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잡썰] Ep06. 연패할 거면, 미리 알려줘

야구잡썰 Ep06. 연승 후 연패, 변하지 않는 레퍼토리

*개인 일정으로 연재가 한 주 늦어졌습니다.


스포츠의 묘미는 불확실성에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승부의 결과. 그런데 때로는 이게 너무 잔인하다. 누군가 귀띔이라도 해줬다면... 난 아직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지난주 단 1패만 당한 팀이 다음 주엔 1승만 할 수 있는 것, 그게 스포츠다. 하지만 미련하게도 내 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못했다. 4월 MVP를 두고 경쟁하던 에이스와 홈런 타자가 함께 무너졌던 이번 주. 야구가 이렇다.


수십 년째 이 팀을 보면서 반복되는 패턴을 목격한다. 질 것 같지 않은 파죽지세의 분위기 이후 안일한 플레이와 에러를 동반한 어이없는 패배. 그리고 식어버리리다 못해 얼어버린 팀 분위기 속에 이어지는 연패의 늪. 지난주 전까지 자이언츠는 연패가 한 번뿐이었고, 한 시리즈에서 연달아 패배한 적이 없어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주엔 스윕패를 비롯해 4연패를 적립했다. '야구잡썰'에서도 이 팀은 연패가 늘 두렵다고 했는데, 절대 엄살이 아니었다. 팩트였다. 5연승을 하면 5연패 이상을 하고야 말 것 같은 팀. 그게 내가 아는 나의 롯데 자이언츠다. 이번엔 이 기간동엔 내 눈에 목격된 것을 두서 없이 휘갈겨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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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의 부재

야구는 흐름이 있고, 이걸 읽을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운영을 할 수 있는 종목이다. 작게는 한 이닝부터 한 경기, 그리고 시즌 전체까지 한 팀을 감싸는 분위기가 있다. 이 흐름을 가져오려는 팀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팀의 미묘한 심리전과 전술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야구를 보는 게 더 재밌다.


동시에 팬들의 야구 보는 수준이 높아지면,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에서 정말 다양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 화가 늘기도 한다. 흐름이 넘어오는 중인데, 그걸 제 발로 걷어차거나 끊어버리는 순간을 발견하면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주루사, 집중력을 잃고 한 베이스를 더 못 가거나, 병살, 에러, 작전 실패 등은 분위기를 내어주는 치명적인 순간들이다. 쓰다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지난주 우리 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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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어준 흐름을 가져오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팀엔 그 흐름을 읽고, 대응하는 리더와 감독이 있다. 선수단의 리더는 선수들이 패배의 망령에 휩싸이지 않게 정신적인 부분에서 밀어주는 역할이라면, 감독은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실점을 막고 득점을 만들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혹은 상대가 틈을 보이는 시점에 승부수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야구는 안타 하나 없이도 점수를 만들 수 있다. 어떻게 주자를 한 베이스 더 얻게 할 수 있을지, 상대의 분위기를 흔들 수 있을지 경기 내에서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강력한 어필 등으로 경기에 개입해 어수선한 흐름을 끊고, 그걸 바꿀 계기를 마련해주는 방법도 있다.


지난주 분위기가 가라앉은 자이언츠에게 분위기를 뒤집을 신묘한 작전은 보이지 않았고, 감독이 경기 중 선수단에게 시그널을 보내는 것도 목격할 수 없었다. 우리 감독님은 선수들을 믿고, 그들이 해줄 것을 기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팀은 그 믿음에 질식해갔다. 그 누구도 이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나쁜 일은 겹치는 경향이 있다. 믿었던 리그 에이스와 최고의 타자가 잠깐 흔들렸던 시간이었고, 나쁜 흐름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던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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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의식의 부재

올해 롯데는 몇 년째 외야를 지켰던 선수가 FA로 팀을 떠났다. 지난 몇 년 간 대형 FA 계약을 진행하며 국대급 외야를 꾸렸던 자이언츠. 겉은 화려했으나 속은 썩어가고 있던 시간이기도 했다. 고액 연봉자의 등장으로 젊은 선수가 그 자리에서 뛸 기회가 원천 봉쇄된 상황. 이럴 때 젊은 선수들은 열심히 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 어차피 뛸 자리가 없을 테니까. 아무리 잘해도 뛸 기회가 없는데, 의욕을 가지라고 바라는 건 욕심일 수도 있다. 이건 야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선수의 이탈로 뛸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진 올해. 이 자리를 노리던 젊은 선수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까. 낯선 1군 무대에서 연차가 적은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팬들도 이를 알기에, 막 올라온 선수에게 좋은 성적을 바라는 게 무리라는 것도 안다. 이럴 땐 성적보다는 그 선수가 한 걸음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악착 같이 하는 승부 근성과 성실함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실책, 삼진 등은 세금 같은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적응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기꺼이 박수를 쳐준다.


그런데 올해 롯데의 젊은 선수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지난주 몇몇 선수들은 기회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배팅 이후 1루에서 아웃 콜이 들리기 전까지는 그라운드에서 많은 일이 일어난다. 수비가 공을 제대로 못 잡거나 악송구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타자는 부상 등의 상황이 아니라면, 1루까지 무조건 전력으로 달려야 한다. 올해 1군 무대에 적응하는 중이던 고승민은 지난주 배팅 후 1루까지 설렁설렁 산책하는 듯한 주루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왜 이렇게 대충 뛰는 걸까. 부상이 아니라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가 없다. 본인에게 보장된 타석이 많다고 여유를 부리는 걸까. 한 타석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아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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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은 성적에는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줄 수 있다. 그가 열심히 하고 있을 거란 기대가 있기에. 하지만 이런 플레이는 뛰고 있는 선수와 그 자리를 노리는 선수, 그리고 팀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 정신' 같은 고귀한 이야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팬들은 그 플레이를 보려고 돈과 시간을 쓰는 게 아니다. 다음주엔 2022년 자이언츠의 첫 번째 위기를 프로답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