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라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소소한 행복 포인트

by 신비로운별

최근 나는 페이스북을 삭제했다. 아니, 삭제라기보다는 정확하게 말하면 비활성화를 했다. 지금은 바꿨지만 그 당시에 쓰던 폰이 페이스북의 압도적인 용량을 버거워하던 때라 삭제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있지만, 흔히 몇몇 사람들이 열심히 설파하던 주장에 매료됐었기도 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타임라인이 광고로 물들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페이스북을 하는 것에 큰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비활성화했다. 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인스타그램에 빠지게 되었고 이상하게 이건 인생 낭비라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인스타그램은 내게 취미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그 취미는 바로 사진 찍기다.




이전에는 남들이 예쁜 풍경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들 때면 나는 그저 '어, 예쁘네.'라는 생각만 하고 지나쳐버리기 일쑤였고 식당이나 카페를 가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이 나오면 지인들이 카메라를 들 때 나는 수저를 들고 기다리던 나였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내가 먼저 카메라를 켜고 게다가 옛날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텐데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스스로 부탁하기도 한다(SNS가 이렇게 위험합니다). 어떻게 보면 SNS에 과하게 집착하게 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진이라는 취미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알았기 때문에 스스로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은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촬영 구도를 잡고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켜고 이것저것 만지다가 구상한 대로 사진을 찍고 속으로 만족하며 유유히 갈 길을 가곤 한다.


유독 감성이 짙게 드리워지는 밤이 되면 갤러리를 열고 저렇게 찍었던 수많은 사진들을 보며 그날을 다시금 재생시킨다. '이 날은 유독 사람이 참 많았었는데', '이 날은 정말 추워서 옷을 꽁꽁 싸맸었는데', '저 주변에서 정말 맛있는 냄새가 났었는데'와 같은 생각들을 하면서 나의 발걸음을 다시 그곳으로 향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사진이라는 취미에 저런 행복 포인트도 있지만 또 다른 행복 포인트도 있다. 아주 소소한 것들이지만.


나 스스로 느끼는 것이지만 내 피에 제작자의 기운이 흐르고 있는 것일까, 내 사진도 잘 나오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른 사람들 사진 찍어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이런 경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가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을 때 카메라 렌즈가 아래쪽으로 오게끔 몸을 웅크리는 등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줬던 사람들. 이젠 나도 이렇게 되어버렸다.


내 사진이 아닌데도 그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고 흡족해하는 표정을 볼 때면 괜스레 내가 더 기분이 좋아진다. 모르는 사람한테도 이러는데 지인들을 촬영할 때는 얼마나 더 심하겠는가.


정작 지인들은 찍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스스로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이야, 여기 인생 샷 건질 수 있겠다.'라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던 구도를 구상하고 사진을 찍어준다. 지인들은 나를 이상하게 볼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근데 여기서 행복이 배가 될 때가 있다. 내가 찍어준 사진들이 그 지인의 SNS에 업로드되거나 프로필 사진으로 간택되었을 때,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구름 위를 걷는다. 뭐 짐작하자면 혼자만의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느낌? 일종의 보람을 스스로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사진은 보는 것도 재밌고 찍는 것도 재밌으니 참 좋은 취미가 생긴 것 같아 내심 흡족하다. 옛날 학창 시절에 썼던 본인 정보지(?) 취미 란에 야구와 음악 감상만 기입했던 지난날들을 청산하고 사진 촬영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SNS가 불러온 커다란 나비효과의 산물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요즘 위험한 시국이라 여행을 상상도 못 하는 이 시점에서 마스크 없던 일상을 찍었던 사진들을 갤러리를 통해 보게 되면 그나마 단조롭고 따분한 일상에 조그마한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이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에 내가 담을 세상은 아직 무수히 많겠지.


20191030_182817.jpg 저녁 하늘의 그라데이션

Photo by William Bayreuther on Unsplash

이전 13화기억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