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 영화의 줄거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야카(아리무라 카스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학교를 많이 옮겨 다녔다. 사야카의 전학이 잦았던 이유는 유독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러던 어느 날 사야카가 더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비치는 정황상 사야카가 괴롭힘을 받는 상황일 수 있겠다고 판단한 사야카 어머니(요시다 요)는 결국 학교에 방문하고야 만다. 그러나 교사로부터 돌아온 대답에 사야카 어머니는 기가 찬다. 설령 괴롭힘이 있더라도 어느 학교에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이런 일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거라며 참고 넘어가달라는 교사의 말에 결국 다시 한번 사야카를 전학 보낸다.
사야카의 새 학교는 교복이 예뻤던 메이란 여자중고등학교. 이번에는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까 걱정하던 그때, 웬 3인방이 사야카를 붙잡더니 단정하던 그의 교복을 짧게 줄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처음으로 친구들이 생긴 사야카는 이들과 함께 '불량소녀 4인방'이 돼 고등학생 때까지 인연을 이어간다.
하지만 사야카는 공부와 담을 쌓게 되고, 행실마저 엇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사야카의 가방에서 담뱃갑까지 발견되면서 결국 정학 처분을 받게 된다. 사야카 덕에(?) 학교에 수없이 방문했던 사야카 어머니는 그의 정학 처분에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오히려 사야카에게 학원에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한다.
고등학생 신분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금발 머리와 노출이 있는 복장으로 세이호 학원에 찾아간 사야카. 학교였다면 일단 금발 머리와 복장부터 걸고넘어지며 야단을 쳤겠지만, 세이호 학원 선생님 츠보타(이토 아츠시)는 오히려 이런 패션을 본인에게 가르쳐 달라며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고개를 숙인다.
신규 수강생인 만큼 츠보타 선생님은 사야카의 실력을 가늠하고자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표준점수 40점대에 전교 꼴찌였던 사야카의 테스트 결과는 0점이었다. 하지만 츠보타 선생님은 답안 작성란을 하나도 비우지 않고 뭐라도 써낸 사야카를 칭찬한다.
결과를 바탕으로 사야카의 목표를 두고 고민하던 츠보타 선생님. 그런데 츠보타 선생님은 사야카의 목표를 일본 최고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문학부로 잡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한다. 이유는 다름 아닌 '게이오 소년들'이 잘생겼을 거라는 이미지였다. 이런 황당한 상황 속 '불량소녀' 사야카는 '초긍정' 츠보타 선생님의 지도 아래 게이오 신입생이 될 수 있을까?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도이 노부히로 감독과 주연 아리무라 카스미가 합을 맞춘 작품이다. 앞서 리뷰했던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또한 두 사람이 합을 맞춘 작품인데, 아무래도 카스미가 노부히로 감독의 보물창고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도 반가웠던 작품이지만, 교사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교육관을 정립해 볼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기존에는 마냥 친구처럼 함께 성장하겠다는 막연한 교육관이었는데, 츠보타 선생님이 어른으로서 보여준 바람직한 훈육, 교육 방식은 내게 큰 울림을 줬다. 물론 다행히 작품 내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현실보다는 순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과연 츠보타 선생님이 교권이 무너진 상황 속 "내가 그걸 왜 해야 하는데요, 신경 끄세요"라며 대드는 학생들을 감당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츠보타 선생님이 보여줬던 모습 중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학생들을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점이었다. 츠보타 선생님은 게임, 아이돌 등 어떠한 분야든 학생들과 어울리기 위해 공부에 나선다. 입시를 위해 공부가 중요하다는 학창 시절이지만, 공부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이들의 취미를 존중하며 이해하려 했던 것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진중한 모습을 보일 때는 어른들에게 인사하듯 재킷 단추를 잠그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기까지 한다. 물론 연인이 되기 전 서로 고백하는 상황에서도 고개를 숙일 정도로 예절과 존중이 생활화된 일본 문화이지만, '내가 너희들보다 어른이니까 무조건 내 말만 들으면 된다'는 식의 권위적인 모습 없이 학생들을 존중한다.
사야카의 어머니 또한 츠보타 선생님과 함께 바람직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야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 때도, 가방 속 담배가 발견됐을 때도, 아버지가 도전하는 딸을 바라보며 게이오는 터무니없을 거라 핀잔할 때도 어머니는 늘 사야카의 편에 서있었다. 사야카가 옳지 못한 행실을 보일 때도 분명 선한 사람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히려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음에도 야간 택배 일까지 하면서 사야카의 꿈을 헌신적으로 응원해 준다.
다만 필자는 엄하게 야단을 쳐야 할 때도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감싸기만 하는 사야카 어머니의 모든 행동이 이해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극 중 아들만 감싸고 딸은 등한시하는 사야카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 사야카가 유일하게 기댈 곳이었던 어머니까지 야단을 쳤으면 더 엇나갔을 수도 있겠다는 연민이 들긴 한다.
주변에서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거침없이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모습,
어떤 수치도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강한 모습이
나에겐 너무 눈부셨어
사실 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 주인공이 꿈을 이뤄내는 서사는 어찌 보면 뻔하다. 국내에도 십여 년 전 이른바 '꼴통 학생'들이 한 변호사와 함께 1년 특훈을 받은 뒤 서울대 격인 천하대에 입학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공부의 신'(일본 원작 리메이크 작품이긴 하지만)도 유명하다.
이렇게 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비약적인 성적 향상을 이뤄낸 사야카의 오기와 끈기, 집념은 분명 인간적으로 배울 만한 점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야카가 스스로 슬럼프를 극복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성적은 0점에서 60~70점으로 올리기는 쉽지만 70~80점에서 100점이 되기 더 어려운 법이다. 사야카 또한 이 과정을 겪으며 좌절하지만, 슬럼프도 모자라 환경마저 도와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야카는 이 역경의 굴레를 스스로 이겨내려 노력한다.
사야카는 이렇게 스스로 나아갔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보듬어준 건 결국 어른이다. 이렇듯 본인의 앞길을 닦는 것이 학생의 몫이라면, 어른은 따뜻한 응원과 함께 학생들을 위한 표지판이라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학생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른의 역할도 분명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뒤처지는 학생에게 안 될 거라고 새로운 길을 권유하며 다그치기보다, 느리더라도 끝까지 함께 걸으며 목표 지점까지 바래다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