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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23. 2017

괴상한 매력 덩어리들의 흥겨운 파티

Appetizer#57 트롤

낯선 이미지들이 만드는 개성
저스틴 팀버레이크, 그리고 안나 켄드릭
행복을 찾아서


애니메이션을 많이 관람하는 편이 못된다. 다양한 영화를 도전적으로 일찍 관람하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인기가 조금 꺾일 즈음에, 뒤늦게 관람하고는 한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혹은 디즈니의 신작만 주로 볼 정도로 편식도 심하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챙겨볼 정도면 애니메이션을 많이 관람하는 편일까) <트롤>을 선택한 이유는 심플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안나 켄드릭.

 


낯선 이미지가 만드는 개성

<모아나>는 디즈니에 이제는 고전적 공주가 설 자리가 없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런데 이런 파격적 설정보다도, 과거엔 백마를 탄 왕자가 있을 자리에 투박한 원주민 영웅 마우이가 있다는 게 더 눈에 띈다. 고전적 여성 및 남성의 아름다움의 기준을 모두 파괴한 <모아나>는 ‘아름다움’의 고정적 이미지를 생산하던 문화 콘텐츠의 세련된 진화로 보였다.


<트롤>은 여기서 조금 더 나가, 기이한 괴물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예전의 기준으로 본다면, ‘못생겼다’라고 지적받을 수 있는, 개성이 있는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어나간다. 그래서 <트롤>엔 여태 본 적 없는 존재들의 예측할 수 없는 모습과 톡톡 튀는 행동에서 만들어지는 즐거움이 있다. 적대자의 자리에 있는 ‘버겐’들의 모습은 더 재미있다. 이들은 으스스한 모습으로 익살스러운 재미를 준다.


이미 <몬스터 주식회사> 등의 이야기에 괴물의 이미지가 등장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트롤>은 캐릭터의 개성을 넘어, 내면의 아름다움과 사랑이란 주제를 위해 이들의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더불어 전체적으로 호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기괴한 연출도 새롭다. 이렇게 <트롤>은 낯선 이미지들이 보여주는 재기발랄한 재미가 있는 영화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안나 켄드릭

이미지만 개성 있는 게 아니다. <트롤>의 사운드 트랙은 ‘디즈니’처럼 동화적인, 혹은 뮤지컬의 느낌을 주다가도,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한 가요의 멜로디로 변주해 귀를 즐겁게 한다. 특히, 클럽에서 모티브를 얻었을 파티 장면을 보고 있으면, 애니메이션에 사용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이 정말 넓어졌다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음악감독 및 브렌치의 목소리를 맡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감각이 있기에 가능했다. 비트가 빠른 음악과 함께, 랩, 그리고 전자음까지 활용한 세련된 음악은 신선하다. 그 덕분에 <트롤>은 콘서트를 보는(듣는)듯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백미는 그의 곡 ‘Can’t Stop The Feeling‘인데, 비트에 몸이 들썩일 것이다. 여기에 <피치 퍼펙트> 시리즈의 주인공 안나 켄드릭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트롤’이 항상 노래를 부른다는 설정과 어울리는 캐스팅 덕분에, <트롤>은 늘 흥이 넘친다.


국내 더빙은 제국의 아이들의 박형식과 연기자 이성경이 맡았다. 박형식은 브렌치를, 이성경은 파피를 맡아 음악적 감각을 뽐냈다고 하니, 더빙판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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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서

익살과 음악의 흥으로 재미가 넘치는 <트롤>. 이 영화는 ‘행복’을 찾는 방법, 그리고 행복이 머무는 곳에 관해 말한다. 가벼운 분위기와 달리 메시지가 꽤 심도 깊다. 어쩌면 이런 메시지는 아이들이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어른들도 알고 있을 메시지이지만, 삶에 치여 놓치고 있던 것들이지 않을까. 이런 것들을 즐거운 음악과 함께, 다정하게 전달해준다는 점에서, 귀엽기만 하던 트롤이 꽤 기특하게 보이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전, 온가족이 편히 관람하기 좋은, 따뜻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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