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으로 영화 보기

by 별사탕


요즘 영화볼 맛이 안 난다.

극장이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국민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사업’ 명목으로 (티켓당 6,000원을 할인받는) 총 3천만 원 지원금을 받아 관람료 할인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립영화관들의 경우 영화 관람비가 평일 1,000원, 주말 3천 원으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윤가 정부 때에는 있던 지원금까지 싹싹 긁어 다 뺏어갔던 각종 지원금 정책에 비하면 참 대조적이다.


그런데, 왜, 영화볼 맛이 안 나냐고? 극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만 알고 있던 맛집은 웬만해선 남에게 알려주기가 겁나고, 나만 알고 있던 여행지 코스나 멋진 풍광 또한 남에게 알려주기가 겁나는 이유와 같다.

맛집은 나를 줄 서게 하고, 여행지는 소란과 부산함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마치 등 떠밀려 와서, 왔다 갔다는 침 바르고 빠져나가는 식의 고단한 순례와 같은 미식과 여행과 한가지다. 전국 어딜 다녀보라, 사람으로 들끓지 않는 곳이 없어 이리저리 부대끼며 피로에 지쳐 나가떨어지고 만다.


요즘 극장이 꼭 그런 식이다. 그래서 영화 볼 맛이 안 난다. 좌석의 꽉 참으로 인한 팔의 불편함이 첫 번째요, 그로 인한 소위 독립예술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태도로 인한 눈의 불편함이 두 번째다. 최근 청소년 층에 의해 고무되고 있는 상호 호응하는 관람태도가 등장하면서 객석의 새로운 흐름을 조장한다고는 하지만, 관객이 많아지면서 보이는 관객의 다양한 태도는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측면을 넘어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화면에 뱀이 나온다, 어후! 어우! 하는 놀람소리가 터져 나온다. 전에 없던 감정이 풍성한 관객이 왔다. 그걸 탓하고 싶지 않고 탓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늑장 입장하여 시야를 막아 그 중요한 첫 장면의 몰입을 방해한다거나, 남의 자리에 앉아 자리주인을 당혹하게 하는 행위는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독립영화관의 엔딩크레디트에는 영화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또한 엔딩크레디트의 검은 바탕화면을 바라보며 영화가 준 감정을 음미하고 사건을 정리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게 된다. 우후죽순으로 여기저기서 일어서는 사람들의 상식에는 영화가 끝났는데 왜 안 나가지?라는 의문으로 가득하는 지루한 시간일 것이다. 장내가 여전히 암전 상태임에도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일어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이처럼 나의 불평은, 평소 많아야 3명 4명 가물에 콩 나듯 좌석을 채웠던 극장의 한산함에서 오는 여유가 없어졌다는 데 있다. 장군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것과는 사뭇 차원이 다른, 맛집과 멋진 풍광을 널리 알리지 말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아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놀부심보 차원의 불평이다.

극장에 손님 많으면 문화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좋은 영화가 제작되는 선순환적 연결고리들이 형성된다. 적은 돈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산업적 측면을 활성하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의 차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이야기를 극장을 운영하는 주체 차원에서 수익의 측면에서 해보면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된다. 관람료를 낮춰서 극장에 사람들이 몰리면 나와 같이 불편을 겪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그림의 구도로 보아 예기치 못했던 바람직한 결과를 낳게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


우선, 진흥위의 지원금 3천만 원을 부채로 잡는다.

'영화공간주안'을 예로 들면, 오늘 입장한 관객을 헤아려보니 어림하여 1관 첫회 100명이다. 평소 5명이었다. 오늘 수익은 10만 원이다. 이전처럼 5명이 봤다면 3만 원이 수익금이다. 극장은 7만 원을 더 벌었다. 극장은 총 4개의 관을 가지고 있으니 28만 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다.

13:10-20:50까지 총 8시간에 걸쳐 15회(행사 등이 있어 불균형하지만 15회로 평균함)를 상영한다. 상영작을 다르게 하여 15회 차 상영 시간표에서 관당 50명씩(평균을 반으로 잡았다) 총 15회 차 관람을 한다고 계산해 보자. 5만 원 곱하기 15하면 75만 원, 이렇게 평일 3일간 총수익은 2,250,000원이다. 여기에 주말(금토일 3일)엔 관람료가 3천 원이니, 3000원 곱하기 100 명(평일의 두배)하면 30만 원 수익이 15회 난다. 주말 하루 수익은 4,500,000원이 된다. 주말이 3일이니까 주말 총수익은 13,500,000원이다.

평일 수익과 주말 수익을 합산하면 15,750,000원이다.

이걸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위와 같은 추정치가 맞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왜냐하면, 저대로 되었다면, 벌써 지원금이 소진되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원금 소진 시기를 10월 31일로 잡았으니, 그만한 이유가 있을 법하다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극장에서 그동안 든 관객수를 분석해 보면 언제 소진이 되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저 표의 숫자를 반으로 삭감하면 정확히 한 달 만에 지원금은 다 소진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가 투자자라면, 독립영화관에 10개월간 1억을 투자해 볼 만한다. 한 달에 1,000만 원 수익을 낸다는 조건이다. 나는 밑질 게 없다. 맡겨놓은 돈 찾아갈 뿐이니까. 대신에 관객은 1,000원 관람을 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박리다매의 효과가 나는 것이다.

관람료를 대폭 인하해서 더 큰 수익이 나고 시민들의 문화교양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혜택이 없을 것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산을 투입하는 경우는 더더욱 해볼 만한 문화사업이다. 시에서 가져갈 수익이 날 일은 그래도 없을 것이나, 더 큰 손해가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어 문화 사업에 이만한 호기를 잡아야 할 때는 다시 없을 것이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의 자산이다. 수많은 예비 감독 작가들이 저예산 영화에서 출발하는 학생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들에게 두터운 제작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도 관객의 아낌없는 사랑과 참여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쯤 되면 관람객들이 불쑥 일어난다거나, 시야를 잠깐 가린다거나 하는 비매너를 참아줄 만하지 않겠는가.

극장 운영주체들은 서둘러 관람료 투자자를 모집하든지, 관람료 시민 펀드를 만들든지 해야 한다. 최민식이 손석희와 대담할 때, 코로나 이후 극장 관람료가 올라도 너무 올라 관객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한 적이 있다. 모두가 공감한 그 말에 공감하지 않은 딱 한 사람, 그는 바로 멀티플렉스 운영주였다. 제작 배급 상영까지 한 손에 쥐고 있는 그들은 애초에 upi 직배를 끼고 미국이 들어왔을 자리를 대체 독점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정부의 관람료지원정책은 역설적이게도 2006년에 우리 영화를 지키겠다고 미국의 자본에 대항하며 스크린쿼터제를 외친 정지영과 안성기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가 발명되었을 때만 해도 극장은 광장이었다. 그것을 망각하면 여기저기서 늘 불만이 따른다. 그래서 영화볼 맛이 안 났나 보다. 망각은 현실을 변질시키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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