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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맘 쑥쌤 Jan 13. 2023

코로나로 아플 때 생각나는 사람

엄마의 약봉지

코로나를 피한다고 애들 유치원을 퇴소시키고 가정보육을 2년을 하며 지켜왔지만 역시 장기간은 무리였다. 첫째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몇 개월 전부터 다시 유치원을 보내기 시작한 지 3개월 좀 지났을 뿐인데 코로나 소식이 두어 번 지나가더니 이번엔 연달아 선생님들까지, 결국 오고야 말았다.


역시 나만 피해 가는 건 없구나


첫째가 아프고 나아지니 내가 아프고, 내가 좀 나아져가니 둘째와 남편 차례가 되었다. 아이들을 챙길 수 있으니 남편과는 동시에 아프지 않도록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이게 부모의 마음이려나, 그리고 정말 내가 덜 아파질 때쯤 남편이 아파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죽으란 법은 없다
세상은 마음먹기 나름이구나



코로나로 몸이 부서질 듯 아파서 남편 손을 붙들고 나도 모르게 살려달라고 말했던 것 같다. 열이 너무 심해서 남편은 열도 재주고 속이 안 좋아 먹지 못하고 새벽에 깨어 누룽지를 찾으니 끓여주고 약도 챙겨주고 보살펴줬다.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

나는 평소에도 예민하고 생각이 많아 잠을 못 이루는 스타일이다. 딱 시험 보기도 전부터 걱정하는 스타일 그런 아이였다.


자주 아파 엄마는 자꾸 한약 봉지를 데워주고 억지로 먹이려 했고,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몇 장면이 있기에 엄마를 절대 미워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 내내 내 탓만 했었다.




-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하니 엄마가 업고 출석체크를 하고 조퇴를 시켰다. 그 개근상이 대체 뭔지 (조퇴해도 근데 개근상을 주는 거였나?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모를 이런 상을 왜 우리 부모님에겐 중요했을까?)


- 멀미가 심한 나는 차에 타기 전부터 준비물을 챙겨야 했다. 비닐봉지, 멀미약? 비위가 약해서 먹자마자 바로.. 그냥 의자 밑에 제일 아래 주저앉아 자거나 입으로 숨을 쉰다. 그리고 가끔씩 부모님 무릎에 누워 잠을 청했다. 멀미 때문에 잠은 안 와도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람의 온기가 좋았다.


- 시험기간을 앞두면 병이 나는 스타일, 그게 바로 나였다. 매 시즌마다 입술에 물집이 올라와서 오리 입처럼 부푸는 건 기본 하필 시험 전이 생일이어서 친구들을 초대하고 바로 쉬었나 애들 노는 걸 구경을 했나 그러면 잘 때 누군가는 나를 아픈지 체크해 주었다. 그리 기억은 잘 안 난다. 두 분 다 내색하는 스타일은 아니시기에.



아직도 생각하면 오래된 빛바랜 흑백영화처럼 떠오르는 대부분 엄마의 뒷모습이 기억나는 장면들이다. 그럼에도 내 생일파티에 친구들 사진은 여러 장이 있었고, 정작 수없이 아빠회사 따라다닌 이사에 나에게 남는 친구는 한 명도 없는데 그 피곤한걸 왜 그리 졸라서 엄마를 힘들게 했을까? 왜 자주 아팠을까? 난 왜? 왜?


키도 작고 모든 것에 뛰어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서 그리 눈에 띄지 않았던 나는 항상 아빠에 대한 병 이야기를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 채 친구에게 말도 못 하고 엄마에게 항상 미안했다.


물론, 용기 내어 말해도 친구들은 감당할 수 없어 말을 돌렸다. 어릴 땐 친구들이 나만큼 나를 생각하지 않는구나 싶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정신질환을 가진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상대방에게 어려운 일인지 알고 함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내가 버텨온 건 20대에 만나 하늘로 떠난 소중한 인연들과 그때부터 조금씩 나를 알려준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고 “내 옆의 두 아이”들 때문에 단단해졌다.


그리고 내가 오픈하기로 결심한 건 세상살이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 그리고 그런 부모를 가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서다.


조금만 더 일찍 어린 나를
누군가 안아주었다면
나를 더 탓하지 않고
살았을 것만 같은데
저는 20년을 돌아왔어요.

당신도 힘들었죠?
우리의 어린 (나)는 얼마나 고생이
많았고, 혼자 방 안에서 얼마나
울고 버텼을까요??
그럼에도 여기까지 정말 고생 많았어요..

그냥 소소한 위로가 되고 싶어서
내 슬픔은 나에게서 끝내고 싶어서
마음속이 아닌 글로 세상에 뿌립니다.
세상에 힘든 부모를 가진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엄마의 약봉지가 생각나는 어느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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