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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po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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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Dec 01. 2024

얼굴

치열하게 산다는 것은

치열하게 살아남았다는 뜻일 게다.

혹,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회한에

소주 한 잔 할 동무를 찾아 강으로 간다.


그는, 어느날 문득

강건너, 안개 자욱한 들판을 향해 사라졌고

나는, 아직, 

이쪽을 서성이며 갈대를 만지작거리고 서 있다. 


해마다 동풍은,

희망처럼 불어 올지라도

믿지 않는 희망을 버린지

나는 오래,

그래서 믿음도, 희망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

그가 저기, 

강건너로 넘어가면서

허섶들만 남아 서로에게 서걱대며

뜨거운 척을 하지만


그가 가버린 이 들판 위에

더운 숨들은 차갑게 식어

그 위에 거미풀같은 끈끈이 주걱들만 질척거리며

날아오르는 홀씨들을 붙잡아 앉혔다.


나 여기 홀씨 되어 바람에 몸을 얹어

동무 따라, 강건너 저쪽으로 건너갈까,

가서,

심심찮게 타오르는 들판과

재로 남은 죽은 불, 

피어오르는 연기나 구경할까


아름다운 얼굴들 모두 흩어져버린  산천,

얼룩진 이 들판 위에 강고히

고개 숙인 채,

저 멀리 강건너를 바라본다.


손가락 사이로 마른 갈대 이파리들이

그리운 얼굴되어 바스라져 흩날리는 저녁,

멀리 강건너 너울 하나 돌아서며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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