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 스스로 장점을 버린 영화

Appetizer#186 타겟

'거래할 수 있을까요?'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자의로 물건을 내놓고 바랐던 '중고 거래'라지만, 메시지를 보낸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건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무서운 사람이 나오지는 않을지, 거래 중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을지, 이렇게 거래하러 나온 데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닐지 등 혼자 온갖 걱정이 따라온다. 상대방도 나를 모르기에 불안할 것이고, 대개는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고려하면 괜한 걱정도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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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은 이런 중고 거래 시 겪을 수 있는 감정을 잘 녹여낸 스릴러다. 지금도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에 소재가 익숙했고, 주인공 수현(신혜선)의 상황과 심리에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었다. 더구나 이 영화는 실제 중고 거래 범죄 사기와 보복성 범죄를 모티브로 했기에 더 리얼하고 섬뜩했다. <타겟>은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우리의 흔적이 시시각각 기록되고, 휴대폰 카메라 등을 통해 어디든 감시당할 수 있는 시의성 있는 공포를 영리하게 활용하며 문을 열었다.


영화의 초반부는 중고 거래에 사기를 당하고, 개인정보마저 뺏긴 수현이 온갖 피해를 당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개인정보 유출로 일어난 일은 '내가 했지만, 내가 한 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에 꽤 복잡하다. 디지털 시대의 누구든 당장 당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작정한 범죄 앞에서 수현을 당장 구해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악인에게 나라는 존재를 뺏겨 온라인에 노출되고, 그럴수록 오프라인에서는 나의 자취를 감춰야 한다. 이렇게 고립되어 가는 수현을 보는 초반부가 <타겟>에서 가장 이입되었고, 스릴러로서의 매력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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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릴은 중반부가 지나면서, 그러니까 그놈(임성재)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급격히 떨어진다. 온라인에서 그놈은 치밀하고, 은밀하며, 파괴적이었다. 익명성 뒤에서 어디에서든 수현을 보고 있을 것 같은 위압감, 온라인 데이터를 통해 어디에서든 수현을 공격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있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그놈이 무력으로 수현을 제압하려 할 때는 그런 위압감을 느끼기 힘들다. 오프라인에서 '그놈'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데에 영화가 큰 관심이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다.


후반부 '그놈'이 안타고니스트로서 매력을 상실하면서 <타겟>도 스릴러로서의 장점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그 자리는 맥거핀을 위해 작위적으로 설정한 캐릭터와 상황들이 채우고, 결과가 보이는 상황 속에 흥미롭지 않은 액션이 이어지며 초반부 쌓아왔던 걸 무너뜨린다. 영리한 세팅에서 출발했지만, 그 장점만을 믿고 안일했던 건 아닐까. 중고 거래도 그랬듯 모든 건 끝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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