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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Jan 14. 2018

[코코] 죽음으로 그린 동화

Appetizer#111 코코

<신과함께-죄와 벌>의 흥행과 저승
디즈니-픽사가 망자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
삶과 죽음에 다리를 놓는 영화
디즈니-픽사의 가치를 담은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의 흥행과 사후세계의 표현

2018년 시작과 함께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스크린 독과점의 논란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고 자유로워서도 안 될 영화이지만, 독과점이 천만 영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작년의 몇몇 사례(<군함도> 등)를 통해 봤다. 그렇기에 <신과함께>의 흥행을 무작정 깎아내릴 수 없다. 탄탄한 원작,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유머+신파’ 코드의 조합, 그리고 지옥을 표현한 뛰어난 CG 등이 천만 관객의 원동력이 되어줬을 것 같다.


<신과 함께>를 언급한 건, 천만 영화를 기념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지옥을 표현한 미장센에 관해 말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신과 함께>의 흥행은 ‘덱스터’의 기술력이 완성한 사후세계에 관한 다채로운 표현이 큰 몫을 담당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신과함께>는 신의 영역인 지옥을 살벌하면서도 흥미롭게 그려낸 영화다.


죽음 이후는 그 누구도 밟아본 적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영화의 시작부터 상상력의 근원이었던 우주처럼 창의성이 채워갈 여백이 많다. 인간이 살아서는 도달하지 못할 곳, 무수히 많은 신화와 상상력이 채워온 땅, 그곳이 저승이다. 그리고 최근 개봉한 영화가 부쩍 관심을 자주 보이는 무대이기도 하다. 재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 죽음 이후의 사랑을 보여주는 <고스트 스토리> 등이 죽음 이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글에서 다룰 <코코>가 있다. 디즈니-픽사는 죽음이라는 무시무시한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을까?



디즈니-픽사가 망자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

1998년 발매된 <그림판당고>라는 게임이 있다. <코코>처럼 망자의 날이 배경이고, 죽은 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 게임은 세계관이 독특했다. 망자들을 중심에 두면서도 다양한 유머와 유쾌함이 더해져 발랄한 느낌을 줬다. <코코>의 예고편을 보고 디즈니와 픽사가 <그림판당고>가 보여준 죽음과 유쾌함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스크린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했다. 그리고 직접 관람한 결과 <코코>는 기대했던 유쾌함에 따스함과 가족애까지 담아낸 걸작이었다.


<신과함께>의 저승이 끔찍한 형벌이 파노라마처럼 전시되는 지옥도였다면, <코코>의 사후세계는 망자들의 삶(이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금잔화의 꽃잎은 이승에서 저승까지 이어지고, 그곳에서는 헤어진 가족과의 재회라는 꿈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코코>가 보여주는 망자의 도시는 분주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이다. 디즈니와 픽사는 저승을 어둠이 아닌, 빛이 넘치는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덕분에 사후세계에 가질 법한 공포의 선입견을 지우고, 그 대신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코코>는 죽음으로 동화를 그렸고, ‘금기’를 넘은 것 같은 이 시도는 과감하면서 황홀했다.



삶과 죽음에 다리를 놓는 영화

<코코>는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을 잇고 인간의 여정을 확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 자체를 미화하거나 죽음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죽음이 삶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한다고 말한다. <코코>의 사후세계는 이승의 삶이 그대로 이어진다. 망자의 생전 기억, 직업, 가족 관계가 그대로 이어지고, 이는 이승에서 어떻게 살았는가를 반영한다.


<코코>는 망자가 기억되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후세계의 망자는 산 자들에게 기억됨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살아있는 자들은 망자를 기억함으로써 그들과 자신을 연결하고 삶을 더 풍성하게 한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종착지 덕분에, 산 자는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를 생각하며 살게 된다. 그래서 살아서 더 많은 걸 이루고, 더 많이 사랑하라고 말한다. <코코>는 망자의 날을 모티브로 죽음이 삶을 완성하고, 확장하는 영화다.



디즈니-픽사의 가치를 담은 영화

<코코>는 디즈니 픽사의 작품답게 창의성과 상상력으로 꽃피운 이야기가 추억과 사랑, 그리고 가족으로 완성되는 영화다. 환상적인 이야기로 재미와 감동, 거기에 삶의 의미까지 생각하게 한다. 특히, 픽사는 애니메이션이 아이들만을 위한 장르가 아닐 수 있다는 걸 아주 오래전부터 보여왔다. 이번엔 죽음이라는 묵직한 소재 때문인지 다양한 관객에게 더 다채로운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코코>는 이야기의 완성도 역시 뛰어난데, 제목으로부터 시작되는 복선은 영화의 중반부에 관객의 뒤통수를 제대로 저격하는 반전으로 이어진다. 곳곳에 심어진 이야기의 복선은 감정을 차곡차곡 쌓게 하고, 마지막에 큰 감동으로 돌아온다. 여기에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 ‘리멤버 미’는 감성을 더 자극한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꽤 오래 귀에 맴돌 것이다. <코코>는 죽음으로도 꿈을 말하고, 행복을 그려낼 수 있는 디즈니-픽사의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힘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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