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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Nov 20. 2019

[겨울왕국 2] 경외감과 공허함을 동시에 주는 여정

Appetizer#142 겨울왕국 2

라이터를 켜라 #4 - 겨울왕국 2


라이터를 켜라?
이 영화 봐도 좋을까? 평점 서비스 키노라이츠의 데이터와 관람객의 관람평, 그리고 키노라이츠 편집장의 시선으로 개봉작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이를 종합해 빨강, 노랑, 초록 불로 영화 관람을 추천해드립니다.
영화 ‘겨울왕국 2’ 스틸 (출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초의 디즈니 천만 영화이자 애니메이션 유일의 천만 영화의 후속편. 80%가 넘는 사전 예매율….’ 매년 찾아오는 디즈니 영화 중 하나임에도 <겨울왕국 2>가 받는 기대는 남다르다. 예고편 하나, OST를 담당한 가수 등 영화의 주요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이목이 집중된다. 그리고 이 기대처럼 올겨울엔 또 다른 “Let It Go”와 겨울왕국 굿즈로 거리는 떠들썩할 것이다.


Green: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엘사의 서사시

Red: 화려함 뒤에 남은 씁쓸한 공허함

<겨울왕국>이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의 멋진 변주였다면, <겨울왕국 2>는 엘사(이디나 멘젤)라는 영웅의 대서사시로 웅장한 확장을 시도한다. 1편에서 엘사와 안나(크리스틴 벨)는 모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행복한 삶을 찾으며 퇴장했다. 그런데 <겨울왕국 2>에서 이들은 어렵게 얻은 행복을 포기하고서라도, 해야만 하는 일을 위해 더 위험한 모험을 떠나야 한다.

영화 ‘겨울왕국 2’ 스틸 (출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여정엔 엘사가 가진 마법의 기원이 있고, 덕분에 <겨울왕국 2>에서 중요한 모티브는 ‘기억’이다. 극 중에서 “물은 기억이 있다”라는 올라프(조시 게드)의 대사처럼 몇 세대를 거쳐온 기억과 역사가 이번 영화의 동력이다. 혹은 안타고니스트로서 활약한다. <겨울왕국 2>는 이 기억을 돌아보고 현재를 바꾸는 걸 지금 살아가는 이들의 몫이라 말한다. 1편과 비교해 영화의 시선은 깊어졌고, 더 성숙한 캐릭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겨울왕국 2>는 엘사라는 영웅의 오디세이아로 이야기가 확장하면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대폭 늘었다. 미지의 세계로 모험하며 만나게 되는 물, 불, 바람, 땅의 정령은 신비함을 주고, 더욱더 강해진 엘사의 능력은 더 화려한 액션으로 표현된다. 전편의 자랑이었던 OST도 새로운 곡이 대거 추가되었으며, 변곡점마다 바뀌는 엘사의 의상은 단번에 구매욕을 자극할 정도로 아름답다.  

영화 ‘겨울왕국 2’ 스틸 (출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또한, 새로운 공간의 미장센은 자연의 위압감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뿜어낸다. 이를 구현한 물과 얼음의 질감은 사실적이고, 광원 효과는 화려하면서도 우아하다. 몇몇 씬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대자연 앞에 홀로 선 엘사를 담은 익스트림 롱샷은 너무도 압도적이라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어떤, ‘숭고미’까지 느껴지기에 큰 스크린에서 관람해야 진가를 맛볼 수 있다.


이처럼 외적으로는 분명 확장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우선, 이전보다 새로운 이야기와 신선한 느낌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겨울왕국 2>는 1편의 이야기 구조를 반복하고, 노래와 노래 사이를 잇는 서사도 매끄럽지 못하다. 확장을 시도하면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증발해버렸다.  

영화 ‘겨울왕국 2’ 스틸 (출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근 개봉한 <말레피센트 2>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겨울왕국>, <말레피센트>의 속편은 스펙터클에서 오는 웅장함, 화려한 영상미, 여기에 캐릭터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게 최근 디즈니 속편의 경향성으로 보인다. <겨울왕국 2>의 이미지와 음악에 홀렸지만, 영화가 끝난 뒤 큰 공허함을 느껴야만 했다. 디즈니 기업이 확장하며 디즈니화를 추구하듯, 그들의 영화도 기업의 성격을 닮아가는 듯했고, 뭔가를 잃었다. 그 상실감에 씁쓸한, 그런 관람이었다.


키노라이츠 예상: 초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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