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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맘 쑥쌤 Apr 09. 2023

결혼을 후회한적이 있나요?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1



2017-2018년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컸던건 “외로움” 이었다. 아직도 생각나는 이미지들은 엘리베이터 비친 내 모습을 보는게 우울했던 날, 집에서 육아하며 할 수 있는건 핸드폰 쇼핑 뿐인데 외벌이라 참아야하고 또 돈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싫어지고 내가 이러려고 대학원까지 나온건가 싶어지고 핸드폰을 끄고 할 수 있는건 자는 것뿐이었다.


"폭식과 야식, 핸드폰 쇼핑은 어쩌면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는 표시일지도.."



남편의 잦은 회식과 야근에 아이 둘이 유독 울고 징징거리던 날에는 자장가만 틀어도 눈물이 나고 화도 나던 날, 남편은 회사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고 나도 알면서도 답답한 그 마음에 도돌이 되었던 특히나 힘들던 아이들 어린시절 조금만 버티자고 힘을 내왔는데 어느새 8년째..


그 때 예민한 첫째는 핸드폰 불빛에도 깨고 새벽에도 꼭 깨다보니 컴퓨터를 킬 시간도 없이 대기조였다. 남편은 그 때 6-7년전 나에게 블로그를 적당히 하라고 했다.


"그럼 난 애들 재우고 자고 일어나서 애보고 밥 하고 또 자? 어린 애들 재우고 할 수 있는게 이것 뿐인거야."



요즘 여행 방송이 참 많이 나오는데 한참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나 부러운지.. 장소도 부럽고 같이 간 사람도 부럽고 한쪽 마음이 찡해진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걸까? 불안감이 올라온다. 


결혼을 하니 함께하던 친구들이 하나둘 멀어짐을 느꼈다. 나는 신생아를 키우는데 내 친구는 일찍 출산하고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니 내 힘듦과 슬픔이 닿질 않는다. 내가 힘들다고 해도 엄마가 되니 저녁 늦게 어린 애를 두고 나와 술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그렇게 애 핑계로 남편 핑계로 연락을 못 하다보니 남편 직장따라 이사온 지금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40대로 접어드니 그냥 힘들다고 투덜거리기 위해 친구를 찾는 일은 없다. 모두가 힘든걸 이미 아니깐..



이번주 둘째의 기침으로 가정보육을 하다가 겨우 하루 유치원에 보낼 쯤이 되니 몸살이 찾아왔다. 엄마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 “아이가 나으면 엄마가 아파진다는 것”, 계속 비가 오는 날을 오며가며 애들 챙기다보니 내 옷은 정작 츄리닝 한 벌에 잠바도 귀찮아서 안챙기고 하원, 하교를 정신없이 며칠을 하고 나니 바로 신호가 왔다.


그런데 남편은 상사의 부름이 있다며 술자리를 알려줬고, 몸이 아프니 적당히 나와주려나 밤에 강의도 해야하는데 그 전에는 오려나 싶었던 바램은 와장창, 결국 남편은 또 늦었다.


심지어 줌강의를 들어가야 하는데 연락은 되지 않고 첫째는 무섭다며 잠이 들다가 나와서 아빠를 기다리며 책을 읽겠다 하고.. 또 이 어쩔 수 없는 회사생활을 알면서도 나는 왜 이런 생활을 10년채 반복하고 있는걸까 화가 나는데 남편은 술자리가 오랜만이었다고 한다. 그치, 코로나에 회식이 많이 줄었고, 친구들과 술자리도 줄이고 다른 남편들보다는 분명 다를것도 아는데,


그런데, 육아맘이 워킹맘이 그 시간 연락이 안되며 과연 남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애엄마가..” 라고 할까? 요즘은 이해해주는 남편도 많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사회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라고 하지만 엄마들은 아이 픽업 시간에 학원 시간에 시댁 친정 갈 날짜에.. 서로 만날 수가 없이 친구들은 점점 멀어져만 간다. 글쎄.. 50대나 60대쯤 되면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기려나..?


첫째 등교시간은 9시, 하교시간은 오후 1시, 왕복 3시간 반에서 정말 아슬아슬 4시간만에 맘 놓고 어딜 다녀올 수 있을까..? 아예 포기를 하고 나는 컴퓨터방을 내 동굴 삼아서 블로그로 일하고 또 일한다. 생각해보니 이제 화를 풀 때도 심심할 때도 나는 일하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다.



어제 늦은밤 회식에 미안한 남편이 아무리 애둘과 열심히 놀아주니 나는 분명 시간이 남았는데 여전히 집에 있고 뭐라도 하게 된다. 어느새 나도 화가 난다고 정도껏이지 몇날 며칠을 집안일을 버리고 애들을 안챙기면 또 싸움이 날거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적당히, 어제 남편이 잘못한 그 하루만큼 적당히 하루를 내 맘대로 보내본다. 그렇게 남편이 늦어서 애둘을 재우느랴 애탔던 어제만큼 오늘 하루는 애타게 둘을 알아서 재워보라며 모른척 컴퓨터방에 온 나는 컵라면에 유튜브를 켠다..


"문득, 슬퍼졌다. 엄마는 화를 풀 곳이 없구나."


새로운 동네에 이사온지 6개월 차, 신도시에서는 아직 가게도 적어서 10시 전에 모두 문을 닫는다. 남편처럼 늦게 있어볼래도 12시까지 운영하는 곳은 편의점 뿐이라 10시에 들어온 기억이 난다. 나가도 하는 거라고는 책 들고 커피숍 가는 정도, 그마저도 문 닫는다는 이야기에 나와야 했다. 그 후로는 아예 저녁에 혼자 나가지 않는데 내 힐링이 컵라면에 유튜브 방송 다시보는 것 , 그리고 자는 것 뿐이라니..


아이들이 커서 그 때처럼 내 몸에 다 붙어서 울고불고 하지는 않으니 몸은 덜 힘든데 여전한 것은 아직 여전하다 싶다. 더 커서 하교 시간도 늦어지고 중고등학생이 되면 그 때는 좀 더 두고 나갈 수 있을테니 더 나아지려나..?


"첫째가 중학생이 되려면 아직 6년도 더 남았는데.. ??"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 이젠 남편 퇴사해도 괜찮을만큼 돈을 벌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낮에도 밤에도 일을 합니다. 2024년 내년에는 남편의 퇴사가 목표입니다. 사회가 육아할 환경을 주지 않는다면, 제가 만들어보렵니다. 아빠도 아이들이 크는 것을 함께 해야 합니다. 언젠가 떠날 아이들이기에 크는 것은 부모가 함께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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