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씨네픽업 - 골든슬럼버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 <골든슬럼버>가 찾아 왔습니다. <1987>에서 '이한열' 열사 역할로 깜짝 출연해 극장을 술렁이게 한 남자, 강동원의 신작 <골든슬럼버>에 관한 10가지 잡지식, 지금 살펴봅니다.
1. <골든슬럼버>는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장편소설과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스릴러 영화를 원작으로 합니다. 2008년 제5회 일본 서점대상,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받은 원작 소설은 센다이의 폐쇄된 공간에서 누명을 쓰고 쫓기는 한 남자의 3일을 따라갔습니다. 노동석 감독은 "원작 소설을 읽고, 엄청난 음모에 휘말리는 주인공이 아주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소재에 끌렸다"라면서, "영화적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원작의 흥미로운 설정을 하고, 2018년 한국의 상황에 맞게 한국적인 감수성을 끌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밝혔습니다.
2. 파란 택배 유니폼과 편안한 웨이브 헤어 등 외모부터, 5kg 체중 증량까지 소탈하게 변화를 꾀한 강동원은 <골든슬럼버>가 처음 기획될 당시인 8년 전부터 함께하며 '건우' 캐릭터에 애정을 쏟았습니다. '건우'는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택배기사인데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과 작은 선행이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착한 심성을 지닌 인물로, 인기 아이돌 멤버를 강도로부터 구해준 사건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강동원은 "억울한 일을 경험한 개인의 이야기를 현시대에 맞게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습니다.
3. 한효주는 <골든슬럼버>에서 '57분 교통정보' 리포터로 활동하는 '건우'의 고등학교 동창 '선영' 역할로 출연합니다. 하루아침에 암살범이 된 '건우'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친구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캐릭터의 모습을 그렸죠. 특히 한효주는 극 중 교통정보 리포터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교통정보센터를 견학하여 실제 아나운서가 어떻게 진행을 하는지 관찰하고, 코멘트 한마디도 아나운서의 도움을 받아 세밀하게 교정하는 등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4. 지난해 68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에서 악역 '장첸' 캐릭터를 통해 파격적 연기 변신을 선보인 윤계상이 <골든슬럼버>에서는 '무열' 역할로 특별출연 하는데요. '신무열'은 고등학교 시절 밴드의 메인 보컬이었던 '건우'의 친구로, 아버지의 장례를 같이 치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지만,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건우'에게 연락을 합니다. 보험 설계사가 되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던 '무열'은 국정원 요원인 자신의 실체를 처음으로 드러내며 조직의 계획에 의해 '건우'가 대선후보 암살범으로 지목됐고, 누구도 믿지 말고 도망치라는 말을 남깁니다.
5. 대통령 후보 차량 폭파 장면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광화문 세종로 로케이션이 진행됐는데요. 2009년 드라마 <아이리스>가 그 장소에서 총격전 촬영을 진행한 적이 있었죠. 지난해 초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시기라 촬영 허가가 쉽지 않았지만, <골든슬럼버> 제작진은 촬영 일정 및 방법, 진행 방식, 프리비주얼 작업 등 준비 끝에 약 4개월 만에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그 결과 보조출연 200명, 제작 지원 50명 등 약 450여 명의 제작진이 동원됐고, 소품 차량 약 50대, 메인 카메라 5대 포함, 고프로와 일반 카메라까지 총 14대의 카메라 등 대규모 물량이 투입된 장면이 완성됐습니다.
6. <골든슬럼버>는 도시 전역을 모니터링하는 CCTV를 피해 감시의 시선이 닿지 않는 지하 배수로를 가로지르는 '건우'의 도주 장면을 담았는데요. 이에 실제 생활 하수가 흐르는 홍제천 배수로에서 촬영을 진행했죠. 또한, 극 중 물이 방류하는 장면의 경우 20톤 컨테이너 내부에 칸막이를 제작하고 물이 쏟아지는 장치를 설치해 촬영했습니다. 강동원은 일반 남성이 견딜 수 있는 7t의 무게를 훨씬 넘어서는 13t 무게의 물에서 버티며 촬영을 진행했는데, 총 100t에 이르는 물을 방류했습니다.
7. 영화의 제목이자, '건우'가 오픈 준비 중이던 가게의 이름이며, '건우'와 친구들이 밴드 활동을 하던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이기도 한 '골든슬럼버'는 1969년 비틀즈 해체 직전 발표한 마지막 앨범 '애비 로드(Abbey Road)'에 수록된 곡입니다. 폴 매카트니가 멤버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사연으로 알려진 곡이죠. 노동석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자신이 지나온 삶의 시간을 떠올렸으면 하는 것이 목표였다"라면서, "비틀즈의 '골든슬럼버'는 '건우'가 주로 과거를 회상할 때 나오는 곡으로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과 감정을 담아내려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8. 배우들은 작품에서 밴드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을 직접 소화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강동원은 넥스트의 멤버인 기타리스트 데빈 리에게 촬영 전부터 고강도의 기타 강습을 받아 실제 촬영에서 故 신해철이 사용했던 기타로 연주를 했습니다. 신해철의 곡들은 '건우'를 비롯한 친구들의 우정과 청춘을 대변하는데요. 김태성 음악감독은 한국의 록밴드들이 가장 많이 부르고 좋아하는 곡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9. 신해철의 노래 '그대에게'와 '힘을 내'가 영화 OST로 스크린에서 울려 퍼지는 것도 처음이지만, 그 중 '힘을 내'는 유가족의 지원을 받아 발표되는 미공개 보컬 트랙 버전입니다. 고인이 남겨 놓은 컴퓨터 파일 속에서 발견된 것으로 본 녹음에 앞선 리허설 트랙입니다. 김태성 음악감독은 '힘을 내'를 엔딩 크레딧에 사용하기 위해 '주연 배우들과 신해철의 합창'으로 콘셉트를 정하고, 배우들의 녹음 과정에서 신해철과 실제로 합창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다각도로 디렉팅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 신해철과 절친한 동료인 남궁연이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음향 엔지니어이자 <라라랜드> 월드투어 음향감독인 트로이 최와의 협업으로 믹싱을 마쳤죠.
10. <골든슬럼버>는 노동석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 작품이 됐습니다. 그는 2005년 꿈을 쫓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은 늘 불안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마이 제너레이션>(2004년)으로 제6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특별상을 받았죠. 2007년에는 내일에 대한 희망 없이 살아가는 두 청춘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7년)로 제60회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았습니다. 노동석 감독은 "인생을 돌아보고, 친구와 가족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