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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Dec 22. 2017

[신과함께-죄와 벌] 사랑받는 원작의 빛과 그늘

Appetizer#110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죄와 벌>을 향한 뜨거운 시선들
국내 최고의 기술력이라 할만한 영화
방대한 이야기를 잘 엮어낸 영화



"킹 갓 제너럴 진기한 변호사님이 없다고?”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의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진기한’ 캐릭터가 없다는 소식에 팬들의 불만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원작을 못 본 입장에서 도대체 어떤 캐릭터이기에 이렇게 난리가 났는지, 그리고 감독은 이 정도로 사랑받는 캐릭터를 빼고도 영화를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신과함께-죄와 벌>을 향한 뜨거운 시선들

국내 최고의 웹툰 중 하나로 꼽히는 『신과함께』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를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담을 수 있는가’, ‘국내의 기술력으로 저승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가’, ‘상업성 때문에 원작이 다르게 해석되지는 않을지’ 등의 불안감이 팬들에겐 있었을 것이다.


<신과 함께>는 이런 문제를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눠 제작하는 것, 세계관은 두고 캐릭터 설정을 바꾸는 것, 그리고 국내 최대의 VFX(시각 특수효과) 업체 ‘덱스터’에 제작을 맡김으로써 해결책을 찾았다. 덱스터는 <미스터 고> CG를 담당했을 만큼, 큰 규모의 VFX를 맡을 수 있는 업체다.(<미스터 고>의 완성도엔 말이 많지만, 3D 구현 능력까지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영화다.) 그리고 그 대표가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이다. 시각효과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가장 잘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감독과 제작진이 <신과함께>와 함께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 예고편 공개 및 시사회 이후 가장 큰 화제는 주인공 설정의 변화였다. 원작의 ‘진기한’과 ‘강림’의 설정을 하나로 묶은 캐릭터가 영화의 주인공 ‘강림’(하정우)이 되었다. 원작 팬들에게 이는 민감한 문제였고, 적지 않은 비판이 있었다. ‘진기한’ 캐릭터를 향한 애정이 클수록 반발이 심했다. 그 외에도 회사원이었던 김자홍이 소방관으로 설정이 바뀌는 등 원작과는 조금씩 설정이 다른 지점들이 있었다.


더불어 김용화 감독의 연출에 관한 걱정도 있었다. 김용화 감독은 ‘신파’를 영화에 즐겨 사용해 왔다. 한국 상업 영화 흥행의 중요한 코드인 ‘신파’는 최근엔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이 있다. 영화가 관객을 울리기 위해 작위적인 설정들을 많이 넣는다는 것이다. 이런 작위성을 걱정한 팬들은 ‘신파적인’ 요소가 『신과함께』의 분위기와 작품성을 파괴하지는 않을지 걱정되었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신과함께』의 많은 팬은 <신과함께>가 ‘원작’의 이미지를 잘 보존하기를 원하는 듯하다.



원작의 보존을 원하는 팬들

웹툰은 소설과 달리 작가 고유의 그림이 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 때, 원작의 이미지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웹툰 팬들 역시,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은 걸 선호하는 편이다. 김휘 감독의 <이웃사람>은 웹툰 원작 영화 중 꽤 흥행한 영화다. 당시 관객은 강풀 작가의 『이웃사람』과 싱크로율이 좋다며 호평을 보냈다.(영화도 24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렇게 원작의 팬들은 웹툰을 각색해 새로운 이미지와 이야기로 만드는 것보다는 웹툰 이미지 그 자체를 영상으로 옮긴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웹툰과 영화는 표현하는 방법이 다름에도 팬들이 바라는 건 원작 그 자체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신과함께』원작을 거의 못 봤기 때문에, 원작 팬들의 입장에 완벽히 이입할 수는 없었다. 대신, 영화 <신과함께>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관객일 수는 있었다. 이 웹툰에 관해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가 없기에, 영화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 입장에서 영화에 관해 말하자면, <신과함께>는 우려되었던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무난히 잇고, 국내 최고의 기술력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영화다.



국내 최고의 기술력이라 할만한 영화

일곱 개로 구성된 지옥은 각각의 색깔로 개성이 있고, 저승이라는 기묘한 분위기가 잘 표현되었다. 이 공간의 표현에서는 예상했듯 덱스터의 기술력이 빛을 발한다. 물, 불, 빙하, 사막 등의 다양하고 신선한 배경을 표현한 것은 ‘역시나’ 국내 최고라 부를 만하다. 물론, 보는 기준에 따라 동물과 사물의 VFX가 기존에 보던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비교해 어색해 보일 수는 있다. 그렇다 해도 덱스터의 <신과 함께> 덕분에 한국 영화의 무대가 넓어졌다는 인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대다수 장면이 CG인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액션 장면에서의 카메라다. <신과함께>는 높은 기술력을 활용해 카메라의 움직임에 자유를 줬다. 자유를 얻은 카메라는 다양한 위치에서 CG와 어우러져 다채로운 미장센을 만들어 낸다. 그 결과 국내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이 탄생했다. 큰 스케일, 화려한, 그리고 판타지다운 액션을 목격할 수 있다. 이 카메라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4DX’로 관람해도 꽤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방대한 이야기를 잘 정리한 영화

많은 분량의 이야기도 139분이라는 시간 안에 안정적인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다. 원작의 탄탄한 세계관이 이미 존재했기에 가능했을 일인데, 영화의 주제가 명확히 관객에게 전달된다. 앞서 말한 VFX가 영화의 분위기를 잘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과 이야기의 조화가 더 돋보였다. 그리고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영화의 편집은 김자홍(차태현)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를 보이게 하는 동시에, 비교적 긴 러닝 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게 한다.


걱정한 ‘신파’도 우려만큼 과하지 않으며, 많은 연령대의 관객들에게 따듯한 순간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신과함께>의 신파는 많은 연령대의 관객이 공유할 지점이 많다는 게 큰 장점이고, 연말에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을 지점도 만들어 낸다. 막대한 제작비 회수를 걱정하고, 관객의 감정에 호소할 필요가 있었던 김용화 감독은 최선의 선택을 한 듯하다.



<신과함께>는 이승의 업보와 저승에서의 결과(재판)를 동시에 보여준다. 타인과 공존하는 삶 속에서 죄를 짓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행동 하나하나가 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영화다. 벌을 심판하는 과정 속엔, ‘나는 어디에서 몇 년을 고통받아야 할까’ 몰입되는 섬뜩한 장면이 곳곳에 있다. 법과 제도 위에서 자유로이 유영하는 죄 많은 자들에게도 이 섬뜩함이 공평하게 전달되기를. 물론 스스로 ‘착하게 살자’부터 되뇌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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