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사줬던 닭꼬치

괜찮으니까 일단 따라와

by 신비로운별

키가 매년 약 10cm가량 커버려 1학년 때 엄마랑 크게 맞춰왔던 교복이 조금 작게 느껴질 정도였던 중학교 3학년 시절, 고입을 바라보며 준비하고 있을 시기였다.


학교 교문에서 뛰어가면 10초 정도 걸렸을 거리에 다양한 메뉴가 있는 분식집 하나가 새로 생겼다! 이 분식집은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학교 학생들과 옆 초등학교 학생들로 인해 인기를 누렸는데 갔다 온 친구들의 평을 듣자 하니 닭꼬치가 그렇게 맛있다며 극찬을 하는데, 한참 많이 먹을 시기였던 우리는 군침을 넘겼다.


친구들은 조만간 닭꼬치를 먹으러 가자며 분식집에 대해 정복 의지를 불태웠다. 나도 웃으며 동조하고 있었지만, 계속 친구들이 가자고 하면 애써 거절하며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린 시절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놀 거 다 놀면서 풍족하게 살았지만 어느 순간 집안에 생긴 사정으로 어린 날의 나는 부모님이 많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용돈을 달라고 하기에도 눈치가 보였기에 친구들이 놀자고 하면 거절하는 일이 많았고 정말 돈이 필요해서 말씀드리고 돈을 받아도 나가는 발걸음에 무게가 실리곤 했다.


대부분 어린 시절 다녔던 보습학원이나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싶었지만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고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을 소개해주어도 나는 말씀드려본다고만 하고 집에서 참고서로 공부하곤 했다.

나는 그래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 참으며 비록 다른 친구들만큼은 아니더라도 학교를 다니고 밥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래서 여느 때처럼 학원 대신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한적한 학교에서 진행되던 방과 후 수업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흠칫 놀랐다. 집에 먼저 간 줄 알았던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야, 닭꼬치 먹으러 가자"

친구의 이 말을 듣자마자 순간 친구에게 느껴지는 미안함과 놀라움. 친구는 이 제안을 하기 위해 한 시간 가량의 시간을 기다렸고 나는 이 제안에 응할 수 없었기에.

"나 돈 없는데.. 근데 왜 기다렸어?"

친구는 장난을 치며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고 말했다.

"괜찮으니까 일단 따라와"


그렇게 친구에게 이끌려 도착한 학교 앞 분식집에는 이미 대부분 하교해버린 터라 손님이 없었다.

"닭꼬치 2개 주세요"

주문을 하던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느껴졌고, 어느새 내 손에는 양념이 묻어진 닭꼬치 하나가 들려져 있었다. 마침내 이 닭꼬치를 먹어보니 그간 친구들의 극찬이 이해되는 맛이었다.

"잘 먹을게.. 그리고 나중에 꼭 갚을게"

"사줬으니까 나중에 빙수 사줘라"

친구는 메뉴판에 있는 만원 가량의 빙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게 각자 하나씩 해치우고 서로 집에 갔는데 내내 친구의 베풂이 떠올랐다. 그 친구는 내가 거짓으로 얼버무려 분식집에 가자는 말을 거절했을 때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만큼 그 친구와 친했지만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지 않았나 싶다.


이 이후로 다른 친구들도 내게 닭꼬치를 사줬고, 내게 닭꼬치를 사줬던 친구들은 내가 다른 고등학교로 배정받았는데도 20대 초반이 끝나가는 지금, 아직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가격이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500원, 1,000원 하는 닭꼬치 하나였다고 해도 그 베풂으로 인해 내 성격에 영향을 주었다.


비록 그때 친구에게 빙수를 사주지는 못했지만 마침내 나는 성인이 되었고 일을 하며 수입이 생겨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그 친구들에게 베풀고 있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베푸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지금, 그리고 이 행복을 선물해준 친구.

인생을 마냥 헛살지는 않은 것 같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커버 사진 출처 :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이전 11화어린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