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오늘은 제주 보름살기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보름 동안의 짧은 기간이지만 제주의 색다른 모습과 삶의 체험 그리고 무엇보다도 값진 이쁜각시와의 제주올레와 숲속여행 등 아주 좋은 추억을 만들고 만끽하고 아쉬운 마음 잔뜩 품고 짐을 꾸렸다. 고맙게도 이제 막 신축한 숙소를 아낌없이 제공해준 선배 부부에게도 마음 가득 감사함을 담아 작별인사를 고하니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선물로 건네준다. 정원을 가꾸며 직접 채취한 것이란다. 네잎 클로버를 네 개씩이나.... 제주의 보름살기는 자연에서의 힐링만이 아니었다. 사람과의 새로운 인연이 있었고, 고마운 공감으로 승화되어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건강한 평화였다. “이쁜각시와 함께 다시 오리라. 그때는 더 오래 머물러 보리라.” 생각하면서 귀향 비행기에 올랐다. 역시 구름 위 하늘은 언제나 맑다. 평화다. 하지만 내가 사는 서 있는 이 땅이, 때론 비바람 치고, 먹구름도 끼는 이 땅이 나의 세상이다. 여기서 부딪히고 뒹굴면서 찾아내는 평화가 진정한 평화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진> (좌) 귀향 비행기에서 본 한라산 (우) 행운의 네잎 클로버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여행을 떠나려면 많은 결심을 해야 하는 성격 탓에 쉽게 떠나지 못하는 “여행”을 그것도 이쁜각시의 제안으로 결정한 제주 보름살기를 되돌아보니 참 좋았다, 행복한 여행이었다. 이쁜각시도 만족해하는 것 같으니 더할 나위 없는 여행이었다. 다만, 이번 여행만큼은 아니 한 갑자를 지나 살아가는 지금부터는 한 평생을 나를 사랑하고 보살펴준 이쁜각시를 내가 사랑해야겠다고, 교만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본능이 한 번씩 생각을 앞서버리는 바람에 아쉬움이 좀 크다. 좀 더 노력이 필요할 거 같다. 이쁜각시에게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도록 말이다. 이렇게 사랑을 위해, 삶을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고 언젠가 써놓은 시 “산자의 천국”으로 위안 삼으며, 제주 보름살기를 마무리 한다.
산자의 천국
이성룡
땅은 단단하다. 그래서 거칠다.
안식처로 만들려면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필요하다.
하늘은 그윽하다. 그래서 동경한다.
천국에 이르려면
비행기와 로켓이 필요하다.
구름은 갈대와 같다.
그래서 시가 되고 두려움이 된다.
미신과 종교가 필요하다.
땅에서 바라 본 구름이 시가 되면
솜털 같은 구름은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필요 없는
천국의 정원이 된다.
그 구름이 새까만 두려움이 되면
밝은 태양과 푸른 하늘의
천국을 갈망하며
간절한 기도를 시작한다.
선구자들은 과감하게
로켓과 비행기타고
구름위로 솟아올라
천국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솜털 같이 부드러운 구름 땅은
불도저나 포클레인이 필요 없지만
우리가 설 수 있게 단단하지 않다.
구름위의 하늘은
언제나 밝은 태양과
그윽한 푸르름으로 가득하지만
산소가 없는 영하 40도의 공허이다.
사자의 천국이다.
산자의 천국은
거칠어서 등이 베기고
때론 모든 걸 휩쓰는 폭풍우가
때론 태양을 삼켜버린 구름이 있는
그래서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바로 이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