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읽남의 씨네픽업 - 어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은 <겟 아웃>을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13만 관객을 동원한 만큼, <어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이렇다 할 정보가 개봉을 앞두고 공개되지 않아 의문점도 주고 있는데요. '인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조던 필 감독은 <어스>의 출연 배우들에게 "10편의 작품을 보고 촬영에 임해줄 것을 추천했다"라고 밝혔죠. 그래서 시네마피아에서는 그 10편의 작품을 살펴보고, 그 작품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지 추측해봤습니다. 그럼, 지금 출발합니다.
<새> (1963년)
키노라이츠 - 98.15% 3.87/5 (그린)
로튼토마토 - 96% 8.15/10 (프레쉬 인증)
<새>는 사교계 명사 '멜라니 다니엘스'(티피 헤드런)라는 오만하고 자기중심적 성격을 지닌 인물이 '보데가 베이'에 간 후, 알 수 없는 새의 공격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입니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시나리오 수정 단계를 거치면서, 새들의 공격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으며 더욱 공포를 유발했는데요. 동시에 버나드 허먼 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대표되는 스코어 음악을 하나도 넣지 않았고, 첨단 전기음향을 통해 인공과 자연 새소리를 섞어 사운드트랙을 만들었죠.
그리고 실제 새들을 배우와 필름에 이중 인화해 활용했고, '매트 페인팅' 기법을 이용해 기계 새와 진짜 새를 섞어 새들의 공격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멜라니'를 연기한 티피 헤드런은 지금은 사라진 골든글로브 시상식 신인여우상을 받았죠. 한편, 이 작품을 통해 '조류 공포증'이라는 정신신경증적 증상을 호소한 관객이 늘어났는데, 일상의 흔한 존재인 '새'가 공포의 존재로 변하는 것처럼, <어스>에서도 '평범한 소재'가 어떤 공포로 바뀔지 궁금해집니다.
<샤이닝> (1980년)
키노라이츠 - 98% 4.23/5 (그린)
로튼토마토 - 86% 8.39/10 (프레쉬 인증)
<샤이닝>은 폭설로 인해 겨울에는 영업하지 않는 '오버룩 호텔'에 소설가 '잭 토랜스'(잭 니콜슨)가 작품 활동을 위해 아내 '웬디 토랜스'(셜리 듀발), 아들 '대니 토랜스'(대니 로이드)를 데려와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영화입니다. 작품에서 '대니'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타인이나 사물의 깃든 영혼과 소통하는 초인적인 능력인 '샤이닝'이 있는 가운데, 창작 과정에서 오는 고통으로 인해 괴로워하던 '잭'이 호텔에 깃든 원혼에 사로잡혀 광기를 드러낸다는 내용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이죠.
스티븐 킹 작가의 원작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연출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인데요. '완벽주의자'라는 별칭이 있는 감독답게 작품에는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였는데, '스테디캠'으로 만들어진 자전거 롱테이크나, 미로 장면, 그리고 슬로우모션으로 등장하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피 장면은 철저한 계산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무런 후보도 오르지 못한 것이 이상할 정도죠. 한편, 정체를 모르는 일로 가족이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이 <어스>와 연결 고리가 되겠습니다.
<환생> (1991년)
키노라이츠 - 100% 3.5/5 (그린)
로튼토마토 - 83% 7.27/10 (프레쉬 인증)
<환생>은 약 40년 전 아내를 가위로 찔러 죽였다는 혐의로 사형된 주인공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운명의 힘으로 환생하고, 옛 아내였던 여인을 만나 다시 사랑하게 되며,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입니다. 두 연인의 못다 한 과거의 사랑이 다시 태어나 이뤄진다는 내용은 전생, 윤회 등과 같은 동양적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죠. <환생>의 메가폰을 잡은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구성법, 컬러와 흑백으로 이뤄진 화면 구성으로 세련된 연출을 선보였는데요.
현재는 이혼했으나, 당시 부부 사이였던 케네스 브래너가 '로만 스트라우스'와 '마이크 처치'를, 엠마 톰슨이 '마가렛 스트라우스'와 '그레이스'를 연기해 케미를 선보였죠. <환생>의 주인공처럼, <어스>의 배우들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생물체'를 뜻하는 '도플갱어' 현상을 연기해야 했는데요. 또한, <환생>에서는 아내를 죽이게 한 도구로 '가위'가 사용됐고, <어스>에서도 보도자료 사진으로 '가위'가 등장한 만큼 '가위'도 어떤 연결 고리가 될지 기대됩니다.
<퍼니 게임> (1997년)
키노라이츠 - 76.92% 3.23/5 (그린)
로튼토마토 - 66% 6.77/10 (프레쉬)
<퍼니 게임>은 <하얀 리본>(2009년), <아무르>(2012년)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1997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던 <퍼니 게임>은 상영 당시 과도한 폭력 장면으로 관객과 평론가들 일부가 자리를 떠나기도 했죠. 이것은 감독의 의도였는데,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폭력을 무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목적으로 작품을 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퍼니 게임>은 어느 호숫가 별장에 한 가족이 휴가를 즐기고자 방문하고, 낯선 청년들이 가족을 습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는데요. 이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2007년에 '미국 버전'으로, 거의 모든 장면을 비슷하게 연출했습니다.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을 통해, 미국 관객들에게도 폭력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함이었죠. '리모컨'처럼 독특한 장치를 사용한 <퍼니 게임>의 공포가 <어스>와는 어떻게 이어질 지 궁금해집니다.
<식스 센스> (1999년)
키노라이츠 - 98.08% 3.87/5 (그린)
로튼토마토 - 85% 7.63/10 (프레쉬 인증)
<식스 센스>는 8살 소년 '콜 시어'(할리 조엘 오스먼트)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죽은 자들의 모습이 나타나고, 아동 심리학자 '말콤 크로우'(브루스 윌리스)가 '콜'의 문제를 해결할 즈음 새로운 사실에 부딪힌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렇게 소개했지만, <식스 센스>는 '반전의 대명사'로 현재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는 작품으로, 4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6억 7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박스오피스 흥행을 기록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할리 조엘 오스먼트), 여우조연상(토니 콜렛), 편집상까지 주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해냈는데요. 오싹한 긴장감을 주면서 동시에 가슴 아픈 정서를 담은 드라마의 역할까지 모두 해내는 작품으로, 이후 브루스 윌리스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이스트레일 177' 3부작 속 '데이빗 던' 캐릭터를 연기했죠. 한편, <어스>도 <식스 센스> 만큼의 '반전'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장화, 홍련> (2003년)
키노라이츠 - 91.14% 3.63/5 (그린)
로튼토마토 - 85% 7.1/10 (프레쉬 인증)
<장화, 홍련>은 동명의 전래 동화를 김지운 감독이 현대적 해석을 통해 연출한 영화로, 현재까지도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으며, 한국 공포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입니다. 요양을 마치고 시골집에 돌아온 '수미'(임수정)와 '수연'(문근영) 자매가 첫날부터 환영을 보거나 악몽에 시달리고, 정서 불안 증세를 보이는 새엄마 '은주'(염정아)는 자매를 챙기려 하지만, 집안에서 괴이한 일들이 잇달아 벌어진다는 것이 <장화, 홍련>의 설정이죠.
막판까지 공포의 실체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는 대신 복도에서 들리는 발소리, 삐걱거리며 열리는 문, 악몽 등 갖가지 전조들을 통해 공포의 농도를 높여가는데요. 3층 목조가옥 내부의 상징적인 의미가 담긴 각종 소품이나, 이병우 음악감독의 뛰어난 OST도 인상적인 작품이었으며, '수미'를 연기한 임수정은 이 작품으로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받기도 했죠. '가족 괴담'과 '귀신들린 집'이라는 두 축을 소재로 한 공포가 <어스>와는 어떤 연결 고리가 될지 궁금해집니다.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2008년)
키노라이츠 - 64.29% 2.71/5 (옐로)
로튼토마토 - 55% 5.59/10 (로튼)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은 두 소녀가 각각 순교자와 희생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잔혹성을 보여주고자 만든 영화입니다. 단순히 이유 없는 잔혹성을 보여주지 않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모든 것을 획득하려는 가치상실된 인간들과 그들로 인해 폭행당하는 약자들의 순환을 담아내고자 했는데요. 고어한 이미지와 더불어 영화가 전달한 정서적 충격은 상대적으로 심의에 자유를 둔 프랑스에서도 '18세' 등급을 받았죠.
'마터스'는 순교자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작품을 연출한 파스칼 로지에 감독은 "사회나 정치적 면에서 복수를 뛰어넘어, 두 소녀의 믿음과 고통의 극한을 지나 순교적인 단계로 올라서면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을 그려내고자 했다"라며, "공포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장르의 클리셰와 더불어 장르 자체에 대한 편견과도 싸우고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겟 아웃>을 통해 그러한 클리셰를 무너뜨리고자 했던 조던 필 감독이 이 영화를 왜 추천했는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렛 미 인> (2008년)
키노라이츠 - 96.91% 3.91/10 (그린)
로튼토마토 - 98% 8.28/10 (프레쉬 인증)
<렛 미 인>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12살 소년 '오스칼'(카레 헤레브란트)과 오랜 세월을 12살로 사는 뱀파이어 '이엘리'(리나 레안드레손)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토마스 알프레드손 감독은 "욘 린퀴비스트 작가의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의기소침하며 회색 빛으로 가득 찬 스웨덴, 가혹한 사회 조건들, 왕따와 피로 물들여진 잔혹함 등이 포함됐음에도 희망과 행복으로 끝나는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로 보게 됐다"라고 밝혔죠.
이처럼 <렛 미 인>은 사랑과 신뢰가 한 인간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자유롭게 하는지를 러브 스토리와 공포적 요소로 보여주는데, 특히 '뱀파이어' 신화를 현대적으로 접목시킨 조합은 인상적이었으며, 이후 클로이 모레츠 주연의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진행됐습니다. 조던 필 감독이 추천한 10편의 작품 중 유일하게 '뱀파이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이 작품이 주고자 한 목적이나 소재 등에서 어떤 요소를 담고 싶었는지 궁금해지네요.
<팔로우> (2014년)
키노라이츠 - 87.5% 3.33/5 (그린)
로튼토마토 - 96% 8.08/10 (프레쉬 인증)
<팔로우>는 10대 소녀 '제이'(마이카 먼로)가 데이트 이후, 오직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공포의 존재가 나타나 계속해서 따라다닌다는 저주의 내용을 담은 공포 영화입니다. 데이빗 로버트 밋첼 감독은 어린 시절 악몽인 '나만 볼 수 있는 꼬마 귀신이 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꿈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성적 관계를 통해 사람들이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 착안해서, 그 저주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방식으로 선택했는데요.
하지만 감독은 "섹스에 대한 금욕주의적 설교나, 도덕적 메시지 전달보다, 누구나 인생에서 자신의 성이 두려운 것임을 알게 되는 순간, 모든 종류의 불안감이 그때부터 생기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이것을 영화를 통해 다르게 시험해보고자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 짓고 싶지 않았기에 감독은 언뜻 보면 1970~80년대 같지만 현대적인 요소 또한 가미해 시간에서 벗어난 듯한 톤을 만들어냈죠. <어스>에서도 이러한 공포의 존재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연결 고리가 될 것 같습니다.
<바바둑> (2014년)
키노라이츠 - 92.59% 3.43/5 (그린)
로튼토마토 - 98% 8.21/10 (프레쉬 인증)
<바바둑>은 출산을 위해 병원을 가던 중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그때 태어난 행동장애 아들 '사무엘'(노아 와이즈만)을 홀로 키우는 워킹맘 '아멜리아'(에시 데이비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아멜리아'가 '사무엘'이 아빠의 창고에서 발견한 그림책 '바바둑'을 읽게 되는데, 그 책이 알고보니 악령의 저주가 담긴 금서임이 드러나고, '바바둑'이 모자를 위협하게 된다는 내용이 <바바둑>의 줄거리죠. 두 등장인물의 세세한 감정 라인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선댄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첫 선을 보인 호주 영화 <바바둑>은 뉴욕 비평가 협회 신인작품상 등을 받았고, 호주 대표 시상식인 AACTA 어워드에서 작품상, 감독상(제니퍼 켄트), 각본상(제니퍼 켄트)을 받아 제니퍼 켄트 감독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죠.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어, 한부모 가족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 이 작품은, <겟 아웃>을 통해 공포와 더불어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던졌던 조던 필 감독이 추천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