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잡썰 Ep07. 우리는 종종 패배에서도 가치를 찾는다
지난주 자이언츠는 올 시즌 가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두 팀과 6연전이 있었다. 코치진의 불화로 감독마저 경질된 NC, 긴 연패에 빠진 한화. 롯데의 분위기도 좋지 않기에 이번 주는 기회일 수도 있었다. 잔혹할 수 있지만, 상대가 약점을 노출했을 때 그걸 공략해 이길 수 있어야 프로다. 이런 상황에서 자이언츠는 어떤 한 주를 보냈을까. 각각 2승 1패를 거두며 위닝 시리즈를 완성했지만 아쉽다. 각 시리즈별 승차 마진은 +1. 나중에 다시 붙을 두 팀은 지금과는 또 다를 것이기에 이 결과가 아쉬운 날이 올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는 분위기가 좋지 않은 두 팀에게 관대했다. 다만, 팬들에겐 가혹했다는 게 문제다.
에이스 반즈는 예전의 모습을 찾았고, 롯데의 현재와 미래 이대호, 한동희의 활약도 이어졌다. 1승 5패의 망령이 더는 따라오지 않을 것만 같아 안심할 수 있던 시간. 물론, 4승 2패의 성적이 상대팀의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롯데는 정말 귀한 자원을 얻었다는 점에서 행복할 수 있던 주였다. 새로운 외야수 황성빈. 이전까지만 해도 대주자로만 나와 데이터가 적었던 이 선수는 선발 출장한 두 경기에서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안타라는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다. 번트를 비롯해 눈부신 주루가 더 인상적이었다. 몇 년간 롯데엔 끊겼던 발야구를 보여줄 새로운 재목의 등장. 그 새로운 출발을 목격할 수 있어 벅찼던 시간이다.
내가 기억하는 롯데는 화력의 팀이었다. 다이너마이트 같은 타선으로 장타와 홈런을 뻥뻥 치면서 화끈한 야구를 했던 팀. 한 점을 주면 두 점을 내는 야구를 추구했던 팀. 하지만 여기엔 큰 리스크가 있다. 타격엔 사이클이 있고, 아무리 잘해도 6할은 실패한다. 좋지 않은 타격 사이클이 선수별로 돌아가면서 찾아오면 다행이지만, 나쁜 흐름은 꼭 함께 찾아온다. 그래서 팀 전체가 타격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이 분위기를 바꾸는 건 롯데에게 늘 어려운 일이다. 이런 점이 연승과 연패가 많았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타격이 사이클이고 변수라면, 야구에 상수는 어떤 게 있을까. 크게는 수비와 주루가 있다. (투수 개인의 능력인 탈삼진율도 넣고 싶지만, 수비와 주루에 비하면 너무 큰 변수다.) 수비 지표를 상수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 정도로 당연하게 생각되고 있는 부분이다. (공이 야수에게 가면 당연히 잡아야지?) 안정적인 수비는 실점을 막고, 호수비는 상대의 흐름을 끊는다. 종종 타격 지표가 부진하더라도, 수비가 좋으면 주전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 있다. 변수보다는 상수, 안정성에 무게를 둔 감독의 선택일 것이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방망이에 공을 맞추고 인플레이 타구가 되는 건 확률이지만, 선수별로 1루 베이스까지 뛰어가는 속도는 일정하다. 발이 빠른 선수는 평범한 땅볼을 안타로 진화(?)시킬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선수는 도루 능력도 뛰어나다. 덕분에 번트부터 런 앤 히트, 스퀴즈 등의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경기 운영의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상대 수비가 이 선수의 주력을 인지하고 있다면, 조급한 플레이를 하다 에러가 나오기도 한다. 수비 범위도 넓기에 공수 모두에서 꾸준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자이언츠에서 발 빠르고 수비를 잘하는 선수를 찾는 건 의외로 어렵다. 10년 전, 엄청난 주력을 갖췄던 김주찬 외에는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선수가 없다. 발만 빠른 선수가 있기는 했지만 1군에서 활약할 정도로 완성된 선수가 없었고, 그래서 자이언츠는 상수가 없는 야구를 해왔다. 여기에 고질적인 번트 문제와 함께 허술한 주루 까지. 타격 사이클이 떨어질 때 이를 보완할 작전이 없는 대책 없는 야구. 아직은 의문이 많지만, 이럴 때 등장한 황성빈의 가치는 그래서 남다르다.
단순히 발만 빠른 선수의 등장으로 이렇게 긴 시간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이 선수에겐 지난 몇 주동안 롯데가 간과했던 걸 채워주는 투지가 있었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묻힐 수 있었지만, 몇몇 선수는 느슨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던 시즌이다. 황성빈은 한 번의 기회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증명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 번의 타석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플레이를 찾았다. 그리고 이어진 절실한 주루. 절실함. 이는 데이터로는 기록될 수 없는 영역이기에 '평가가 가능한가'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팬들은 그 절실함을 본다.
지난 주말 경기는 이 선수가 롯데의 새로운 열쇠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만으로도 행복했다. 상대의 내야를 흔들 수 있고, 과감한 주루로 2루 베이스를 훔칠 수 있는 선수. 그래서 안타 하나 없이도 득점을 만들 수 있는 효율적인 선수가 되어주길. 이 선수의 등장으로 느슨한 경쟁을 해왔던 롯데의 외야수들은 긴장할 수 있고, 애매한 활약을 하고 있는 외국인 중견수 피터스의 자리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야구 커뮤니티엔 황성빈이 훈련소에 있을 때 성민규 단장에게 썼던 편지가 공개되어 화제였다. 그 편지에서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생각하는 선수인지를 볼 수 있어 뭉클했다. 이 마음이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면, 1군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나날이 고민하는 선수일 것 같아 더 기대된다. 이번 주 무수히 많은 장면이 있었지만, 이 선수 외엔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의 약점을 보완해줄 든든한 '상수'로 자리를 잡아주길.
출처: 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