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잡썰 Ep13. 결국은 시작된 '이대호' 은퇴 투어
코로나 역병을 앓은 뒤, 긴 시간 이 공간에 글을 쓰지 못했다. 자이언츠의 야구는 꾸준히 봤지만, 이야기를 풀어낼 만큼 즐겁지 않았고, 집중해서 글을 토해낼 정도의 에너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늘 비슷한 패턴의 플레이와 선수 운용, 이젠 익숙해진 패배라는 결과 앞에 무엇을 쓰면 좋을지 몰랐다. 그러다 올스타전의 한 장면이 마음을 흔들었다. 롯데 팬들은 부정하고 싶었을 이대호의 은퇴 투어. 그는 싫어하겠지만, 내겐 지난 20년 자이언츠라는 팀보다 빛났던 위대한 선수. 그런 선수와의 이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이에 다시 펜을 들었다.
은퇴. 선수로서 경기장을 영원히 등진다는 의미다(물론, 이를 번복하는 레전드도 있긴 했지만). 스포츠 팬이라면 이미 한 번쯤은 목격했거나 경험해야 할 일. 응원하던 선수를 다시는 경기에서 만날 수 없다는 건 언제나 슬프다. 애정 없는 존재와의 마지막 앞에서도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끼는데, 아끼던 대상과의 마지막은 오죽할까. 은퇴, 마지막 등의 단어는 현재라고 느끼던 것들을 순식간에 과거로 밀어내 버린다. 늘 옆에 있을 것 같던 현재가 다시는 오지 않을 과거가 되는 변곡점. 롯데의 중심이었던 리빙 레전드가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걸 팬들은 후반기 경기마다 목격하고 있다.
사실, 올해 전까지 '이대호'라는 선수를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다. 언제나 가장 잘 쳤고, 매 타석 홈런을 기대할 수 있던 유일한 자이언츠의 타자. KBO 커리어 내내 롯데의 중심이자 4번을 칠 수 있고, 마지막까지 그래야하는 타자. 이런 엄청난 수식어들이 당연했기에 오히려 존재감을 못 느꼈던 기이한 선수. 이런 선수가 내년에 없다는 건 아직도 상상하기 힘들다. 10대 시절 친구들과 야구 이야기를 할 때, 20대 시절 종종 야구장에 놀라 갈 때, 30대가 된 지금 야구잡썰에서 자이언츠에 관해 떠들고 있는 순간까지도 그는 늘 그자리에 묵직한 존재로 우뚝 서 있다. 곧 다가올 그의 은퇴는 한 시절의 퇴장을 의미하기에 기분이 더 묘하다. 나의 한 시절이 영원하고 싶은 마음에 그의 은퇴도 오지 않았으면 하다.
이런 이유로 일부러라도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순간을 올스타전에서 대면했다. KBO는 올스타전 중간에 조선의 4번 타자를 위한 시간을 마련했다. 인터뷰 중 울컥하던 그를 보며 팬들도 먹먹함을 느꼈을 거다. 애써 잊으려 했고, 유예하고 싶었던 '이대호 은퇴'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던 날이다. 그렇게 그의 은퇴 투어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롯데 팬들에겐 경기장에서 그의 응원가를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아쉽게도 올스타전에 갈 수 없던 난, 이대호의 인터뷰를 보며 가지 못한 걸 후회했다. 그래서 후반기 두산과의 은퇴 투어가 예정된 첫 잠실 3연전을 모두 예매했다. 이미 후반기를 3연패로 시작했기에 이번 시즌도 저물고 있다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호의 마지막 순간이 더 많은 승리와 함께하길 바랐다. 그러나, 어쩌면 역시나 자이언츠는 이런 기대를 배반했고, 잠실 3연전을 모두 패배했다. 더운 날씨와 답답한 경기력에 짜증이 밀려오기도 했는데, 은퇴 행사가 있던 세 번째 경기에선 그런 분함보다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를 보내야 하는 건 맞지만, 이렇게 보내는 게 맞나 싶었다.
3연전 내내 팬들은 이대호가 타석에 나오고, 덕아웃에 들어갈 때마다 큰 목소리로 응원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그를 응원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던 경기였다. 이대호가 아웃을 당한 뒤에도 응원가를 부르며 그에게 마지막 힘을 전하고 있었다. 이에 이대호도 관중석으로 종종 인사를 했지만, 미소를 보이지는 못했다. 좋지 않은 팀 성적, 끌려가는 경기 앞에서 그만 웃을 수는 없었을 거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씁쓸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가 야구장에서 더 많이 웃으며 야구를 하길 바란다. 적어도 은퇴 투어 행사가 있는 날만큼은 자이언츠가 멋진 경기로 이대호가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의 끝은 내 한 시절의 끝이다. 이번 시즌 역시 암울한 성적이지만, 내 한 시절의 마지막을 미소로 기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자이언츠에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