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아저씨가 너 멋있어서 사주는 거야

by 신비로운별

평소처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본인의 키보다 3배는 높았을 문을 힘겹게 연 소년 한 명과 더 어려 보이는 여러 명의 아이들이 찾아왔다.


나는 여느 때처럼 '아.. 또 소란스럽겠구나..' 하며 체념하고 있었는데 이 소년은 뭔가 달랐다. 그도 정말 어린아이였는데 본인보다 작고 어린 천방지축 아이들이 다 들어갈 때까지 문을 열어놓고 잡아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소년은 제일 마지막에 들어오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다른 아이들이 이리저리 쏘다니며 과자나 음료수 쪽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의견이 통일됐는지 아이스크림 냉장고 앞쪽에 나란히 서서 고민하고 있는 눈치였다.


시끌벅적하게 "나는 이거 먹을 거야!", "형, 이거 꺼내 줘!" 등 아이들의 선택을 암시하는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모든 아이들은 각자 본인 취향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내 앞으로 왔다.


아까 들어올 때의 듬직한 모습을 보고 대강 '이 친구가 대장이구나!' 했던 아이 한 명이 가격을 물어보았고 아이들의 아이스크림 바코드를 다 찍고 나니 5,000원을 약간 넘는 가격이었고, 나는 대장 같던 아이의 손에 들려있던 구릿빛의 5,000권이 보였다.


그 아이는 가격을 보더니 혼자 고민하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서로 자기들이 고른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을 거라며 열띤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대장이던 그 아이는 고민하는가 싶더니 본인의 아이스크림을 다시 넣어놓고 오며 자기 것을 빼고 계산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갑자기 혼자서 깊은 고뇌에 빠지기 시작했다. '혹시 이게 뉴스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어려운 아이들이었단 말인가?' 하며 기부 한 번 하지 않은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


결국 나는 결심을 했다. 무엇보다도 기껏 해봐야 초등학교 저학년일 것 같던 저 대장 친구의 마음씨가 기특했고 이럴 때에 도와줘야겠다 싶어 내 카드를 꺼내 아이들이 골라온 아이스크림들을 결제했다.


그 대장 친구는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듯 보였다. 나는 마음씨가 기특해서 사주는 거고 나중에 아저씨처럼(그 아이들에게 나는 키 큰 아저씨였겠지..) 어려운 친구들에게 사주면 되는 거라고 하며 아이들을 떠나보냈다.


마음씨도 대장이었던 그 아이는 연거푸 감사 인사를 하며 편의점을 나섰다. 오늘 보람찬 인생이었다며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는 그때, 아까 그 대장 친구와 아주머니 한 분이 함께 들어오셨다.


그 여성 분은 다름 아닌 그 아이의 어머님이었다. 아무래도 이 아이는 그냥 심부름 형식(?)으로 여기에 왔던 건데 얼떨결에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던 것이다.


나는 혼자만의 오해로 벌어진 일에 민망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 여성분은 아르바이트생의 시급 현실을 알고 있다며 내가 연거푸 사양했는데도 5,000원보다 조금 더 되는 돈을 내 손에 계속 쥐어주시며 떠나갔다.




어찌 보면 참 웃긴 일이다. 혼자 심각하게 오해하며 이 아이들을 내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기에.


그래도 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혹시라도 다음번에 이러한 기회가 또 생긴다면 나는 또 카드를 꺼내 들었을 것이다.


이 해프닝으로 늘 철없을 것 같은 아이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고 나는 그 대장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지금처럼만 자라줘 대장!


Photo by Ben Wick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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