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잡썰] Ep10. 야구 선수도 연기를 해야 할까?

야구잡썰 Ep10.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야구

롯데 야구에 관해서는 특별히 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을 줄 알았다. 주전 선수들의 복귀를 기다리는 시점이기에 성적 부진은 당연해 보였고, 지금 선수단이 가진 역량만큼은 해주고 있는 느낌. 경험 없는 젊은 선수들에게 1군에 오자마자 더 잘해달라고 하는 건 욕심이 아닐까. 낯선 무대에 적응하기도 힘들 때다. 이런 와중에 20세 미만의 선수가 선발 라인업에 3명이나 들어갔던 날이 있는데, 이는 KBO 역사상 최초의 일이라고 한다. 전대미문, 미증유의 기록 전문가 롯데 자이언츠가 또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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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던 말이 반복될 것 같아 이번 주는 쉬려 했다. 하지만, 내가 게을러지는 걸 싫어한 선수가 있었다. 시즌 초 느슨한 주루로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던 고승민. 이 선수는 1998년부터 야구를 챙겨본 내게 아직 야구에서 경험하지 못한 플레이가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이런 것도 야구다!'라고 강의하는 그의 플레이 앞에 난 게거품을 물 수밖에 없었다(마, 진짜 그것도 야구가?). 뜬 공 포구 실패 후 자연스럽게 볼보이에게 공을 토스하는 아름다운 연결 동작. 이 기이한 플레이 덕에 타자는 운 좋은 안타 이후(이게 안타라니!) 홈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평범한 플라이가 1점으로 바뀐 상황 앞에서 투수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 점수로 경기는 동점이 되었고, 롯데는 이후 단 한점도 내지 못하며 연장 혈투 끝에 무승부라는 결과를 받았다.


아직은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한 선수들이기에 에러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팬들도 이미 계산하고 있던 일이라 아쉬울 수는 있어도 화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험과 무관하게 게임을 대하는 태도에서 안일하고 집중하지 못한 모습을 노출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고승민은 심판의 콜이 있기 전에 타구를 미리 파울이라 판단했고, 이후의 플레이도 포기했다. 그리고 볼보이에게 공을 건넨 행위 탓에 주자에게 안전 주루권까지 내어줬고, 이는 점수로 이어졌다. 이미 말했지만 승부를 결정하는 한 점을 그렇게 어이없게 헌납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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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야구공을 두고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게 야구다. 때로는 판정이 늦게 이뤄질 때도 있다. 그렇기에 선수는 어떤 경우라도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가정하고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야 한다. 파울 라인 근처에서도 우선은 모든 타구를 인플레이라 가정하고 플레이를 마친 뒤, 심판의 판정을 기다려야 한다. 비슷한 사례를 굳이 찾자면 축구의 '오프사이드'가 있다. 수비라면 오프사이드 트랩을 쓰더라도 그 공격이 끝날 때까지는 플레이를 이어가야 한다. 오프사이드에 관한 어필도 그 플레이 이후의 일이다. 심판 콜 전에 오프사이드를 속단하고 수비를 멈췄다가 골을 먹으면, 돌이킬 수 없다. 떠나간 공과 실점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야구도 같다.


이런 건 기본이라 생각되는 것들이기에 쓰면서도 손만 아플 뿐 허탈하다. 집중력, 태도 등등 어떤 게 문제일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는 거다. 프로야구는 스포츠이자 산업이고, 덕분에 엔터테인먼트의 영역과도 닿아있다. 선수의 노력과 고민도 중요하다만, 슬프게도 보여지는 그 순간의 이미지가 생각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 거기서 팬들은 뭔가를 느끼고 야구를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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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고승민은 이전에 느슨한 주루로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쓴소리를 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선수가 사실 최선을 다해 뛴 건 아닐까, 아니면 지금 저렇게 뛴 어떤 이유가 있던 게 아닐까. 그럼 정말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게 중계를 통해 포착된다. 그의 당시 상황과 생각보다 중요한 게 TV에 중계되었던 그 화면 속 단면적인 이미지다. 선수도 답답할 수 있지만 그게 엔터테인먼트로서의 프로야구 선수가 감당해야 할 부분일 수 있다. 역으로 이 엔터테인먼트라는 영역 덕에 직업적으로 혜택을 받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프로 야구 선수도 연기를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TV 속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도 필요해 보인다. 열심히 뛰는 것만큼 열심히 뛰는 것처럼 보이는 게 중요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 그게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의 직업 정신과 닿아있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게 연기였다는 걸 알게 되면 또 너무 아플 것도 같다(뭐 어쩌라는 거야). 순수한 스포츠로서의 야구와 거대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야구의 충돌. 야구 잘 모르는 한 인간이 안일한 플레이를 보고 싶지 않아 꺼내본 헛소리가 길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투지를 가지고, 한 경기/타석에서 절실함을 느끼는 이들은 분명 티가 난다. 그런 선수를 더 많이 보고 싶고, 그들이 더 잘 되기를 열렬히 응원하고 싶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