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룡
봄의 끝자락에 매달린 오후
고삐 풀린 태양의 정열에
솔숲의 바람도 호수의 물결도
광화문 네거리 사람들처럼
생기발랄한 경천 호수.
솔잎 사이로 부는 바람이
상쾌하다.
호수를 지나 서산 너머로
고개 숙인 태양의 퇴근길에
숲속의 잎새도 호수의 물고기도
강남 터미널 연인들처럼
아쉬움 가득한 경천 호수.
여기저기 사바나의 모닥불로
남은 정열 불살라 재가 된다.
아직 잠에 취한 이른 아침
솔숲의 바람도 호수의 물결도
수묵화의 심산유곡처럼
고요한 경천 호수.
수면 위 물안개 사이로
이름 모를 새소리만
하루를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