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잡썰] Ep12. 누구를 위한 어필인가

야구잡썰 Ep12. 팀을 위한 분노 V 혼자만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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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한화의 하주석은 헛스윙 삼진 이후 배트를 내려치는 행위로 퇴장을 당했다. 이날 경기 내내 쌓여 있던 볼 판정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 팀의 연패가 길어지고 있는 답답할 상황에 억울한 판정까지 겹쳐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었을 거다. 그가 주장이기에 팀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라도 강한 어필을 시도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다. 종종 게임 내에서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베테랑이나 감독은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팀의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어왔다. 그런데도 이번 항의 뒤 하주석의 행동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타석에서의 불만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건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자책, 분노를 담아 배트나 헬멧을 땅에 힘껏 내리치거나, 자신의 허벅지로 배트를 부숴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 행위가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분노의 대상이 맨땅, 혹은 자신의 신체일 때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저 자기 손이나 신체가 가장 아플 뿐이다. 하지만 하주석의 배트와 헬멧이 향한 곳은 너무도 위험했다.


첫 번째, 하주석은 배트를 홈플레이트 위에 내리쳤다. 심판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서 강력한 표현을 하고 싶었나 보다. 그러나 포수와의 거리가 너무도 가까웠다. 배트가 튀어 포수에게 맞거나, 배트가 부서진 뒤 파편이 포수에게 튈 수 있는 거리였다. 배트의 파편은 날카로워 이슈가 될 정도로 위험하다. 본인의 분풀이가 정상적인 플레이를 한 무고한 포수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거다. 이렇겡 위험하고, 위협적인 어필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두 번째, 퇴장 이후 들어가던 그는 헬멧을 더그아웃 위에 던졌다. 물론, 더그아웃에서도 장비를 던지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를 가끔 볼 수 있다. 이 역시 TV에 중계되고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추천할 만한 행동은 아니다. 자신의 돈으로 원상복구 시킬 수 있는 장비나 기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보기에 좋은 행동이 아니다. 그런데 하주석으 여기서 더 나아갔다. 그가 던진 헬멧은 벽을 맞고 튀어나와 코치의 머리를 강타했다. 게다가 사과도 없이 경기장을 떠났고, 하주석은 비판과 비난을 피할 수가 없었다. '팀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을 때엔 용인될 수 있다고 믿는 어필과 퇴장. 그런데 하주석은 팀 분위기를 떨어뜨리며 그 명분마저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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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동으로 하주석은 팀에서는 2군행, KBO 차원에서는 10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팬들이 받았을 충격과 상처다. 롯데는 포수가 부상을 당할까 아찔했고, 한화는 주장이 보여준 무책임함에 상처를 입었다. 그가 보여준 어필은 팀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었고, 개인의 짜증이 드러난 것이었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가 필요한 팀. 거기서 하주석이 주장으로서 구심점이 되어주길 바랐을 팬에겐 큰 실망일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는 매 경기, 매 순간이 중계된다. 스포츠이자 엔터테인먼트. 누군가는 그들을 보고 야구를 알고, 스포츠를 보고, 꿈을 꾼다. 어필 후 퇴장이란 결과보다 중요한 건 한 선수의 태도와 행동이 '누군가가 봐도 괜찮을 만한 것이었는가, 팬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퇴장과 어필은 경기 혹은 엔터테인먼트의 일부로서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위험하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은 경기와 엔터테인먼트 일부로서 작동하기 힘들다. 매 순간이 중계되는, 그래서 감시 받는 듯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은 야구라는 것만큼이나 무거운 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이들이 오래 살아남고, 많이 사랑받는다.


*하주석의 폭력적인 행동 전까지는 팬들은 그의 편이었다. 상대편인 내가 봐도 억울할 수 있는 판정이라 생각한다. 그는 많은 이의 지지를 받을 기회를 그렇게 날렸다. 동시에 문제가 되어야 할 심판의 콜은 묻혀버렸다. 여러 가지로 아쉬운 사건이다.

사진 출처: MK스포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