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향해
강제적인 정신 수양의 시간 속에 갇혀 사회복무요원으로 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약 1년 11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요양원에 출퇴근하면서 어르신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곳은 규모가 꽤 컸고, 어르신들 또한 상당히 많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는 어르신들의 성함과 개인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에 애를 먹었고 시간이 좀 걸렸었다. 이렇게 점점 적응을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많은 어르신들께서 '치매'를 앓고 계셨다는 것이다.
'치매'라는 것, 나도 처음에는 TV 의학 프로그램에 가끔 등장하는 주제로만 접해봤던 나는 구체적으로 이게 어떤 건지, 왜 힘든 건지 잘 몰랐었고 막연하게 '기억을 잃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접 어르신들 곁에서 느껴보니 정말 무섭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어르신은 30대 중반의 기억에 머물러 계시기도 했고, 유년 시절의 기억에 머물러 계신 분도 있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어르신들의 이런 모습은 처음에는 귀엽게만 느껴졌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계속되고 그 어르신들에 대해서 알고 나니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어르신들의 그 모습들은 나에게 큰 슬픔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항상 내 손을 잡아주시면서 힘들지 않냐며 자상하게 대해 주시고 항상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던 어르신 한 분이 계셨는데 점점 시간이 흐르고 내가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을 때쯤에는 그렇게 자상하셨던 어르신께서 나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으신 것 같았다.
요양원을 떠나야 할 때쯤 그 어르신께 "어르신! 저 누구예요?!"라고 여쭤보면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인 듯 대답해주셨기 때문에.. 아마 그 어르신께서는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었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으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 아직도 나는 자상하셨던 그 어르신이 기억에 남고 여전히 눈물이 맺히며 마음 한 편이 아려오는 기억이기도 하다.
하나 고백하자면 처음에 근무지 배정이 요양원으로 됐다는 걸 알았을 때는 아무래도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것을 느끼며 겪어보고 삶의 교훈을 얻어간 것 같아 지금은 아주 보람차고 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값진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이 울컥하고 힘들었지만 주변에서 직접 이런 슬픔을 겪고 계신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로 돌아간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