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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Jan 26. 2018

[커뮤터] 결국, 지우지 못한 <테이큰>의 인장

Appetizer#112 커뮤터

액션 유망주 ‘리암 니슨’의 등장
‘통근 열차’를 활용한 공간 연출
결국, 지우지 못한 <테이큰>의 인장


리암 니슨이 보여줄 액션의 끝은 어디일까? 그는 <테이큰>에서 딸을 직접 구해내는 특급 아버지 역할을 소화한 이후, 액션 배우로서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강렬한 역할은 ‘시리즈’로 이어졌고, 전직 특수 요원 리암 니슨옹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많이도 뛰어다녀야 했다. 이쯤 되면 세 번이나 납치된 게 그의 탓인지, 납치된 딸의 잘못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딸을 잘 간수하지 못한(?) 브라이언 밀스의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테이큰>은 망가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액션 배우로서 리암 니슨의 입지는 더 탄탄하게 했다.


<테이큰> 외에도 <언노운>, <논스톱>, <툼스톤>, <런 올 나이트> 등에서 리암 니슨은 나이를 역행하는 액션을 펼쳤다. 영화에서 50대에 접어든 배우를 원톱으로 내세운 정통 액션 영화를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리암 니슨의 경우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 –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콰이진 곤’ 역 등을 맡으며 액션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 영화에서는 크게 활약한 적이 없던 편이다. 그는 50대가 되어서 혜성같이 등장한 액션 유망주로, 특별한 케이스다.



솔직히 말하자면, <테이큰2>를 관람한 이후, 리암 니슨의 액션 영화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가 등장하는 액션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언젠가부터 “반드시 죽일 거다”라는 대사를 기다리게 된다. 이는 <테이큰>의 그 유명한 대사 “I’ll find you, and I’ll kill you” 탓이 크다. 이처럼 그가 어떤 역할을 맡아도 <테이큰>의 브라이언 밀스의 인장을 지우지 못한다. 액션 배우로서 그가 가진 독특한 아이덴티티는 사실, ‘테이큰’ 시리즈의 브라이언 밀스라는 캐릭터의 연장으로 보인다.


이번에 개봉하는 <커뮤터>의 마이클 맥콜리(리암 니슨)도 브라이언 밀스와 쌍둥이 같은 캐릭터다. 그는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늙은 가장이고, 가족이 위험에 처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영웅이다. 브라이언 밀스가 특수 요원 출신이었다면, 마이클 맥콜리는 전직 경찰로 액션에 능숙한 캐릭터다. 그리고 역시나 가족이 위험에 빠지면서, 악당들과 싸우기 위해 피가 튀는 무대로 올라간다.



<커뮤터>가 다른 리암 니슨의 영화와 변별점을 가지는 건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논스톱>이 4만 피트 위의 비행기라는 공간에서 펼쳐졌다면, 이번엔 달리는 열차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는 열차에 타지 말았어야 할 이를 찾고, 동시에 악당들과 싸워야 한다. <커뮤터는> 빠져나갈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악당과 한 데 섞여 있다는 데서 오는 스릴이 있는 영화다. 통근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을 폭넓고 다채롭게 활용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더불어 주인공이 ‘멈추지 않는 기차’에서 감시받고 있다는 설정은 1994년 개봉한 <스피드> 등의 영화를 생각하게도 한다.


이번 영화엔 리암 니슨의 액션이 ‘롱테이크’로 연출되었다는 점도 독특하다. <테이큰> 등의 영화가 짧은 컷들을 이어 붙여 현란한 액션을 보여줬다면, <커뮤터>는 넓은 화면에서 긴 시간 동안 그의 액션을 따라가는 편이다. <테이큰>에 비해 액션 씬의 쾌감과 리듬은 분명 덜하다. 느려진 액션은 그의 나이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그의 처절한 모습을 비춘다. 나이 먹은 가장으로서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다만, 마이클의 맷집이 상당히 좋은 편인데(젊은이들에게 아무리 맞아도 멀쩡하다), 이런 요소가 긴장감을 낮추는 건 분명 흠이다.



<커뮤터>는 통근자를 중심 소재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바쁜 시대에 잠깐 스쳐 가는 인연,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항상 만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려는 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에 관해 뭔가 새롭거나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못했다. <커뮤터>는 통근자가 아닌, 통근 열차가 필요했던 영화다. 이런 점들 외에는 가족과 그를 지키는 가장에 관해 말하는 ‘리암 니슨’표 액션 영화의 전개를 그대로 밟는 편이다. 브라이언 밀스의 재림이라는 말도 어울릴 거 같다.


<커뮤터>는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해 익숙하고, 새로움이 덜하다. 그래도 예상했던 정도의 재미는 충분히 주는 영화다. 그렇다면, 리암 니슨의 다음 액션 영화는 뭘까? 하늘 위에서 활약한 <논스톱>, 땅 위에서 활약한 <커뮤터>에 이어 이제는 바다에서 활약할 차례일까. 어떤 무대에서 활약하든 <테이큰>과 브라이언 밀스의 인장을 지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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