독이 스승 이창동 감독과 8개월간 작업해서 나온 이야기가 <싱글라이더>라고 하니,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진실성은 이미 보장받은 셈이다. 이 영화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삶 속의 소중한 것과 잃은 것 등에 관해 묻는다. <시>, <밀양> 등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가진 무드와 관점이 좋았던 관객에게 <싱글라이더> 역시 좋은 영화가 될 것 같다.

 


지겹게 언급할 수밖에 없던 연기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에서 그의 연기에 감탄하는 건, 이젠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에 대해 글을 쓰는 건 늘 반복된 찬사로 이어져, 글 쓰는 입장에선 지겨울(?) 정도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언급하게 하는 게 이병헌의 연기다. <싱글라이더>는 카메라가 이병헌의 여정을 따라가기에 그의 존재감은 너무도 크다. 그리고 그는 뭔가 드러내려 하지 않고, 꾹꾹 눌러가며 연기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내부자들>, <마스터>에 비해 대사량이 압도적으로 적은 강재훈은 걸음걸이와 눈빛으로 많은 부분을 표현해야 했다. 이를 본, 한 기자는 <달콤한 인생>의 수트핏과 그 눈빛을 다시 보게 되어 좋았다고 한다. 그 말대로 <싱글라이더>에선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요?” 의 새로운 버전을 만날 수 있다.


이병헌은 큰 움직임 없이, 그리고 별도의 효과(음향, 카메라 컷) 없이, 상영 시간 내내 영화의 분위기를 쥐고 있다. 여전히 대단한 눈빛 연기인데, 이번엔 ‘무기력’과 ‘절망’을 담은 눈망울을 보여, 근래 보여준 날카로운 느낌과는 다르다. 그는 영화에서 튀어나오려 하지 않고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연기의 뛰어남을 또 언급하는 건 지겹지만, 다시 쓸 수밖에 없다.

 


막연한 믿음이 초래한 결과에 관한 이야기

<싱글라이더>의 잔잔한 분위기를 따라가다 마주한 결말은 충격적이고, 긴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별도의 부연 설명 없이도 숨겨온 의도와 주제를 충분히 전했다. 그래도 <싱글라이더>를 조금 두껍게 관람하고픈 이들에게 하나의 코드를 제안한다면, ‘믿음’이라는 단어다. 막연히 보낸 신뢰에 배신당하고, 좌절당한 이들에게 어떤 일이 밀려오는지, 그리고 막연한 믿음을 줬던 이들에겐 어떤 일이 닥치는지에 집중해보면 어떨까. 영화는 믿음의 좌절과 인간의 쓸쓸함을 보여주며, 현실을 놀랍도록 차갑게 묘사해 뒀다.


이처럼, 여러 번 곱씹으며 두껍게 봐도 좋을 영화 <싱글라이더>. 영화를 관람한 다른 관객의 의견이 궁금하고, 기다리게 된다. 당신은 이병헌의 여정을 따라가다 무엇을 만나게 될까. 어떤 인생을 만나게 될까. 영화 어디쯤에서, 자신의 얼굴과 마주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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