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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맘 쑥쌤 Mar 28. 2024

아버지는 어떤 마음일까??

어느새 8번째 이사를 마치고 새로운 공간에서의 생활들이 꽤 익숙해졌어요. 결혼 12년 차, 두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 어느새 여덟 살, 아홉 살이나 되었네요.


이사를 준비하느라 바빠서, 겨울이라 추워서,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갔는데 아버지는 이 추위에 어찌 지내시려나. 그러고 보니 여태 여덟 번이나 집을 옮겨왔지만 그걸 설명한 적도 없는 것 같고, 제가 어디 사는지 궁금은 하시려나 싶고, 깊이 생각해 보면 전세인지 산 건지는 물어봤던 건 같아요.


딱, 제가 싫어하는 옛날 사고방식의 질문

내 집인지, 남의 집인지,

딸이 고생하는지 아닌지는 그 질문 속에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조현병을 가진 아버지,

그리고 육남매의 장녀로 태어난 운명으로 일찍이 남편 없이 서울 한복판에 삼남매 데리고 올라와서 동네 구멍가게로 시작해서 악착같이 살아가느라 여전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친정 엄마,

그리고 그 삼남매의 장녀인 나,


연년생을 출산해도 가족조리원을 찾아 첫째와 함께 지내고 알아서 버티고 여기까지 왔더니 첫째와는 전우애 같은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그때의 사진이나 동영상만 보면 그 사진에 내가 없는데 왜 이리 눈물부터 나는지, 어느새 40이 되니 그때의 저를 만나면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해집니다.


어느 날 사주를 재미 삼아 보는데 부모의 자리에 부모가 없다는 말에, 참 맞는지 안 맞는지 그런 건 몰라도 서러움이 밀려오더라고요. 무슨 사주가 그런 게 있는 건가? 이사를 가도 어디로 갔는지 거기가 어딘지 묻는 부모도 없고, 와보는 부모도 없어서 서러운데 어찌 딱 내 마음과 같은 사주를 말하는 건지 진짜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건지..


가족이 정신병이 있다는 건 참 많은 영향을 일으킬 수 있더라고요. 항상 외로운 마음으로 홀로 일어서야 하고, 과거를 잊을 수 있어야 하고, 괜찮다고 스스로를 챙길 수 있어야 해요.


환갑이 넘어서도 돈을 많이 주니깐 더 늙기 전에 벌어야 한다며 공사장 일을 나가는 친정 엄마가 쓰러질까 봐 무섭고, 혼자 계신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소식이 들려올까 무섭고, 그리고 그 이후를 장녀라 견디고 책임져야 하는 것도 사실은 꽤 두려워요. 억울하고 속상하고 두렵고 걱정되고 저도 그런 마음이 가득할 때가 있습니다.



가족이 아픈 누군가가 있다면, 자주 찾아가 보라 연락해 보라 걱정해주지 마세요.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일 수도 있거든요.
내 아이에게는 보여주고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들이 가득한 공간을 나의 기억으로만 끝내고 싶은, 그런 가족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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