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 도전하라지만

젊어도 무서워요

by 신비로운별

과거 브런치에 올라온 많은 글을 보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왔던 게 퇴사 에세이였다.


퇴사 후 소회를 푸는 글은 상당히 많았고, 각자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지만 사회초년생인 나마저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 나는 불과 며칠 전 마지막 근무를 마쳤다. 현재 연가로 메워둔 탓에 공식적으로 못 박아둔 퇴사 일자는 아직 좀 남았지만, 사실상 퇴사했다.


남들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나는 나름 열심히 살아온 덕에, 운이 좋았던 덕에 원하던 직업인 기자로 졸업 직전 취업할 수 있었다.


사실 본래 원했던 직업은 기자가 아니었다. 내 학창 시절 자기소개서 장래희망을 채웠던 건 교사였고, 그렇기에 대학생 시절 교직이수라는 보험도 들어놨다. 그러나 불현듯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조명한 뉴스를 보고 눈물을 훔치며 꿈꿨던 기자라는 직업은 약 20년 되는 내 근간을 흔들어놨다.


비록 사회부 기자는 아니었지만, 꿈꿨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꽤 컸다. 워라밸이야 당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공 들여 쓴 글보다 자극적이고 가벼운 글에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때면 이른바 '현타'는 더욱 심해졌다. 또한 궁금해하지 않는 성격인데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하는 직업인 기자를 했으니 더욱이 맞을 리가 없었다.


결국 약 2년의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퇴사를 결심하고 묵혀왔던 사직서를 내고 나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나 보다. 주변 선배나 동료들의 반응을 들어보면, 내가 흡사 조증에 걸린 것마냥 어느 순간부터 늘 밝게 미소를 띠고 있었다고 하더라.


실제로 돌이켜 보니 사직서를 낸 뒤로 하필 설 명절 당일 밤에 열려 5시간 동안 지켜봐야 했던 시상식도 어찌어찌 잘 넘겼고, 퇴직을 위해 사용한 연가 날에는 스스로 외근 현장에 나가 웃으며 일하는 내 모습이 비치기도 했다. 이직이 아닌 퇴사를 목적으로 한 사직서라면 미래에 대한 고민이 섞일 것이 분명하지만,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역시 사직서에는 분명히 일시적인 행복이 있는 것 같다.


동료들의 눈물과 축하 속 마침내 이뤄진 내 첫 퇴사 후 나는 무엇을 하고 있냐고? 결국 돌고 돌아 원점으로 왔다.


본래 내 꿈이었던 교사를 위해 임용고시라는 거대한 관문을 뚫어보려 한다. 마침 어제 전국적으로 공립 중등학교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괜스레 나와 상관도 없는 이번 최종 합격자 수를 보면서 나도 과연 내년에 저 숫자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설레기도 했다.


일하면서도, 퇴사하면서도 은근 많이 들었던 말은 아직 내 나이가 젊다는 사회 선배들의 부러움(?)이었다. 아직 네 나이라면 뭐든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조언이 더해져 조금이나마 머리가 굳기 전에 도전해 보자고 결심한 것도 퇴사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젊어도 무섭다. 취업의 문이 드높다는 것을 알기에 실패 후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실패 귀인에 나서는 스스로가 초라하긴 하지만, 성공 귀인을 노력으로 돌리는 내년의 나를 위해 젊음으로 도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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