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잡썰] Ep21. 이번 시즌도 망했어요

야구잡썰 Ep21. 나홀로 시즌을 결산하며...

남은 경기 전승 시 5위 가능. 다음 날, 전승 및 모 구단 전패 시 5위 가능. 며칠 후, 롯데 가을 야구 탈락 확정... 자이언츠 팬은 9월이면 수학자가 되어야 한다. 포스트 시즌 막차를 타기 위해 필요한 승 및 승률을 계산하며 매 경기 간절하게 응원한다. 그러다 우리만의 '매직 넘버'는 점차 '트래직 넘버'로 변해가고, 144경기가 채 끝나기 전에 우리의 시즌은 이미 끝나있다. 그렇다.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되는 순간 대개 그 시즌은 끝난 거다. 어떻게 아냐고? 나의 자이언츠가 늘 그랬으니까.


2022시즌 시작 전부터 전문가들은 롯데를 하위권으로 예상했다. 영구결번 후보였던 우익수의 이탈, 리그 최고의 유격수와 에이스의 재계약 불발, 몇 년째 물음표인 포수 등 비어있는 포지션이 너무도 많았다. 상수가 없는 팀이기에 누가 봐도 불안해 보였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레전드 이대호의 은퇴를 앞두고 팀 전체가 정신 무장이 되어 있을 거란 기대, 새로운 기회를 얻은 선수들의 경쟁심도 불에 타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어 내심 가을 야구까지 기대했다. 이맘때 보란 듯 전문가들에게 '야! 이 야알못들아!'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지금 느끼는 건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다!'라는 경외감뿐이다. 많은 이가 예상했듯 이 팀은 하위권에 어울리는 시즌을 보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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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4월을 보냈던 자이언츠는 5월 빠르게 추락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부상은 언제나 팀 운영을 어렵게 하는데, 동시에 3명이 빠진 건 큰 불운이었다. 더구나 팀 체질을 유망주 위주로 개편했기에 즉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선수가 있을 리 없었다. 잇몸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결국 승률이 바닥을 찍었다. 그 5월의 추락 이후 자이언츠는 시즌 내내 하위권에 머무르다 초가을에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동기, 경쟁심 등 데이터 외적인 요소에 기대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지 느꼈던 시즌이다. 물론, 롯데에 없던 기동력을 가진 황성빈은 엄청난 투쟁심을 보였고, 새로운 우익수 후보였던 고승민도 타격에서 파괴력을 보였다. 여기에 앞으로 4번을 맡아줄 한동희의 타격도 일취월장하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었던 시즌이다.


그런데도 절망적이다. 이 모든 긍정적인 면을 더해도 팀의 고질적인 문제 하나를 상쇄할 수가 없다. 자이언츠의 수비는 프로의 것이라 보기엔 여전히 심각한 결함이 있었고, 그래서 시즌 내내 안정감을 가질 수가 없었다. 한번 무너진 분위기를 바로잡아줄 탄탄한 수비 조직력이 없는 팀. 2년 차에 접어든 서튼 감독은 이런 부족한 수비력을 '쉬프트'라는 전술로 보완하려 했지만, 이전에도 언급했듯 이 전술은 시즌 중반 지나서부터는 무용했다. 쉬프트가 뚫리는 건 확률의 문제로 넘어가려 해도, 덜 완성된 조직력 탓에 베이스가 비는 모습은 프로 리그에서 봐주기 힘든 플레이였다. 더불어 공격에서도 무작정 사용하는 플래툰은 보여주기식 전술에 그쳤다. 선수의 컨디션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고, 선수별 타격 사이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라인업 및 대타 작전이 1년 내내 이어졌다. 공수 여러 방면에서 혼란스러운 기용은 선수 컨디션에도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이는 자연스레 팀 성적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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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튼 감독이 극단적인 전술을 시도한 건 팀이 보유한 자원 상황 탓일 거다. 그리고 이는 단장을 비롯해 프런트에게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올해 연임을 확정한 성민규 단장은 자이언츠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3년 내내 가을 야구에 실패했지만, 팀 구조를 개선하는 성과가 있었다(그의 시도가 '개선'이라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증명해야 할 것들이 있겠지만). 특히, 그는 자이언츠 단장 최초로 팀의 방향성을 팬과 공유했고, 프로세스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뿌리부터 바꿔 나가려 했다. 덕분에 현재 자이언츠는 큰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가 롯데 최초의 현대적인 단장이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게다가 높았던 팀 연봉을 대폭 낮추는 성과도 있었다.


단장이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했다는 건 긍정적이고 이후에도 이런 움직임은 필요하다. 다만 올해는 그 방향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시즌 특별한 보강 없이 자이언츠가 가장 변화에 힘쓴 부분은 외야의 확장이었다. 데이터를 중시했던 그는 사직구장의 외야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외야를 뒤로 더 밀어 넓어졌고, 담장을 위로 쌓아 피홈런을 억제하려 했다. 하지만 정작 뛰는 선수들의 수비 지표는 리그 평균 이하였기에 넓은 외야가 불리했고, 타격에서는 우리 팀의 실제 장타율이 기대 장타율보다 낮은 악효과를 가져왔다. 젊은 선수가 많아 작전 야구가 어렵고 조직력이 늘 부족했던 팀이라는 걸 고려하면 홈런을 비롯한 장타가 득점의 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높은 담장은 자이언츠 선수 스스로 득점을 창출할 기회를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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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단장은 감독이 기용할 수 있는 재원을 모으는 역할도 한다. 이런 점에서 자이언츠의 5월 부진에서 단장과 프런트의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 자이언츠가 지옥 같은 5월을 보낸 건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중간급 선수들, 즉 백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를 내보냈던 이유가 컸으니까. 그래도 여기까지는 단장도 어쩔 수 없었을 거란 항변을 조금은 해줄 수 있다. 팀을 젊은 세대로 리빌딩하려는 과정에 있었고, 주전 3명이 한 번에 이탈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니까. 그런데 시즌 전체로 봤을 때, 이런 방향성에서 의아한 선택을 했다고 물을 수 있는 지점이 없지는 않다. 유망주 위주의 팀을 만들고 있던 단장은 군필 투수 유망주와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내주면서 애매한 성적의 베테랑 유격수를 데려왔고, 올해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다. 선수단 구성에 어딘가 모순이 있었던 시즌이지 않을까.


다음의 상황은 그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개선할 수 있었던 여지가 있었을 것 같아 더 아쉽다. 단장은 팀의 방향에 맞는 선수를 데려오는 일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선수를 단호히 보낼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시즌 중반까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두 외국인 선수를 일찍 교체하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후반기 초반, 승부수를 던질 기회가 있던 시점에도 자이언츠는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두 외국인 선수를 기용하고 있었다. 감독은 선수와 매일 만나기에 방출을 결정하기 힘들 수 있다. 이럴 때 단장이 단호히 감독에게 상황을 직시하게 하고, 팀이 중요한 시점에 있다는 걸 어필했으면 어땠을까. 이때 조금 더 단호히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교체된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이 압도적이었다는 걸 걸 생각하면 더 씁쓸하다. 단장과 감독이 함께한 팀원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고 미안해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건 그들을 바라보는 팬들이다. 그런 냉정한 결정을 하는 곳이 프로의 세계고, 그런 잔인한 결단을 내리라고 단장과 감독이 큰돈을 받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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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유니폼 이야기도 곁들이고 싶다. 이는 단장의 업무가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최종 결재자는 그였을 것이기에 써본다. 이대호의 은퇴를 맞아 제작한 유니폼. 은퇴 당사자도 마진을 적게 해 더 많은 팬이 받았으면 하는 소망을 보였지만, 출시된 은퇴 유니폼은 적은 수량과 높은 비용으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유니폼 제작 단가가 높다면, 낮은 단가의 재질로 만들 수 있는 유니폼을 팬들에게 더 많이 공급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야 했다. 그런 뒤에 단가가 높은 재질은 프리미엄 금액을 책정해 한정판으로 출시했다면 팬과 구단 모두가 윈윈할 수 있었을 거다. 이런 고민은 뒤로한 채 구단은 돈에 미쳐있는 것 같다.


이 구단은 지난 20년 동안 팬들에게 특별한 순간보다 굴욕의 순간을 많이 선물하지 않았던가. 모처럼 온 감동적인 순간을 최대 이윤 창출의 창구로만 쓰려했다는 점에서 더 화가 난다. 무한한 애정으로 거지 같은 성적을 인내했던 팬에게 그들은 돈만 더 요구하고 있었다. 구단이 팬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구단의 마케팅이 얼마나 엉망이고 단기적인 시야를 가졌는지를 엿볼 수 있었고 한심해 보였다. 이게 시야가 좁은 나의 오해였으면 좋겠고, 정말 팬을 아끼는 구단이었다는 걸 다시 증명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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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마케팅이자 리빌딩은 승리다. 그 승리가 감독과 단장, 그리고 구단의 평가 지표가 될 것이다. 그 긍정적인 평가의 시작이 가을 야구다. 올해도 무능함을 만천하에 알리고 말았지만, 변화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적어도 이런 시즌조차도 언젠가 돌아보면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그러기 위해선 이번 시즌을 미래 성적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건 안고, 나쁜 건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내년엔 6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라는 기사를 보고 싶지 않다.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