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조그마한 관심에도 감사하며
"어! 너 오늘 생일이지? 생일 축하해!"
길고 긴 1년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생일. 별 기대 없이 일어난 아침에 지난밤 와있던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생일을 축하해주는 메시지가 몇몇 있었다. 그중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메시지들.
대부분 비슷한 형식의 축하 메시지였지만, 그동안 서로 연락이 뜸해서 오랜만에 축하로 인사를 건네는 옛 친구의 메시지도 있었고 평소 내 생일을 기억해주고 있던 친구의 메시지도 있었다.
생일을 축하해준다는 것은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굳이 해야 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안 하기 마련이고 설사 친하다고 하더라도 귀찮다는 이유로 넘어가기도 할 텐데 이들이 내게 축하를 해줬다는 건 짧은 시간이었더라도, 짧은 몇 마디였더라도 나를 위해 할애했다는 것이고 우리의 관계는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지 않은가.
게다가 요즘에는 지인들의 생일 알림이 뜨기 마련이기에 날짜까지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내 생일을 기억해줬다는 것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더 고맙게 느껴지는 이유가 된다.
지인들은 흔히 나를 향해 세상의 재미 하나를 잃었다고 표현하는데, 그 이유는 내 음식 취향에 있다.
그렇다. 나는 회를 못 먹는다. 어렸을 때 회를 먹었다가 크게 탈이 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회를 먹기가 두렵다. 때때로 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보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지만 자주 접하면서 노력하기에 회는 꽤 부담스러운 녀석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비싸다)
이렇게 재미를 잃어버린(?) 내 식성 때문에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메뉴를 정할 때면 늘 선택지를 하나 잃게 된다. 나는 그래서 항상 메뉴를 정할 때 회 이야기가 나올까 노심초사하고 지인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늘 메뉴 선택을 할 때 회라는 선택지를 잃게 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내가 회를 못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회 이야기가 나오면 내 식성을 기억하고 다른 메뉴로 관심을 돌린다.
이렇게 모두의 배려 덕분에 오늘도 마음에 드는 메뉴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생일을 축하해주고 기억해주는 것도, 내 식성을 기억하고 도움을 주는 것도 모두 고마움을 느끼는 것들이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호의인 것이고 의무나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이 사소하게 느껴지는 호의들을 고맙게 생각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호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호의들은 나를 향한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고 이러한 관심을 내가 이 사람들에게 받아도 되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뭐 지금까지의 모든 생각들이 과하게 부풀려져 있고 너무 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래도 관심이라는 것은 사람을 과해질 정도로 기분 좋게 만드는 것 같다.
사소한 관심 하나로 내가 이 세상을 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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