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거짓말쟁이

by 이성룡

마음은 거짓말쟁이


이 성 룡


오늘 아침에 난 눈이 시리도록

찬란한 태양을 보았습니다.

비바람 뒤의 맑은 하늘은

어쩜 그리도 높고 파란지

오늘 나는 기분이 산뜻합니다.


어제도 저 태양은 저 자리에

그렇게 있었지요.

잿빛 구름들에 의해 가리어졌을 뿐

어제 나는 기분이 우중충했었습니다.


마음은 거짓말쟁이.


나에게 기억되는 과거는

온통 내 입맛대로 덧 씌워지고

잘려지고 꾸며져서

제멋대로의 추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0여년 만에 만난 동창은

그저 졸업앨범에 얼굴이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 당시 존재조차 몰랐던

친구조차도 그냥 반갑습니다.


마음은 거짓말쟁이.


내가 살아가는 현실은

자의적으로 설정한 율법에 의해

끊임없이 변명거리를 만들며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20여년 가까이 같은 배를 타고

동고동락했던 동료도

결정적인 이해관계에 얽히게 되면

호형호제했던 과거는 순식간에 지워집니다.


마음은 거짓말쟁이.


내가 꿈꾸는 미래는

여기저기 구르는 낙엽들 끌어 모아

고상한 집 지어 놓고

나 홀로 행복에 젖는 것입니다.


내 울타리에 들어오면 친구고

그렇지 않으면 세상에 둘도 없는

무뢰배로 매도하면서

그나마도 비바람 한번 몰아치면

그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마음은 거짓말쟁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주는 것 없이

경멸하던 사람에게도

예외 없이 그와 아주 절친한

친구들이 존재하고

그들 중에는 내 친구도 있음을 잘 압니다.


이제 진리는 하나고

내 마음이 상황 따라 시변하고 있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고집 피우고 있습니다.


내 마음은 진짜 거짓말쟁이.



[2006년 9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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