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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Feb 21. 2018

[골든슬럼버] 강동원의 이미지도 막을 수 없는 틈

Appetizer#117 골든슬럼버

13톤 물의 무게를 견딘 강동원?! 양기자가 준비한 <골든슬럼버>에 관한 10가지 잡지식!


강동원의 이미지가 가지는 파괴력에 관해서는 새롭게 할 말이 없다. 하나씩 되짚어보면, <가려진 시간>의 어른과 소녀의 교감이 영화의 주제와 맞게 연출될 수 있던 건 강동원의 얼굴이 가진 순수함과 소년성 덕이었다고 쓴 적이 있다. (당시, 감독은 성인 어른과 소녀의 교감이 ‘소아성애’로 보일까 걱정했다고 한다)

  

그의 이미지는 단순히 ‘잘 생겼다’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력도 있다. 얼굴과 우산만으로 일상을 판타지로 만든 <늑대의 유혹> 등장 씬이 있는가 하면, <검사 외전>에선 사기꾼임에도 관객에게 응원을 받는다. 그의 이미지엔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걸 넘어, 설득하는 힘이 있다. <1987>에서도 강동원이 처음 등장할 때, 들었던 함성(?!)을 잊을 수가 없다. 거대한 역사적 비극 속에서도 그의 이미지는 유독 빛났고, 관객을 홀렸다.



<골든슬럼버> 역시, 강동원의 이미지에 많이 기댄다. 모범시민이었고, 뿜어져 나오는 선의를 감출 수 없는 김건우(강동원)의 얼굴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골든슬럼버>는 이미지의 힘,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권력에 관해 말하는 영화다. 대중이 이미지에 얼마나 민감한지 대사로 말할 정도로 이미지에 집착한다. 그래서 수많은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이미지에 관해 말하는 영화에 강동원만큼 적절한 얼굴이 있을까. 그의 이미지와 적절한 연기 덕에, <골든슬럼버>가 이미지의 힘에 관해 말하고자한 의도는 충족된다.


하지만, 역으로 <골든슬럼버>는 이미지만으로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두 가지 정도가 몰입을 방해했다. 우선, 주인공의 적대 세력이 전혀 위압감을 주지 못한다. 대개 영화에서 적대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긴장감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데 <골든슬럼버>의 적들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김건우를 위협하지 못한다. 너무도 허술하고, 긴장감을 만들지도 못했다.



영화의 적들은 첫 등장이 가장 강력했고, 이후엔 갈수록 힘을 잃는다. 그들은 김건우를 너무도 쉽게 놓친다. 광화문에서 대범하게 범죄를 계획하고, 살인을 쉽게 저지르는 이들과 같은 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총을 쏠 수 있을 때, 이유 없이 쏘지 않는 장면에서 몰입감이 상당히 깨지는 편이다. <골든슬럼버>엔 적을 병풍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장면이 너무도 많았다.


영화가 시도한 정치와 사회를 향한 풍자와 비판도 어설프다. 강렬한 메시지를 위해 넣은 티가 팍팍 나는 이런 설정은, 한국 상업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설정이 식상하지 않으려면 비판의 대상을 제대로 묘사하거나, 강렬하게 표현했어야 했다. 하지만 <골든슬럼버>는 이를 묘사하는 데 게을렀다. 덕분에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여기에 우정이란 이름으로 모든 문제를 해소하고, 감동을 주려는 시도는 게으른 연출의 화룡점정이다.



그렇게 <골든슬럼버>는 강동원의 이미지가 빛날 수는 있지만, 영화적 문제를 모두 가릴 수 없음을 보여준 좋은 지침서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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