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대가 선물한 스릴러

Appetizer#185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마트폰은 기계라는 자리를 넘어 우리 신체의 일부가 된 듯하다. 이 기기를 통해 보고, 듣고, 생각하고, 노는 건 더 이상 특별한 행위가 아니다. 이를 디지털 기기의 뛰어난 역량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디지털 기기가 우리의 일상을 장악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이하 <스마트폰을...>)는 이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혹은 이 기기에 중독된 우리 삶을 담았다.

<스마트폰을...>은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차트상위권에 랭크될 만큼 화제작이었지만, 화제만큼이나 재미있게 시청하지 못했다. 일상과 맞닿아 있던 소제 덕에 초반부 깊게 몰입할 수 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치밀함이 부족했다. 여기에 인물 설정도 매력적이지 못해 점점 이입이 어려웠고, 초반부 잘 조성한 스릴러의 분위기도 자취를 감췄다. 특히, 영화가 내세웠던 스마트폰의 주목도가 떨어질 때부터 긴장감 저하가 가속화되었다. 제목처럼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떨어졌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된 셈이다.


영화의 초반부 카메라는 스마트폰을 따라가며, 이 기기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있는지 보라 한다. 기상부터 취침까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이 기기 덕에 나미(천우희)는 더 편리하고,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며 재미있는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스마트폰은 점점 위험한 존재로 둔갑하며 나미의 삶을 위협한다. 준영이 나미의 정보를 캐고 이를 활용해 일상에 개입하는 순간은 꽤 현실적이고, 그래서 공포를 느끼게 한다. 나미처럼 함정에 우리가 빠졌을 때, 자신을 방어하고 위기에서 구할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 때 내가 썼던 메시지, 사실 내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건 얼마나 모순인가. 가장 개인적이고, 당연시되는 스마트폰을 통한 소통을 부정하는 건, 현 시대의 보편적 상식을 부정해야 하는 일이된다.

이렇게 <스마트폰을...>은 준영(임시완)의 범죄를 통해 이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복제해 대리하는 또 하나의 인격이 되어있다는 걸 알게 했다. 나미의 개인정보와 생활 패턴, 더 나아가 그녀가 사람들과 맺는 관계도 알고 있는 기기. 개인의 거의 모든 걸 대리하며 획득한 신뢰성 덕에 때로는 나미의 말보다도 이 스마트폰이 뱉는 말의 힘이 더 커 보인다. 이렇듯 어쩌면 주인보다도 신뢰도가 높은 존재이기에 이걸 잃어버린다는 건 나 이상의 것을 잃어버린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스마트 기기에 종속된 우리 삶의 취약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을...>은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진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역으로 말하면, 이 소재와 주제가 현실적인 공포가 이 이야기 자체의 긴장감을 능가했다. 카메라가 스마트폰을 외면하는 순간, 사라진 스릴의 자리를 과잉된 캐릭터와 대사가 채우고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그래서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목을 끌던 요인이 사라진 뒤 영화 곳곳의 빈 곳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스마트폰을...>이 주는 공포는 시대의 공기를 잠시 빌려와 공유하는 데서 오는 것이었지, 극적 구성과 캐릭터의 매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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