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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맘 쑥쌤 Jun 26. 2023

내가 드라마에 빠지는 이유

오늘은 일찍 자야지!! 굳게(?) 마음을 먹었건만 가볍게 컴퓨터 일을 마치고 영상 어플을 켜고는 어느새 새벽 3시인걸 발견한다. 이미 뜯은 편의점 커피는 어느새 다 마셔가고 창가 의자에 앉아서 영상을 보다 보니 새벽 공기가 들어온다.


가끔 좋아하던 드라마가 끝나면 그나마 남는 시간들이 생긴다. 그런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찾게 되는 드라마 시리즈들, 어쩜 이리 한국은 드라마를 잘 만들까? (외국 드라마 몇 편이나 봤다고 ㅎㅎ) 심지어 이번 주말 드라마는 재밌는걸 두 가지나 찾아서 연달아 보고 나니 딱 클라이맥스에 끝나버리는 이 여운, 또 보고 싶어 지는 이 마음, 안 되겠네, 다른 대체 영상을 좀 더 봐야겠군!


미라클모닝을 거부한다!


아침은 일찍 일어나야 하고, 하루를 계획형 인간으로 살아야 성공한다는 명언들을 뒤로 한채 나는 미라클 모닝을 거부하는 사람 중 1인이다! (물론, 도전해 본 적도 있지만 몇 시간 후 졸려서 다시 자게 되고 오히려 기상시간은 더 늦어졌더라며..)


누군가는 나에게 “그리 늦게 자니깐 그렇지! 그

습관을 고쳐봐! “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또 밤새 영상을 봐야지! 하고 흘려듣는다.


티비에서는 유튜브가 미디어 중독, 도파민 중독이라고 한다. 맞다. 어쩜 유튜브는 채널도 이리 많은지 알고리즘을 돌고 돌아도 끝도 없고 티비처럼 끝나는 시간도 없다. (라떼는 띠이이~ 끝나는 시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ㅎㅎㅎ 밤새 엄마 몰래 티비보던 시절이라 가물가물 )


그런데 영상은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였다. 특히 아이를 낳고는 더더욱, 새벽 2-3시에 나갈 곳도 반기는 곳도 없으니 선택권도 없지 뭐 별수 있나? 그리고 분명 아이가 없던 신혼시절에는 이렇게 밤새지도 않았다. 나가고 싶으면 나가면 되고 하고 싶으면 하면 되었으니..


내가 멍 때리고 드라마를 보는 이유


오늘 본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환생을 하는데 그 운명이 참 기구하다. 다시 태어났는데 그 부모와 가족이 참 도움은 커녕 아이를 이용하니 결국 도망 나와 혼자 자란 이야기이다. 어떤 부분이 현실적이고 어떤 부분이 비현실적일까?


10대에 알고 보니 아버지가 정신병이 있단다. 그렇게 10대부터 아빠 없이 자랐다. 가족 모두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에 나는 동기, 남자친구, 선생님에게 의지했다. 술을 마시는 방법, 사람관계, 여행 갈 때 모든 것을 남이 도와주고 함께했다. 어쩌면 다양한 사람들이 나를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에 친한 언니가 감기가 오래간다더니 갑자기 심장마비로 떠났다. 아빠처럼 나를 챙겨주던 친한 선배는 어느 날 백혈병이, 아빠를 대신 챙겨주던 할아버지는 스스로 떠나는 길을 선택하셨다. 결국 할머니도 오래 버티진 못하셨고, 엄마의 서울행을 도와주던 이모부는 과로로, 이모는 그 이후 술로 버티셨다.


엄마는 그런 나에게 사촌오빠가 떠나도 연락하지 않았다. 살아남으라는 배려일까? 떠난 누군가 중에서는 나를 지켜주는 걸까?


오늘의 새벽 내음을 맡으며 창 밖을 바라보니 나무와 풀밭이 보이고, 이런 작은 정원을 가진 주택에서 꼭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완벽한 가족, 완벽하게 다 갖춰진 것들, 나는 불안해서 완벽을 추구했던 거였구나. 무너질까 봐 현실에서 벗어나서 비현실적인 드라마를 보고 또 봤던 거구나.


마음껏 울어도 되면서도 내 일이 아닌 것, 그것이었구나. 살아가다 보면 살아지게 된다. 그런데 살아가야 한다는 게 참 어려운 순간순간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게 연달아 몰아친다면?


미라클모닝을 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밤을 새우고 피곤함에 허덕여도 된다. 계획을 좀 어겨도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들 영상에 빠진 들 어떠하랴, 할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는 “내가 생각을 잘못한 것 같아” 였다고 한다. 강한 약에 식도가 타버려 말도 잘 나오지 않고 겨우 하루를 버틴 그날 병원에는 모든 가족이 소환되었다.


할아버지는 나 대신 버텨주셨고, 그다음은 할머니, 희생된 동생들, 나머지를 감당하겠다고 다짐했고 나는 지금 하루하루를 보내주는 중이다. 어떤 삶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라클모닝을 하는 사람도 밤새 술을 마신 사람도 각자의 스타일로 감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인생의 정답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엔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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