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잡썰] Ep02. 올해 최고의 영입은 담장님?

야구잡썰 Ep02. 자이언츠의 변화와 기대

올해, 야구를 보는 이유

이번 시즌에도 '야구잡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부터 고민에 잠겼다. 올해 144경기를 어떻게 다 볼 것인가. 그리고 어떤 시선에서 바라볼 것인가. 작년엔 '내가 좋아했던 야구'라는 답을 기준으로 자이언츠를 야구를 재단했었다. 그 답과 다른 운영이나 구단의 방향성을 마주할 때면 '이 팀은 이래서 안 돼'라는 생각으로 짜증내고 분노했다.


그때 자이언츠는 응원팀이 아니라 하나의 연구 대상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야구가 맞다는 걸 확인하는 데서 관람의 의미를 찾았고, 그들의 패배에서 내 답이 맞다는 걸 확신하며 시즌을 보냈다. 워낙 많은 패배를 해왔기에 그렇게라도 야구에서 작은 쾌감을 찾는 것도 관람의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야구 자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무조건적으로 내 팀의 승리를 바라는 팬의 마음가짐도 아니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운영해 이겨야만 즐거울 수 있던 가학적인 시간의 연속이었다.


팀에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그들이 보유한 자원의 성향을 파악해 많은 선택을 내리고 운영을 할 것이다. 그런 상황을 모른 채, 내가 알던 최고의 야구와 선수들을 기준으로 팀을 평가한다는 건 모순이다. 어쩌면 '평가'를 한다는 자세부터 고쳐야 할지도 모른다. 팬이 무언가를 사랑하는 존재라면, 그 사랑에 조건과 평가가 있다는 건 잔혹한 일이다. 이런 탓에 내 팀이 이길 거라는 믿음과 간절함이 부족해 경기에 이입하지도 못하는 편이었다. 그들의 승리가 아닌, 내 별거 아닌 생각의 증명이 더 간절했기에 야구의 즐거움과는 한 걸음씩 더 멀어지고 있던 시간이다.


올해는 '야구잡썰에 나가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 144경기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야구 규칙을 잘 몰랐어도 오후 6시 30분이면 막연히 설렜던 그 시절의 느낌을 다시 찾고 싶었다. 그런 즐거움을 찾아야만 자이언츠에 더 애정을 가지고, 나중엔 야구잡썰에서도 더 진솔한 분노를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야 말로 '내 팀은 내가 깐다'라는 취지에 어울리는 패널이 되어있지 않을까.


주간 성적: 3승 3패

지난주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은 3승 3패였다. 5할 승률이면 가을 야구에 갈 확률이 높기에 긍정정적인 한 주였다. 21년 신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진욱, 새로운 외국인 투수 반즈,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모두 7이닝 이상 3자책 이하의 점수를 내주며 선발승을 가져갔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 피터스는 자이언츠의 시즌 첫 홈런과 함께 외야 수비에서도 슈퍼맨처럼 날아다녔다. 여기에 차기 4번으로 주목받는 한동희는 변화한 사직 구장의 괴물 같은 펜스를 처음 넘기는 괴력을 보여줬고, 작년 팬들을 설레게 했던 최준용도 세이브를 신고했다. 그리고 연패가 없던 행복한 주였다.


좋았던 것만큼 나쁘기도 했다. 성장을 해야만 하는 유망주 선발 투수 이승헌은 볼넷으로 자멸했다. 지난 8경기 자이언츠의 평균 볼넷 수는 3.8개. 하지만 이승헌은 0.2이닝 만에 볼넷 3개를 주고 강판당했다. 수비 시에도 중요한 순간 에러가 나오며 분위기를 넘겨주기도 했고, 공격에서 중요하 순간엔 주루사를 당하거나 병살을 치며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했다. 내야 수비에서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책성 플레이가 이어진다면, 가장 듣기 싫었던 그 말을 곧 듣게 될지도 모른다. '마차도가 있었다면...'. 그리고 연승이 없던 찝찝한 주였다.


22년 최고의 영입 사직 몬스터 '담장님'

이번 시즌 리그의 가장 큰 변화는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이다. 작년까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했던 높은 코스가 스트라이크 콜을 받게 되었고, 좌우의 폭도 각각 공 반 개 정도는 넓어졌다. 덕분에 투수들은 높은 직구를 추가해 피칭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레 이는 타격의 방향성에 영향을 준다. 최근 야구는 발사 각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해왔고, 뜬 공을 만들 수 있는 어퍼 스윙이 트렌드였다. 그런데 이 스윙은 높은 코스의 공들을 공략하기에 적합하지 않기에 타자들은 레벨 스윙으로 타격폼을 수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경향성이 있었고, 이로 인해 땅볼 타구가 많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야구 전문가는 올해가 땅볼 비율이 높아지고, 내야 수비의 가치가 더 상승하게 될 거라 예상했다.


이런 변화의 방향과 롯데의 방향성은 잘 맞았을까. 공교롭게도 올해 자이언츠의 보강은 주로 외야에 있었다. 홈구장의 홈플레이트를 2.8m 뒤로 옮겼고, 경기장 길이가 소폭 늘어났다. 여기에 펜스를 6m까지 높이며 홈런을 억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작년 팀에서 20개의 홈런을 친 타자가 없는 팀. 그러기에 '우리가 못 칠 거면, 다른 팀도 칠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가장 확실한 담장님을 영입했던 걸까. 선수 보강도 외야에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수비 퍼포먼스를 보여준 유격수 마차도 대신, 수비 범위가 넓은 피터스를 영입했다. 작년 마차도의 타율이 0.279, 홈런이 5개였는데, 이보다 나은 공격력과 장타력을 기대한 영입이기도 하다.


지난주 시즌 처음 홈에서 열린 3연전은 담장님의 화려한 데뷔전이었다. 담장님은 작년 구장이라면 넘어갔을 4개의 타구 중 3개를 막아냈다. 0.750의 방어율이다. 우리 팀 안치홍의 홈런을 막은 게 아쉽지만(담장님은 피아식별을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상대의 홈런을 더 막아냈으니 훌륭한 결과다. 담장님은 기복도 없을 거고, 늘 그곳에 우뚝 서 세이브를 할 '상수'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영입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사직구장에서 자이언츠는 올해 첫 루징 시리즈를 경험했다. 담장님도 내야의 일엔 관여 할 수 없다. 홈 승률 극복은 올해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승부처에 유독 낮아지는 집중력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 탓에 타격 지표의 하락이 예상되는 시즌이다. 이에 1점의 가치, 지키는 야구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는 1점을 내는 세밀한 작전이 더 중요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이 부분에서 자이언츠는 늘 문제가 많았던 팀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올해도 큰 숙제가 있다는 걸 다양한 지표가 말해준다.


개별적인 팀 타격 지표는 모두 좋았다. 팀 타율(3위), 출루율(1위), 장타율(4위)을 기록했으나 득점권 타율은 하위권이었고, 홈런은 단 2개에 그쳤다.(시즌 36개 페이스). 이보다 최악인 건 병살타 부문이다. 팀 병살타 13개로 전체 1위이다. 하루에 한 개 이상의 병살을 보고 있는 셈인데, 시즌 234개 페이스다. 병살타를 막고 승부를 거는 방법 중 하나가 번트인데, 롯데는 번트를 비롯해 작전 수행능력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던 팀이다. 고질적인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에 승부처에서 기회를 자주 무산시키고 흐름을 넘겨준다. 역시, 지난주에도 팬들을 환장하게 하는 번트 실패 및 주루사가 있었다.


P.S... SSG는 좋겠다

이번 시즌 초반, 야구잡썰 화제의 팀은 단연 SSG다. 작년 선발진이 무너져 고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8경기 8승, 시즌 144승 페이스. 2020년 자이언츠도 시즌 개막 후 5연승을 질주했던 적이 있지만, 그땐 야구잡썰에 나가 자랑할 수가 없던 시즌이다. '시즌 144승 무패 페이스' 이 멘트를 작년부터 준비했지만, 또 미뤄졌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해본다. 봄의 기운이 강할 때 롯데를 만나지 않았기에 SSG는 개막 이후 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고. SSG는 좋겠다. 롯데를 아직 만나지 않아서.



사진 출처: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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