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잡썰] Ep04. 봄날의 롯데를 좋아하세요?

야구잡썰 Ep04. '봄데' 그 애증의 단어에 관하여

지난 주말 롯데는 3연승을 달리며 시리즈 스윕을 달성했다. 2,124일 만에 삼성을 상대로 거둔 스윕승이라고 한다. 19경기를 소화한 시점에 11승 8패, 리그 공동 3위라는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시즌 시작 전 전 구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 그 누구도 자이언츠의 5강에 표를 던지지 않았기에, 이 성적은 현시점 가장 큰 이변이라 부를 만하다. (물론, 우리의 5강을 확신한 내겐 전혀 놀랍지 않지만)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와 타자를 보유한 상위권 팀. 그게 4월 현 시점의 롯데 자이언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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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 롯데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봄데'. 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뜻으로 좋지만, 좋지 않은 별명이다. '잘하는데 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봄이 끝날 중력이 이끌리듯 롯데의 성적이 땅으로 떨어진다는 숨겨진 의미도 있다. '메뚜기도 한철이다'라는 말이 있듯, 자이언츠 팬에겐 봄만 있는 걸까.


프로야구엔 크게 네 개의 리그가 있다. 전력을 정비하는 스토브리그, 준비 운동 격인 시범 경기, 야구팬을 고통에 빠뜨리는 정규리그, 그리고 챔피언을 가리는 플레이 오프. 지난 20년간 롯데는 대부분의 스토브리그를 그 어느 팀보다 알차고 즐겁게 보냈다. '올해는 다르다'로 대표되는 유행어부터, 새로운 선수와 감독 영입 등으로 이 리그에서 웃는 날이 많았다. 그 뒤에 열리는 시범 경기도 자이언츠는 우승이 열 번이 넘는 절대 강자다.


이렇게 네 개의 리그 중 절반은 우승하는 팀. 하지만 봄이 끝나면 시즌이 끝나 버리는 환장의 팀이기도 했다. 모의고사는 만점인데, 본시험에서는 그 점수의 반도 안 되는 성적표를 받는 꼴이다. 생각해보니 올해 자이언츠는 스토브리그에서 그렇게 재미를 못 봤고, 시범 경기에서만 웃었다. 네 개의 리그 중 두 개의 리그 승자였던 경험론적 데이터가 증명하는 전통을 생각한다면, 올해는 적어도 가을엔 확실히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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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성적: 4승 2패, 위닝을 해도 야구팬은 아쉽다

전체적으로 훌륭한 성적을 거뒀던 한 주였다. 하지만 야구팬은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화를 낼 구석을 찾아내고야 만다. 자이언츠는 지난주 막강한 화력을 통해 시원시원한 야구를 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홈런 하나와 그의 뒤를 이을 예비 4번 한동희의 3홈런(장외 홈런 포함), 속 썩이던 삼진왕 피터스의 2홈런, 베테랑 정훈의 홈런까지. 덕분에 분위기를 단번에 가져왔고, 불펜도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었다. 팀 홈런 2위(13개)라는 놀라운 기록 탓에 담장님이 조금은 머쓱할 수 있었던 한 주. 최고 구위를 가진 최준용도 무실점으로 완벽했다.


문제의 징조는 공교롭게도 한 선수로부터 발견되었다. 몇 년째 팀 사정으로 포지션이 불확실했던 김민수. 담장을 때리는 장타성 타구에 프로가 해서는 안 될 주루 플레이를 보였다. 이 때문에 낼 수 있는 점수를 못 내면서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했고, 결국 경기까지 내줬다. 게다가 경기마다 아쉬운 수비까지 겹치며, 팀 성적과 달리 김민수 개인은 암울한 한 주를 보내야 했다.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어 더 아쉽다. 실책을 범했음에도 팀이 이긴 경기가 많아 다행이고, 승리 덕분에 나쁜 기억도 좋은 경험으로 포장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가장 좋은 리빌딩 방법은 승리하는 경기에 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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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데가 아닐 거란 확신

지난주 상승세 이후 미디어에서도 봄데라는 키워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걱정을 거둬줄 선수들이 있어 가볍게 언급해볼까 한다.


1) 이대호

2001년 데뷔 후 롯데 자이언츠 최고의 타자가 된 이대호는 한국 야구 전체를 돌아봐도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타격 트리플 크라운 2회, 미증유의 타격 7관왕 등 도루 외엔 타자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걸 이뤘다.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별명이 절대 과하지 않은 대선수. 일본에 진출해서 우승을 맛봤고, 늦게 밟아본 메이저리그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내며 클래스가 다르다는 걸 증명했다.


올해는 이런 전설적인 선수의 마지막 시즌이다. 오랜 시간 자이언츠의 4번이 그였기에 '은퇴'라는 단어가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다. 그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란 생각에 후배 선수들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팀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마다 방향을 잡아줄 구심점이 되어줄 것이고, 맥없이 성적이 곤두박질칠 가능성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이란 단어는 여러 의미에서 뭉클하고 특별하다.


2) 반즈

시즌 초반이지만, 한 달을 기준으로 자이언츠에 이렇게 압도적인 투수가 있었던 게 언제였나 싶다. 5경기 33.1이닝 자책, 평균 자책점 0.54라는 압도적인 성적. 에이스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특히, 평균 6이닝이 넘는 이닝 소화력이 매력적이다. 거기다 KBO의 일반적인 투수보다 휴식일이 하루 짧아, 더 자주 마운드에 오르면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에이스는 가장 잘 던지는 투수라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팀의 한 시즌을 봤을 때, 연패는 끊어주고 연승은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나쁜 흐름은 끊고, 좋은 흐름은 이어준다는 거다. 20년 넘게 본 자이언츠는 분위기를 잘 타는 팀으로 연승과 연패가 잦았다. 특히, 연승 후엔 그 이상의 연패가 찾아오는 도깨비 팀. 장기 연패를 막아줄 방패가 필요한 팀에게 자주 등판하는 에이스 반즈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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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동희

언젠가부터 자이언츠의 3루를 지켜왔던 유망주. 롯데의 전설을 이을 4번 타자라는 믿음을 받았던 한동희는 올해 만개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면서 좋은 타구를 자주 생산하고 있다. 현재 홈런 6개로 시즌 45개의 놀라운 페이스. 여기에 타율, 장타율, OPS, 그리고 리그 WAR 1위를 차지하는 등 괴물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엔 같은 팀 선수의 아쉬운 플레이에 분노를 표출하는 등, 작년과는 플레이 외적으로도 승부욕을 드러내는 등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멘털적으로 굳건해진 덕분에 슬럼프가 와도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며, 좋은 흐름을 오래 이어갈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한다. 2022년 롯데는 전설적인 선수와 전설이 될 선수가 함께 뛰고 있는, 그런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는 봄데가 아닐 거다. 아니면 올해 봄은 11월까지 일 거다.

출처: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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