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퇴원 전날
스물아홉, 결혼식을 올리고 처음 신혼집은 12평? 15평? 작은 방 두 개에 거실이라은 개념 없이 정사각형 식탁하나 둘 정도의 집이었다. 그럼에도 둘이 살기엔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그 집에 살면서 남편도 나도 이상하게 가위에 자주 눌렸다. 심지어 밤에는 옆집 할머니 화장실 가는 시간도 느껴질 소리란.. 그래도 근처에 시장도 있고 직장까지 버스도 있고 퇴근길 남편이랑 만나서 집에 오는 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어느 날, 옆 집 할머니는 빌라는 계단을 우리가 청소해야 한다고 했다. 윗집도 아랫집도 모르지만 누가 봐도 딱 스물아홉 한참 어린 새댁이 오며 가며 얼굴을 보고 인사하니 가르쳐줘야지 라는 생각이셨던 같다. 요즘 MZ세대에게 내 현관문 앞과 그 아래 계단까지 청소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는 말이 MZ세대지 80년생보다는 젊고, 요즘 MZ세대인 90년생, 2000년생보다는 나이 든 그런 낀세대나 다름없다. 결국, 옆집 할머니의 말에 “네 네” 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무조건 덜 마주치기 작전으로 옆집 소리에 더 기울일 뿐..
내일 아버지의 퇴원이 결정되었다. 결국 의사도 간호사도 설득할 수 없었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서 생활해야 하기에 남편은 친척어른에게 이 소식을 전달했고 집에 오자마자 그 이야기를 쏟아낸다. 나는 충분히 상상되는 그 상황, 한참 어렸던 내가 내 생각을 용기 내어 이야기했을 때도 갑자기 잔잔하게 설명하던 그 목소리는 언성을 높였었다. 남편에게 무책임하다고 하셨단다.
그러면, 정신병원에 다시 강제로
가두는 게 책임감 있는 겁니까?
우리 부부는 둘 다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대들다가는 통화시간만 늘어나고 욕만 더 들을게 뻔하니 아마 남편도 적당히 화내고 적당히 마무리했으리라. 나 대신 참고 들어준 남편에게 저녁 한 상 차리고 쉬라고 하는 방법이 나의 최선이고 애정이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생각 중 하나는, 왜 욕하면서도 걱정하는 걸까?
아버지는 정신병으로 20-30대부터 지금 60대까지 거의 30년 이상을 가족들을 힘들게 했고 하나 둘 나가떨어졌다. 그런데, 그걸 꼭 한 두 명 붙잡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할머니는 나와 동생들만 가면 눈물을 훔쳤고 “너희가 불쌍하지~ 아고 아빠도 불쌍하고” 했다. 난 일찍부터 배웠다. 힘들고 슬프다해도 결코 울음은 해결해주지 않는다.
친척들은 쉴 새 없이 이런 날마다 동생들을 소환하며 자식들이 신경 안 쓰고 남의 집 자식이 애쓰냐고 한다. 게다가 집에 혼자 두면 쓰러지면 어쩌냐, 담배를 끊어야 건강하지. 등등 나는 들으면 어이없을 그 이야기를 싸우고 또 싸워도 하시니 듣기도 지친다. 내가 아버지 담배와 술을 끊게 할 거였으면 진작 끊으실 분이었을 거고, 그러면 정신병도 없었겠지 않나? 아니, 사고 칠 걱정에 전전긍긍해하시면서 어찌 잘 먹고 건강하길 바라며 또 전전긍긍해하시는 걸까?
건강하게 병원 가두는 게
그게 최선일까?
어른들의 이야기도 맞으나
나도 옳다.
나는 남편과 의논해서
우리 식대로 해결해 본다.
내일은 아버지 병원퇴원날
아버지가 쓰러져도 괜찮다.
나는 불효자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