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뭐하고 살 건데?

정작 나에게는 하지 못한 말

by 신비로운별

조금씩 바람이 차가워지던 지난 늦가을, 퇴근 후 저녁을 먹을 겸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의 약속으로 한 요리주점을 찾았다. 자리를 잡고 부대찌개와 보쌈을 시키고 자연스레 서로 앞에 놓인 기본 반찬과 안주로 허기진 속을 달래며 반가움의 인사를 표했다.


"그동안 어떻게 잘 지냈어?"

나는 그때 한참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일만 하고 있다고 했고, 친구는 어느새 전역을 하고 대학생활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는데 상당히 놀랐다. 마지막으로 만날 때까지만 해도 대학생활을 잘하고 있던 친구였기에 어안이 벙벙했다고 해야 할까.


"그냥.. 나랑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그만뒀어"

그러면 이제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자 일단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아직 뚜렷하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고 했다.

이 친구의 근황에서 넘쳐나던 패기 때문이었을까, 막 나오고 있던 부대찌개가 더 붉어 보였다.


사실 대부분 전역하고 나면 나이가 23~24세 정도 되는데 보통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의 나이와 엇비슷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로를 확립해놔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뒤엎고 다시 새로 시작한다는 이 친구의 당당한 패기가 대단해 보이고 멋있어 보였다.




"그럼 너는 뭐하고 살 건데?"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나는 흠칫 놀랐다.

사실 내가 놀랐던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나조차도 아직 진로가 양방향에서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고, 두 번째는 오랜만에 들어본 나에 관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말이 많이 없고 들어주기만 하는 성격이라 주로 대화를 하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기 일쑤였다. 여담으로 상담사나 복지 쪽 업무를 많이 권유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술술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두 사내의 식사가 끝나고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하는데, 뭔가 원망스러웠다. '왜 미래에 대한 질문을 이제 해줬을까?' 하며 그 친구를 원망하는 것이 아닌, '왜 미래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자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 같은 것.

글쎄,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정말 어렵다. 어렵기에 아직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답변은 언젠가 해야 하는 것인데, 나는 계속 타인의 삶에만 초점을 맞추고 나 스스로에게는 집중하지 않아 답변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 이후로 나는 나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기로 결심했다. 물론 아직도 진로면에서는 확립하지 못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 정도는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처럼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당신도 그렇다고 느낀다면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에게 흔히 하는 안부성 인사 한 번 건네보자.


'나는 요즘 잘 지내니?'



(커버 사진 출처 : Jesús Rodríguez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