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잡썰] Ep09. 지난주, 우린 야구를 안 했다

야구잡썰 Ep09. 일주일에 한 번도 못 이길 수 있다고?

화요일에 1패, 수요일에 1패... 일요일에 1패! 한 주에 6패, 전패!
어제 졌습니다. 오늘도 졌고요. 내일도 질 겁니다. 연패의 팀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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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한 주였다. 져도 져도 끝나지 않는 패배. 한 주의 모든 경기를 지는 건 정말 몇 번 할 수 없는 경험이다. 팬으로서 야구에서 즐거움을 조금도 찾을 수 없던 시간. 이럴 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연패가 끊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야구를 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야구팬이라면 보일 것이다. 그래도 야구라는 걸 보고 있을 자신의 모습이.


지난주 자이언츠는 주전 선수 세 명이 부상으로 이탈해 정상적인 라인업을 구성할 수 없었다. 그 자리를 경험이 적은 신인급 선수들이 대신했기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게 무리였다. 긴 시즌을 치르면, 한 번씩 부상의 망령이 찾아온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고, 의도하지도 않기에 비판을 하기도 힘들지만, 그럼에도 부득이하게 일어나고야 마는 일. 이런 상황을 대비해 팀엔 포지션 별로 백업 선수가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세 명의 동시에 이탈하면, 어떤 팀이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주중 전패라는 성적이 너무도 아쉽고 분하지만, 누구 하나를 탓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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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자이언츠는 젊은 선수 위주로 선수단을 개편하려 했다. 확실한 성적과 기량이 없던 애매한 나이의 선수들을 내보내며 체질 개선을 했다. 당장 뛸 자리가 없던 1.5군 전력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며 준비했던 시즌. 잠재력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함께 경쟁하며, 성장할 기회가 주어진 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체질 개선일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경험이 있는 선수가 부재해 안정성과 노련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그리고 롯데는 작년에 있던 몇 가지 상수마저 유망주의 잠재력으로 대체했다. 그래서 이런 장기적인 부진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외야 경쟁 중인 고승민과 황성빈은 1군 경험이 매우 적고, 조세진은 신인이다. 가혹하게 평가하자면, 지금 자이언츠의 경쟁 포인트는 타 팀의 상황과 다르다. 더 잘하는 사람을 가리는 것이 아닌, 덜 못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오디션이 매일 펼쳐지고 있다. 이들에겐 뛰어난 역량과 잠재력이 있지만 안정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따라온다. 지금 자이언츠는 승리할 확률이 높지 않은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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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경기에서 서튼 감독은 주어진 자원으로 다양한 작전을 시도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선수들이 수행할 역량이 부족해 수행에 실패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히트 앤 런, 번트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 기대했던 선수들은 번번이 실패하며 기회를 위기로 교환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서튼 감독은 이후의 비슷한 상황에서 작전을 시도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병살타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냥, 뭘 해도 안될 분위기다. 작전을 시도해도, 혹은 하지 않아도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선수들을 보며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다. 실패가 잦아지면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고, 성적이 추락할수록 팀은 초조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더 특별한 뭔가'를 고민하다 일반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걸 선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마저도 배신한다. 유일한 답이 되어주길 바란 독특한 선택은 또 다른 악수로 돌아온다. 그게 안 되는 팀이 반복하게 되는 악의 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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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반복된 유망주 육성의 실패와 포지션 중복을 초래했던 FA 영입은 팀 구성을 기이하게 만들었다. 이에 최근 부임한 단장은 기형적인 팀 구조를 개선하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었다. 그런 노력에도 현재 구단이 가지고 있던 위험 요소가 모두 드러난 최악의 시기다. 한 번쯤 이런 순간이 올 거라 생각한 팬들도 갑작스럽게 뼈만 드러낸 채 추락하는 팀 앞에서는 이성을 찾기 힘들다.


안타깝게도 부상 선수의 복귀 외엔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기회를 얻은 젊은 선수들이 이 혹독한 시기를 함께 극복하며 팀의 상수가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외부 영입도 팀을 강하게 하지만, 그건 마지막 조각을 채우는 용도일 때에 더 파괴적이다. 결국, 팀의 기본과 기조는 지금 있는 선수들이 다져나가야 장기적으로 튼튼한 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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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기다. 기대가 컸던 팬들은 나쁜 상황을 알면서도 화가 난다. 이 어려운 순간을 코치와 감독, 그리고 팬들이 뭉쳐 이겨내는 걸 보고 싶다. 이를 위해서라도 팀의 큰 그림을 그리는 단장이 방향성을 좀 더 명확히 설정하고 공유해주면 어떨까. 오늘 하루의 승부만큼이나 우리가 함께 걸어 나가야 할 길을 알고 믿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팬들은 지금의 자이언츠의 경기를 볼 이유를 찾고, 선수와 팀을 더 응원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