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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Nov 27. 2018

[국가부도의 날] 알면 재미있는 10가지 잡지식

영읽남의 씨네픽업 - <국가부도의 날>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 관한 10가지 잡지식, 지금 출발합니다.



1. IMF 협상 당시에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

먼저, 영화를 보기 전에 알면 좋은 단어를 살펴볼까요? 세계통화질서의 안정과 유지를 목적으로 1945년 설립된 국제금융기구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는 외환시세 안정, 외환 제한 철폐와 자금 공여 등의 활동을 하는데요. 1997년 12월, 대한민국은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하락하며, 경제 위기를 맞이합니다. 정부는 IMF가 제시한 강력한 정책이행을 조건으로 550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는 협정을 체결하는데요. 작품을 쓴 엄성민 작가는 "IMF 협상 당시에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고 시나리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습니다.


2. ‘롤 오버’를 통해 국가의 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외환보유액'은 긴급사태 발생으로 금융회사 등 경제 주체가 해외에서 외화를 빌리지 못해 대외결제가 어려워질 경우에 국가의 비상자금으로 대비하는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에서 외화가 부족하고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시장안정을 위해 사용되죠. 또한, '롤 오버'(Roll-Over)는 채권이나 계약 등에 대한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만기를 연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극 중 '한시현'(김혜수) 팀장은 대한민국이 해외에서 빌려온 돈에 대한 만기 연장 비율인 '롤 오버 비율'이 점점 떨어지자 위기를 감지하게 됩니다.



3. 김혜수는 연기를 위해 경제학 수업을 들었다

김혜수는 이번 작품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맡았습니다. 국가 부도의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로, 김혜수는 전문 용어로 가득한 많은 양의 대사를 소화했는데요. 김혜수는 "전문가에게 경제학 수업을 듣고, 수차례의 리딩 작업을 통해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체화되고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이야기했죠. 한편, 제작사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는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하고 그 이야기를 관객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해 줄 배우는 김혜수가 적격이었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소개했습니다.


4. 김혜수는 최근 1997년과 관련된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다

김혜수는 최근 다른 작품에서 1997년을 살아온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먼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드라마 <직장의 신>(2013년)에서 계약직 '미스김'으로 등장했었죠. 그녀는 은행원으로 재직 중 정리해고를 당한 이후,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의 삶을 시작한 캐릭터였죠. 드라마는 IMF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또한, 무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시그널>(2016년)에도 출연했었는데요. 김혜수는 미제로 남은 1997년의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해가는 강력계 형사 '차수현'을 연기했죠.



5. 허준호는 악역을 맡지 않았다 

유아인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사표를 내고 개인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하는 '윤정학'을 연기합니다. IMF 당시 12살이었던 유아인은 한 영화 프로그램에서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아빠에게 '달러 사둬'라고 말할 것 같다"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죠. 한편, 작은 그릇 공장을 운영하는 평범한 가장 '갑수' 역에 허준호가 출연하는데요. 과거 악역을 전문으로 맡았던 허준호 배우에 대해, 이유진 대표는 "<부모님 전상서>(2004~05년) 같은 작품에서 굉장히 선한 역할을 하셨던 기억이 났다. 그때 이미지가 무척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캐스팅 제안을 하게 됐다"라는 뒷이야기를 전했습니다.


6. 뱅상 카셀이 출연한 최초의 한국영화다

<블랙 스완>(2010년), <미녀와 야수>(2014년) 등에 출연한 뱅상 카셀이 최초로 한국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한 'IMF 총재'로 등장한 가운데, 뱅상 카셀은 "예전의 그 사건이 왜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번 작품을 통해 당시 한국의 상황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남겼는데요.


이유진 대표는 "분량은 많지 않지만, 큰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 인물이라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무작정 뱅상 카셀의 에이전시를 두들겨보자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다행히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 하며, 출연이 성사됐다"라고 밝혔습니다.



7. 캐릭터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촬영톤을 추구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공작>의 최찬민 촬영감독이 이번에도 작업에 참여하는데요. 그는 '한시현'과 '윤정학', '갑수'가 주축이 되는 각기 다른 상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촬영톤을 달리했습니다. '한시현' 라인은 인물이 놓인 상황에 따라 혼란스러운 색감에서 안정된 톤으로 전환되고, '윤정학' 라인은 '한시현' 라인과는 상반된 콘트라스트와 색감으로 더욱 생기있는 톤으로 표현하여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밀도 높게 담아냈는데요. 여기에 갑작스러운 국가적 위기에 개인의 삶이 위태로워진 '갑수' 라인은 핸드헬드 촬영으로 그 불안감과 위기감을 표현했습니다.


8. 당시 한국은행이었던 화폐박물관에서 촬영이 진행되었다.

배정윤 미술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대책팀 사무실부터 종금사,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사무실, 협상장, '갑수'의 아파트 그리고 청와대 집무실 등을 구현하기 위해 1990년대의 느낌이 남아있는 정부 관사 등 실제 장소와 오픈 세트를 찾아 디테일을 더하는 방식으로 시대적 분위기를 담아냈는데요. 특히, 한국은행 외부 촬영을 위해 당시 한국은행 건물인 현 화폐박물관 앞 공간을 어렵게 허가받아 촬영했으며, 통화정책팀 사무실 내부는 현재 비어 있는 동부지방법원 건물을 활용해 오픈 세트를 꾸몄습니다. 또한, 형광등, LED 조명, 창틀 등이 지금과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이런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자 했죠.



9. 코리안 특급 박찬호에 관한 소품을 볼 수 있다

외부 거리가 등장할 때, 박찬호의 활동이 들어 있는 신문과 잡지, <접속>과 같은 영화 포스터 등 당시 시대상이 녹아 있는 소품이 등장하는데요. 제작진은 컴퓨터 화면에 띄워야 하는 자료, 책상 위 문서 서류 등 카메라 앵글에 가려질 수도 있지만, 배우의 연기에 따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자료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내용도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일일이 '팩트 체크'를 해야 하는 전문 용어들이기 때문에 더 큰 공이 들어야 했는데요. 특히 '정학'이 브리핑하다 엽서 꾸러미를 날리는 장면에 사용된 엽서는 소품팀이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었죠. 여기에 당시의 실제 뉴스 화면들을 사용해 리얼리티를 살렸습니다.


10. 강남 오렌지족의 패션을 볼 수 있다

시대상은 물론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의상은 <1987>, <공작> 등에 참여했던 채경화 의상감독이 맡아 관료 사회의 보수적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당시의 유행 패턴이 들어간 '한시현'의 정장 스타일을 비롯해 강남 오렌지족의 패션과 소품까지 재현해냈죠.


여기에 <1987>, <강철비> 등에 참여했던 김태성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아 국가 부도의 위기 속 위태로웠던 당시 상황을 음악으로 담아내는 데 주력했는데, 이를 위해 기존 한국영화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1970년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통해 모든 사운드를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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