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룡
느닷없이 맑은 물에 갇혀버려서
뭍으로 퉁겨 올려진 고등어처럼
온몸으로 고통을 받아내다가
하찮은 숨조차 넘어감을 느낀다.
숨이 넘어가고 있다.
살아내기 위해 느껴야만 했던
고통이 멀어져 시들어지고
그렇게 바라던 진정한 평화가
쓸모도 없이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숨의 대문이 닫히기 직전, 그 순간
극한의 고통마저 사라져 갈 때
저잣거리의 술안주로 회자되는 걱정이
탄산수의 기포처럼 무작정 떠올라
어이도 없고 황망하기만 하다.
숨이 붙어 있는 한
물의 세상이건 바람의 세상이건
자신보다는 다른 이의 시선만을
한사코 숨 따라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