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포드

by 별사탕

유씨 부인은 초조함을 금치 못했다. 궁내부에서 발행한 집조와 여행권, 이민 노동계약서가 들어있던 첩지였다. 유씨부인은 임최수의 얼굴이 떠오르자 이내 괴로운 신음과 함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씨는 왔던 길을 돌아보았다. 멀리 시커먼 괴물 같은 화차가 길게 늘어서 바다를 가로막고 선 모습이 보였다. 개찰구를 통과한 사람들이 역무소를 돌아 바다 쪽 일을 보러 반대편으로 가는 사람들, 중국조계지를 둘러싸고 있는 응봉산 자락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을 찾아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 청조계지와 일조계지로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 저마다의 행선지를 향해 하차한 승객들이 사방으로 뿔뿔히 흩어져 갔다.

그 풍경의 가장 아래 갯가에 닿은 초가들이 물 맞은 잡풀처럼 숨죽인 채 바닷가 나즈막한 촌락을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사는 조선인들이었다.

사람들의 무리 중에 나씨는 역원 앞에 늘어 선 지겟꾼들과 인력거꾼들이 객사에서 몰려나온 손몰이꾼들이 몰려 선 모양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조금 전 불상의 지겟꾼 모습을 찾아보려 해도 그 또한 금세 사라지고 없었다. 저들 무리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지금 사람들이 올라가는 산 쪽이나 조계지 쪽으로 사라졌겠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아까 그놈일 게라."

"누구요?""

"지겟꾼말입니다."


유씨 부인은 자신의 행적을 돌아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실수를 한 부분은 없었다. 이미 일은 벌어진 터였다.


"어찌하면 좋겠소?"


나씨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 지겟꾼을 찾아 나선 다는 건, 부인을 거리에 두고선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때를 놓친다면 영영 못 잡을 일이었다. 이런 사태를 진퇴양난이라고 하는 모양이라고 나씨는 직감했다.


"행수어른의 집을 일러주시오. 그 사이 나씨는 그 지겟꾼을 수소문하시고..."


유씨 부인의 판단은 빠르고 정확했다. 어찌할 바를 몰랐던 나씨가 제물포 포구를 따라 돌아 들어가다가 위로 꺾여 돌아들어가는 길을 가리켰다.


"이 길을 따라 돌아들어가면, 꼬부랑말로 된 함판을 내건 집이 보인다 햅죠. 그 집 앞으로 난 길을 따로 곧장 산 쪽으로 오르씨요. 중턱쯤 되는 곳에 세창양행이란 함판 옆에 포목점 기를 내건 집이 보입죠. 그 집에 가서 박경안 행수를 찾으십시오."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일행은 그 길로 헤어졌다. 나귀의 고삐를 건네받은 유씨부인은 엉덩이에 걸쳤던 옹구 속에 천택을 뉘었다. 유씨부인은 언덕을 걸어 올라가면서 갈 길은 멀고, 앞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일까지 생기니 가슴이 철렁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모자의 남은 생도 위태로움을 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쳤다.


'엎친데 덮친다고, 우리 모자는 어찌 될 것인고.'


산 위에서부터 산 아래까지 온통 서양식 건물이 터를 잡았다. 양옥들은 대개 부지를 넓게 잡아 독립된 모양을 갖추었다. 포구로 나가는 길 양옆으로는 처마 없는 박공으로 서양식 기와를 반듯하게 얹은 2층집들이 즐비했다. 일본집도 서양집도 아닌 집들이었다. 팔작지붕도 보이는 걸 보니 집들의 모양이 이것저것 마구 섞어 조선거리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멀리 바닷가 갯벌에 정박해 놓은 거룻배들의 돛대들 사이로 바다에 떠서 검은 연기를 뿜어 내며 물살을 헤치고 큰 배들이 나가고 들어왔다. 서양에서 들어온 증기선들이었다. 그 앞으로 큰 조선의 목선들이 제방 옆에 배를 대고 짐을 부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마에 수건을 동여맨 조선 인부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배를 댄 제방 쪽으로 몰려갔다. 그들 뒤로 지게를 맨 일꾼들이 몰려 들어갔다. 포구에서 나오는 쌀가마를 등에 지고 하역 인부들이 언덕을 올라갔다. 지겟꾼들의 지게에도 역시 쌀가마가 포개졌다. 군산이나 영산포, 목포에서 올라오는 미두상들의 물건이었다. 사람들로 휩쓸려 다니는 이곳은 청의 손아귀에서 서양인들의 손아귀로, 다시 일인들의 손아귀로 넘어가고 있었다. 제물포는 조선이 돌아가는 현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제 무역항이 되어 있었다.

세창양행은 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유씨부인은 건물 아래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도 거대한 서양식 벽돌집이 자리 잡았고, 그 안쪽 깊은 골목 안 포목점을 나타내는 흰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양식 건물의 교모에 비하면 허물어질 듯한 고택이었지만, 분주히 대문을 오가는 사람들로 조선인의 집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유씨 부인은 사람들 사이로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가 마당에 섰다.


"어찌 오셨소?"


반갓을 쓰고 누비옷을 두툼하게 입고 미투리를 신은 버선발 위로 야무지게 행전을 치고 광 앞에 버티고 선, 나이 40은 족히 되어 보이는 사내였다.


"광주에서 왔다고 전하시오. 임시종댁이라고."


코 밑에 양옆으로 염소수염을 기른 사내가 중문 안쪽에서 나타나 두 손을 소매 속에 찔러 넣은 채 머리를 조아렸다.


"안으로..."


봇짐을 진 사람들이 연신 들쑥날쑥 넓은 마당을 질러 다녔다. 유씨 부인은 나귀를 외양간 앞으로 끌고 가 매기말뚝에 묶었다. 그리고 옹구 속에 뉘어 놓은 천택을 안아 일으켰다. 천택을 품에 안은 유씨부인은 사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중문 안으로 들어섰다.

사랑채 문이 열리며 안주인이 계단을 밟으며 내려왔다.


"황송하옵니다. 이리 누추한 데를, 먼 걸음 하셨습니다. 박경안이라 하옵니다."


사랑채로 오른 박경안은 주인의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유씨부인은 장부를 몇 권 쌓아 놓은 것과 오승 주판이 올라가 있는 오동 서안을 바라보았다. 검소한 시아버지의 방에서 보던 물건이었다. 보료가 하나 깔렸고, 익히 보던 장침과 안석이 금박을 입혀 화려했다. 방 주인의 품성을 말했다.


"그럴 수야 없지요."


유씨부인이 손님의 자리인 서안의 오른쪽 방석 위에 앉자, 박경안은 어쩔 줄 몰라하며 되물었다.


"마님, 시종어른을 뵙더라도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그러지 마시옵소. 이제 귀천은 없어졌소."


동학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사는 것은 아버지의 가르침이었다. 가르침의 첫 번째가 귀천을 허무는 일이었다.


"사람 안에 한울님이십니다. 그러니 한울님 아닌 사람이 없지요."


박경안은 다리를 구부리고 허리를 숙였다. 자신의 서안에 정좌하자 바깥 마루에 판수가 문을 닫아 주었다. 유씨부인은 인사치레를 줄이고, 급한 본론으로 직설했다. 조금 전 거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박경안에게 급히 전하며 자신과 함께 온 훈련대 나씨가 지겟꾼의 행방을 수소문 중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나대장이 수행을 못했군요. 음... 이런 경을 칠 놈이!"


끙 하는 소리를 내며 박경안이 문을 열고 마루에서 마당에 선 판수를 고갯짓으로 불렀다. 옆으로 시립한 판수의 귀에 허리를 숙인 박경안이 거친 숨소리와 함께 길게 속삭였다.


"그놈을 내 앞에 붙잡아 오라!"


자기 분에 못 이긴 행수는 유씨 부인에게 들은 바를 판수에게 설명하고 그 자를 당장 잡아오라고 명했다. 상단의 행수에게는 아직 조선의 엄한 규율에 따른 권한이 살아 있었다. 법도 법이겠지만 우선 자신들이 정한 규율 절목을 우선시했다. 조선의 법보다 상단의 법이 우선이었다.

유씨 부인은 사랑채 안 쪽 깊은 방 한 칸을 얻어 들었다. 긴 마루로 이어진 행랑채 복도 끝에 있는 숨겨진 방이었다. 뒤채로 이어지는 길목이라 앞으로 여닫이 문이 있고, 뒤뜰로도 나갈 수 있는 미닫이문이 있었다. 방의 앞뒤로 연결된 방, 유씨 부인은 잠깐 동안 살 길을 살폈다. 뒤 뜰은 안여인네들의 집채였다.

헌 식경이 지나자 뒤뜰 쪽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길녀라 하옵니다. 안방마님께서 문안 올리신다 하옵니다."


단아하지만 매몰차게 보이는 아낙이 유씨부인의 방에 들어와 허리를 숙였다.


"행수댁 옥임이라 합니다. 시종어른 참사는 들었사옵니다. 통분을 금치 못할 일이옵니다."

"후사를 도모할 일이겠으나, 지금은 이리 달아나는 신세가 되었소."

"거처를 내당으로 옮기시지요."

"그렇게까지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소."

"나으리 마님을 사랑 객사에 주무시게 할 일은 아니옵니다."

"아늑하고 좋네, 별채처럼 고즈넉하기까지 하니..."


사실 그랬다. 사위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가 세상과 멀리 떨어져 앉은 것 같았다. 이런 호사도 한갓지고 편한 여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위 채 내당은 아이들이 뛰어놀며 시끄러운 소리로 밝은 기운이 감돌았다. 여기 머물며 천택이를 이들과 어울리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행수어른, 배가 떴습니다요. 서양배가! 제밀 앞바다에 들어왔습니다요!"


사랑채 바깥이 왁자했다. 행수와 판수, 시봉을 비롯해서 몇몇 일을 배우러 온 도제들이 마당 끝에 몰려 섰다. 언덕 아래 월미도 뒤로 과연 복판에 우람한 굴뚝이 우뚝 솟은 배가 보였다. 배는 월미도만큼이나 컸다. 굴뚝의 좌우로 돛대같이 기다란 거중기가 거창한 모습으로 팔을 늘어 뜨리고 선 것 같았다. 선수에는 영어로 '일 포드'라는 글자가 멀리서도 선명히 보였다.


"서양 철선이구나!"


유씨 부인은 사랑채 위에서 천택을 안고 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조선배들이 빽빽하게 돛대를 하늘로 세워 놓은 갯가가 전경으로 바닥을 깔고, 그 앞의 가까운 바다를 연신 고깃배들이 오가는 모습이 분주했다. 잔교 좌우로 배를 대놓고 짐을 부리고 사람들이 등짐을 져 나르며 배를 오르내리는 모습이 흡사 작은 개미떼처럼 보였다. 먹고살기 위해 부스러기를 뜯어 나르는 개미, 조선사람들은 똑 그 모습대로 살았다. 그들은 자신의 양식을 떼서 누군가에게로 가져다주는 노릇에 충실한 듯했다.

멀리 조선의 작은 거룻배들을 한 번의 뒤척임으로 모두 침몰시켜 버릴 것 같은 거대한 서양배가 먼바다에 떠서 이들 개미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듯도 했다. 자신이 타야 할 배가 저런 서양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득 들었다. 이 동포의 땅을 떠난다는 생각이 유씨부인의 감정을 동요했다. 사사로운 감정도 잠시, 분실한 첩지를 찾아야만 했다.

뱃고동이 바다의 하늘에 요동을 일으키며 산 위로 울려 퍼졌다.


"으허, 저 소리 보십시오. 화통을 삶아 먹은 저 화차도 나가 자빠지겠습니다."


판수가 행수를 돌아보며 놀란 듯 몸을 움츠렸다. 행수는 눈을 크게 뜨며 서양배를 노려보듯 내려다보았다.


"정판수, 내려가봐. 저 배에서 하선한 놈들이 있을 게야. 뭘 실어왔는지 넌지시 캐봐."

"저 큰 배가 빈 배로 오진 않았을겝니다. 왜놈들을 통해 들여오는 건 남의 볼짝에 구리무 발라주는 격이라, 손맛이 살지 않습죠. 미끈한 양단물을 들일 때도 됐구만요."


전국 제일의 포목 상단을 거느린 행수다운 안목이었다.


"그리고 뭘 실어가려고 할 것이다. 뭐가 필요한지도..."


그리고 몸을 돌려 사랑채 위에 선 유씨부인을 발견하고 다시 정판수에게 말했다.


"지겟꾼은 소식이 없나? 그 한 놈을 빨리 대령을 못 해!"

"금시 소식이 올겝니다. 제가 내려가는 김에 직접 수소문해 보겠습니다."


그날밤, 사랑채 마당에 화항을 사방에 세우고 장작을 넣어 불을 밝혔다. 활활 타오르는 불빛 가운데 지겟꾼이 잡혀와 무릎을 꿇고 있었다. 판수가 소리쳤다.


"네 이놈, 네 소행을 이실직고하렷다."

"어이쿠, 어르신 소인 무슨 도적질을 했다 하시옵니까?"


나씨가 한 나절을 부둣가며, 조선 사람들의 집집 골목과 언덕의 관서들 앞을 돌아다니며 잡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수중에는 첩지는커녕 비슷한 종이 한 장도 없었다.


"네 이놈, 말을 똑바로 하렷다! 저 먼바다에 던져 고기밥이 될 것이야!"


지게꾼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의 얼굴은 타오르는 장작의 불빛을 받아 벌겋게 그을렸다. 힘깨나 쓴다는 나씨가 나서 지겟꾼의 상투를 잡고 얼굴을 쳤다.


"어따, 염병을 헐 넘, 거짓말을 술 넘기듯 해부네."


지겟꾼의 코에서 금세 피가 터져 흘렀다. 나씨가 마당으로 지겟꾼을 던지듯 팽개치며 둘러선 시봉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우르르 달려든 시봉들과 사환들이 대여섯 사정없이 발을 들어 난장을 까기 시작했다. 지겟꾼의 죽겠다는 아우성이 밤하늘을 맴돌았다.

그때 유씨부인이 사랑채 마당에서 달려 내려왔다.


"멈추시오. 사람을 그렇게 짐승 다루듯 한단 말이오."


행수와 판수, 좌중에 둘러선 모든 이들의 시선이 유씨 부인에게 쏠리는 순간 시간이 멈추어선 듯했다.


"있는 대로 말해보오. 내 그 말을 듣고 다시는 문제 삼지 않을 터이니 사실대로만 말해 주오."


유씨부인은 넘어가는 숨을 헐떡이는 지겟꾼을 일으켜 앉혔다. 그리고 안 춤에서 면포를 꺼내 코와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고 입을 막아주었다. 입술은 이미 터져 부르터져 있었던 것이다. 지겟꾼이 고개를 돌려 송구한 모양새를 갖추며 면포를 받아 입술을 찍어 눌렀다. 이어서 울음 섞인 하소연을 토했다.


"나귀 밑에서 첩지를 주웠지요. 얼씨구나 좋다 하고 양관 뒷골목으로 가서 열어보니, 돈 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는 문서였습죠. 그래서 제밀 사무국에 가져 갔습니다요."

"사무국이 어디요?"

"왜놈들이 이국으로 사람들을 보내주는 뎁쇼."

"오, 그래서?"

"거기 사무 보는 다카시라는 놈을 불러 이게 뭐 하는 물건인고 물었습죠."


유씨 부인은 한 시름 놓은 듯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런 부인의 뒤에서 행수가 소리쳤다.


"네 이놈, 한 치 어긋남 없이 이실직고하렷다. 시종 어른 댁이시다. 감히 네깟 것이 마주할 수 있는 분이 아니란 말이렷다!"


유씨 부인은 지게꾼 앞에서 일어나 행수 앞으로 가서 말했다.


"개벽 천지가 된 지가 오래입니다. 상하 귀천민이 따로 없지요. 누가 누구를 귀속시킬 권한도 없습니다."

"저런 자들은 더 상스럽게 다뤄야 합니다! 거짓을 밥 먹듯 하니까요."

"왜 그렇겠소? 엄포와 타행을 하니까 그에 맞서는 것입니다. 저 사람도 살아야겠지죠. 그게 저들의 생존 방도이겠지요. 한울님으로 존중하지 않으면 그들도 존중하지 않게 됩니다."


행수는 고개를 돌려 먼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옆에 선 판수도 유씨 부인의 작은 목소리에 분란스러운 마음들을 가라앉혔다. 지겟꾼의 울음소리가 커지면서 통곡으로 변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 이전에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 대한 감화가 지게꾼의 눈앞을 가렸다.


"그 넘이 첩지를 보더니 반색을 해설랑, 이 서류가 본시 자기네들 대륙 합자 회사에서 발행한 것인데, 분명 배를 타러 올 때 주인이 찾으러 올 것이라고 하면서 절 사무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맑은술을 연거푸 댓 잔 들이켜게 했습죠. 그리고설랑..."

"그리고는?"

"한숨 자고 깨보니 양관 뒷골목에서 눈이 떠진거쥬."

"그럼, 첩지는 다카시가?"

"모릅죠, 자기네가 발행한 거라 했으니 되가져 간 거겠습죠."


유씨부인은 지게꾼에게 국밥이라도 한 그릇 먹여 보내라고 나씨에게 얘기하고 사랑채 안방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나씨가 문밖에 서서 방안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저물었지라, 내일 일찍이 다카시란 놈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들어볼란게요. 사무국에 접수가 됐응께 크게 염려하지 마시씨요."


마음을 옭아맸던 불덩이 하나가 유씨 부인의 복장에서 사그라지는 듯했다. 유씨부인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천택을 안고 어르는 사이, 사랑채 마당 한켠에는 아랫마당에서 벌어지는 일을 귀담아듣고 있었던 또 하나의 눈이 어둠 속에서 반짝 빛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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