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포기하시겠습니까?

영화 '코다'(CODA)

by 신비로운별

※ 영화의 줄거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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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위를 항해하는 한 어선에서 흥겹고 감미로운 노동요가 울려 퍼진다. 노래의 주인공은 루비 로시(에밀리아 존스). 루비는 노동요마저 남다른 실력으로 가창하며 어업에 힘을 보태지만, 정작 루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함께 어업에 몰두하는 아버지 프랭크(트로이 코처)와 친오빠 레오(다니엘 듀런트)를 비롯해 어머니 재키(말리 매트린)까지, 루비를 제외하면 모두 청각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즉, 루비는 청각 장애인 부모에게 양육된 자녀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다. 그래서 루비가 오디오 플레이어의 볼륨을 크게 키워도 누구 하나 시끄럽다 불평할 사람이 없으며, 어선은 늘 루비의 무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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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와 함께 학교까지 따라온 생선 비린내와 그의 가정환경은 학우들로부터 놀림거리가 됐지만, 다행히 절친 거티(에이미 포사이스)가 루비의 곁을 지켜주고 있다. 이 외에도 루비의 고달픈 학교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건 사랑의 힘이었다. 루비는 유독 여사친이 많은 마일스(퍼디아 월시-필로)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


이런 상황에서 동아리를 선택해야 했던 루비는 마일스를 따라 그가 지원한 합창단으로 향한다. 마침 루비는 노래하는 것도 좋아했기에 기분 좋게 향한 합창단이지만, 뭔가 지도 선생님이 심상치 않다. 그는 음악계에서 내로라하는 버클리 음악대학 89년 졸업생 베르나르도 빌라로보스(에후헤니오 데르베스). 남다른 텐션을 곁들인 괴짜 같은 가르침을 이어가지만, 이상하게 하라는 대로 했더니 실력이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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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덕에 원석으로 파묻혀 있던 루비의 실력을 알아본 베르나르도 선생님은 그를 후배로 만들고 싶었던 걸까, 버클리 음악대학 입시를 위한 과외까지 선뜻 나선다.


본인의 재능을 찾았고, 유능한 조력자까지 도와주고 있기에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루비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가족 중 유일한 청인(聽人)인 루비는 소중한 막내딸이면서도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들에게 루비는 늘 수화통역사였고, 가족의 생계유지 수단인 어업을 위해서는 루비가 꼭 필요했다. 알람을 들을 수 없어 새벽 3시에 기상해 가족들을 깨우는 것을 시작으로, 건져 올린 생선을 판매하는 과정까지 루비가 없으면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침내 꿈이 생긴 루비지만 늘 루비에게 기대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여동생이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친오빠까지. 늘 잔잔할 것만 같던 루비 가족에게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루비는 꿈과 가족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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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아카데미 수상작으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지난 2022년 '코다'는 美-英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챙겼고, 특히 루비 아버지를 연기한 트로이 코처는 윤여정에게 트로피를 건네받았던 바 있다.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은 루비를 제외한 아버지 프랭크, 어머니 재키, 친오빠 레오를 연기한 배우들 모두 실제 청각 장애인이었는데, 이들이 에밀리아 존스와 합을 맞추며 이뤄낸 수상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청각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의의 또한 상에 새겨진 게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며 가장 뭉클했던 장면은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아버지 프랭크와 루비의 장면이었다. 프랭크는 루비가 아무리 아름다운 음색을 뽐낸다고 해도 들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발성에서 오는 진동과 호흡을 느끼며 루비의 노래를 감상한다. 보통 노래를 감상하는 것이라면 음의 조화와 가사의 심미성을 따지는 것이겠지만 프랭크는 그만의 방법으로 딸의 재능과 꿈을 이해하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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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화답하듯 루비는 가족들이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수어로 가사를 표현하며 노래한다. 이렇게 비장애와 장애의 경계를 넘어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루비 가족의 모습은 어떤 가정보다도 화목해 보여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특히 '코다'에서는 관객들에게도 루비를 제외한 가족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데, 이들이 루비의 꿈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비약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다.


본인의 꿈과 가족의 현실을 놓고 양자택일 해야 하는 루비의 가혹한 입장도 감히 헤아려봤다. 눈물 섞인 루비의 고민은 너무나도 무거웠기에 나 또한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본인의 것을 내려놓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내 피와 땀, 눈물을 묻으며 미래를 위한 거름이 되길 기원할 것 같다. 뭐 언젠가 이를 두고 후회할 순간이 반드시 오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막걸리 한 잔에 털어 넘기는 비싼 안줏거리로 남겨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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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계획과 나를 향한 관객들, 난 그렇게 인생을 바라봤지만
잃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있는 게 하루하루 삶이겠지.



루비 외에도 눈에 띈 캐릭터는 친오빠 레오다. 그 또한 청각 장애인이었기에 루비의 도움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레오는 본인의 상황에 주눅 들지 않고 주체적으로 세상과 부딪치는 패기를 가졌다.


어업으로 잡아들인 생선을 팔 때도 다른 어부들에 비해 눈탱이를 맞는 레오지만, 그럼에도 본인의 힘으로 성과를 이뤄내려는 불굴의 의지가 좋았다. 더군다나 레오는 루비에게 기대려는 모습보다 본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이성적인 면모를 보인다. 심지어 레오는 힘든 상황에서도 루비의 꿈을 응원하기까지 한다. 어쩌면 루비의 꿈은 '세계관 최강자' 레오가 아니었다면 진작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성장하며 본인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루비의 삶도 인상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레오에게 눈길이 더 갔던 이유다. 본인 챙길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남에게 응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라니. 마음의 품이 넓은 레오에게 정말 멋있다는 수어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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