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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Jun 18. 2017

<하루>가 선택한 반복이라는 ‘패착’

Appetizer#92 하루

같은 하루가 무한히 반복된다. <하루>가 선택한 포인트는 시간의 반복이라는 설정에 있고, 이 반복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의 인과관계를 바꾸고자 발버둥 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은 요인 하나가 커다란 결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이런 소재로 크게 성공한 <소스 코드>,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떠올릴 수밖에 없고, 좀 더 멀리 간다면 2004년에 개봉한 <나비효과>까지 연결할 수 있다.


시간의 반복이란 설정은 반복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보여주면서도 극의 속도감과 흥미를 지속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도 유머러스한 코드를 늘 새롭게 변주했고, 감각적인 편집 덕에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가 반복이라는 설정을 표현하기 위해 배치한 상황들은 반복될수록 관객을 답답하게 하고, 이야기의 늘어짐을 유발한다. 영화의 상영 시간이 꽤 짧은 편(90분)이지만, 체감되는 느낌은 꽤 길다. 없어도 될 장면의 나열이 너무도 많아, 반복된 상황 속에서 흥미를 찾기 어렵다.


<하루>는 ‘타임 루프’라는 설정 외의 요소를 이야기가 채우지 못했다. 이 허술함은 빈약하다는 느낌을 ‘반복’해서 느끼게 한다. 결국, 이번 글도 더 쓰게 된다면 영화의 빈약함을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글이 될 게 뻔하다. <하루>가 보인 반복의 패착을 답습하지 않고자, 이번 글을 일찍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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