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Mar 08. 2019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영화 10선!

영읽남의 씨네픽업 - 라스트 미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이자, 멕시코 카르텔을 위해 택배로 마약을 공급하는 80대 상인 레오 샤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라스트 미션>이 개봉합니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10여 년 만에 동시에 맡은 작품이죠.


<아메리칸 스나이퍼>(2014년)를 통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인연을 맺은 브래들리 쿠퍼가 마약단속국(DEA) 요원 '콜린 베이츠' 역할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딸 앨리슨 이스트우드가 마약 상인 '얼 스톤'(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딸 '아이리스'를 연기하는 <라스트 미션>의 개봉을 앞두고, 시네마피아에서는 지금까지 명배우이자 거장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을 했던 작품 중 인상적이었던 영화 10편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해봤는데요.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 <버드> (1988년)

<버드>는 재즈 색소폰 연주자인 '찰리 파커'(포레스트 휘태커)의 삶과 음악에 대한 찬사를 담은 영화인데요. 캔자스 시티의 유년기부터 34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의 삶을 몽타주로 구성했습니다. '버드'는 찰리 파커의 별명으로, 그는 비상하는 새처럼 힘찬 날갯짓으로 인간과 음악의 재창조를 이루어 냈다는 평을 받았으나, 동시에 갈등과 방황을 경험한 약물 중독자이기도 했는데요.


1945년 찰리 파커의 공연을 보면서 평생 재즈의 팬으로 살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작품 준비를 위해 찰리 파커의 '사실혼 배우자'였던 '찬 파커'(다이안 베노라)를 만났고, '찬 파커'의 회고를 통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찬 파커'는 은행 창고에 보관 중이던 분실 녹음 자료를 전달해주기도 했죠. 한편, <버드>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상영됐고, 포레스트 휘태커는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첫 번째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버드>는 음향상을 받았는데, 그만큼 찰리 파커의 음악을 영화에 잘 녹여냈다는 평을 받았죠.



2. <용서받지 못한자> (1992년)

<용서받지 못한자>는 살인을 그만둔 무법자가 현상금을 벌기 위해 다시 무법자로 변모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겪는 내면의 회한을 그린 작품인데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1964년), <석양의 무법자>(1966년) 등 '스파게티 웨스턴'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가치관을 따르는 것을 거부한 1960~70년대의 '수정주의 서부극'을 토대로 자신만의 색채가 묻어나는 작품을 연출했습니다. 명예보다 이익을 위해서 온갖 굴욕을 감수해서라도 비열한 모습을 보여준 주인공, '윌리엄 머니'를 연기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반성적 시선도 보여줬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9개 후보에 올랐던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게 생애 첫 번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겨줬고, 마을의 부패한 보안관인 '리틀 빌 대거트'를 연기한 진 핵크만은 남우조연상을 받았으며, 그리고 편집상까지 취하면서 4관왕 작품이 됐는데요. 또한, 1,400만 달러로 제작되어 1억 5,915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로 이름을 남기게 됐습니다.



3.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995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1965년,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프란체스카 존슨'(메릴 스트립)과 사진 촬영을 위해 마을에 온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룰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다룬 영화입니다. 나흘간의 시간이 삶 전체를 장악할 정도로 강렬하고 간절했던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불륜 미화'라는 일부 평도 있었지만, 진정한 사랑을 대표하는 이야기로 자리잡았습니다. 1992년 로버트 제임스 윌러가 쓴 소설의 매력에 사로잡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연출은 물론 직접 출연하는 것에 욕심을 냈었는데요.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가 아닌 온전히 자신만을 향한 '로버트'의 사랑에 들뜨는 마음을 감출 수 없고, 생애 단 한 번밖에 없을 사랑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프란체스카'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은,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 시상식에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죠. 약 2,4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1억 8,201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1995년 전 세계 로맨스 영화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습니다.



4. <미스틱 리버> (2003년)

<미스틱 리버>는 25년의 격차를 두고 두 번에 걸쳐 반복되는 사건 때문에, 파국적 관계를 맺게 되는 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고전적이고 비극적인 드라마 형식 속에 담아낸 영화인데요. 2001년 데니스 루헤인이 쓴 동명 소설의 줄거리를 보고 "아동학대를 단순히 범죄로 다루지 않고 이로 인한 비극적인 인과관계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관심을 가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영화화를 결심했죠. 영화의 촬영지로 보스턴 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감독의 주장에 따라 작품은 보스턴 올로케이션으로 제작됐는데요.


앞서 언급했듯이 재즈를 사랑하고,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직접 영화 음악을 담당했고, 역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했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을 포함한 6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사랑하는 딸이 죽고 난 후 직접 범인을 찾아 응징할 것을 결심한 '지미' 역의 숀 펜이 남우주연상을, 어린 시절부터 '지미'와 '데이브'(팀 로빈스)와 함께 친구 사이로 지내고, 형사가 되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숀' 역의 케빈 베이컨이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5. <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4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딸에게 의절 당한 채 살아가던 한 권투 트레이너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딸처럼 여기게 된 선수 '매기'(힐러리 스웽크)의 부상 이후 윤리적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함께 해오던 워너 브라더스 관계자들도 "여자 권투 선수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할 사람은 없다"라고 거절했지만, 그는 "권투는 배경이며, 부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먼저"라며 설득한 끝에 제작을 할 수 있었죠. 이처럼 영화는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서로를 아끼게 되는 과정, 그렇게 사랑하게 된 사람의 삶과 죽음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준 작품이었는데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후보에 올랐으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생애 두 번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다 권투에 빠져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매기' 역의 힐러리 스웽크가 여우주연상을, 한쪽 눈을 실명한 후 권투 선수에서 은퇴하고 '프랭키'의 체육관에서 청소부 일을 하던 '에디 듀프리스' 역의 모건 프리먼이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6~7. <아버지의 깃발>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2006년)

2006년 10월과 12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동시에 선보였는데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일어난 이오지마 전투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아버지의 깃발>이 미군의 시선으로 그려져 당시 국내에서 정식 개봉된 작품이었다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미 해병대에 포위된 '쿠리바야시'(와타나베 켄) 장군과 병사들이 최후를 맞이하는 과정을 다뤄 국내 정식 개봉이 되지 않은 작품이 됐었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오지마에서 일어난 두 개의 다른 시점을 선보였으나, 국가라는 환상에 관해 묻는 하나의 질문을 공유하고자 했는데요.



<아버지의 깃발>을 통해 감독은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전쟁영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기억, 신념, 나아가 매스컴과 전쟁, 국가가 맺는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로는 승산도 없는 상황에서 무의미한 '자폭 테러'에 가까운 전투를 강요하는 당시 일본군의 무책임한 모습을 통해 국가가 국민들을 '소모품 취급'하던 비정한 모습을 보여줬죠. 단순히 "일본군을 미화했다"라는 이유로 이 작품을 '거르기'에는 아쉽다는 국내 평들도 존재했습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아버지의 깃발>보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가 더 많은 호평을 받았고, 이는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에서 드러났죠.


<아버지의 깃발>이 음향상, 음향효과상 후보에 오르는데에만 그친 반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를 포함해, 음향효과상을 받으며 수상 레이스를 마쳤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외국작품상으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가 아닌 <아버지의 깃발>을 선정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광복절이 될 무렵, 일본 '지상파 TV'에서는 흔하게 틀어주는 작품으로 자리 잡게 되어, 감독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는 방영을 하기도 했죠.



8. <그랜 토리노> (2008년)

<그랜 토리노>는 6.25 전쟁에 참전했던 외골수의 보수적인 노인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옆집으로 이사 온 아시아계 이민자들과 우연한 사건으로 엮이면서, 평생 처음 마음을 열고 삶에 다시 없을 선택을 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인데요. 마초 기질이 농후하며 인종차별주의자이면서, 타협은 없는 원칙주의자 '꼰대'인 '월트'를 연기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을 지닌 자신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인종 편견과 차별 등 극우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의 자세를 작품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비록 아카데미 수상이나 후보는 없었으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제이미 컬럼이 부르고, 감독의 큰아들인 카일 이스트우드가 작곡한 엔드 크레딧 속 주제가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죠. 또한,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약 2억 7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됐습니다. 한편, 이 작품 개봉 이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그는 "39년 전 첫 영화를 만들었을 때, 아무도 나를 영화감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 영화인들은 나를 지지해 줬고, 프랑스는 영화를 예술로 접근하는 드문 나라 중의 하나"라는 소감을 남겼죠.



9. <아메리칸 스나이퍼> (2014년)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공식적으로는 160명, 비공식적으로는 255명을 저격·사살해 미군 사상 최다 저격 기록을 가진 미 해군 네이비 실 저격수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의 실화를 그린 영화입니다. 크리스 카일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당시 그의 자서전은 150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며 화제가 됐는데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단순한 영웅주의를 보여주고자 하지 않았고, 적을 죽이면서 그 자신도 죽어갔던 한 남자의 내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내면 연기를 선보인 배우는 브래들리 쿠퍼였는데요. 근육량이 100kg이었던 '크리스 카일'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 당시 83kg밖에 되지 않았던 그는 3개월 동안 쉬지 않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으며, 총을 익숙하게 다루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총을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사용해야 하기에 총을 쥐고 어떻게 포복하는지, 특정 장소에서 어떻게 자리 잡는지, 어떻게 호흡을 제어하는지도 숙지하며 실제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는데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그 중 음향효과상을 받아 관객을 전장의 한복판으로 인도했다는 공을 인정받았습니다.



10.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2016년)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은 2009년 탑승객 155명 전원이 생존한 비행기 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요. 208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체슬리 설렌버거'(톰 행크스) 기장은 빠른 판단으로 승객 150명과 자신을 포함한 승무원 5명 중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살릴 수 있었는데요. 침착한 대응, 승객과 시민들의 협조, 4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한 첫 구조선과 1,200여 명의 뉴욕시 구조원들, 해안경비대, 잠수부, 구조용 보트와 130명의 사람을 실어 나르던 7대의 출근 보트 등 모두가 하나가 된 순간이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관객들의 눈물샘이나 자극하는 '억지 감동' 영화와는 거리가 먼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단순히 노골적으로 실화 사건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고 이후 우리가 모두 고민해야 할 점을 영화로 제시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힘이 컸기에 가능했죠. 이는 '설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설렌버거' 기장의 죄책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단순히 사람을 구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자책은 영화 내내 톰 행크스의 연기를 통해 선보여졌는데요. 또한, 기술적으로도 이 작품은 인상적이었는데, IMAX 카메라로 촬영되어 웅장한 화면을 선보였으며,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편집상 후보에 이름을 올려 비상 착수 과정 등에서 나오는 비행기 음향을 잘 편집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연출 작품 중 인상적이었던 영화 10편을 살펴봤습니다. 이 외에도 그가 연출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캡틴 마블] 알면 재미있는 10가지 잡지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